성태용(본지논설위원, 건국대 철학과 교수)

말은 사람이 하는 행위의 하나이지만,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인간만이 지닌 중요한 특성이다. 그러하기에 입은 몸의 한 부분이면서도 독립된 위상을 지닌다. 신(身)ㆍ구(口)ㆍ의(意) 삼업(三業) 가운데에도 당당하게 몸과 구별되어 입으로 짓는 업이 따로 있다. 계율을 보더라도 망어(妄語), 기어, 양설, 악구 등의 입으로 짓는 죄업이 줄줄이 있다. 속담으로 보더라도 ‘병은 입으로 들어오고 재앙은 입에서 나간다’는 말이 있다. 모두 입으로 짓는 행위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말해주는 예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참으로 입으로 하는 행위를 조심하고 또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선거철만 되면 이 입으로 짓는 죄업이 정말 문자 그대로 총체적으로 난무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는 국민들이 신물이 나도록 염증나게 겪은 일이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도 똑같은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일반 사람이라 하더라도 조심하고 두려워해야 할 구업을, 우리들의 대표가 되고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이토록 무분별하게 저지르고 있는 것은 정말 그들을 뽑아야 하는 우리 국민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우리 국민들을 얼마나 무시하기에 저런 저질스런 짓들을 거리낌없이 하는가 하는 분노를 느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들이 변명으로 내세우는 것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 라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을 밝히는 것과 폭로하고 비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자잘한, 그러면서도 선정성을 지니고 사람의 감정을 흔들 수 있는 그러한 일들을 폭로하는 것은 삼류 주간지에서 해야 할 일이다. 큰 줄기를 보고, 정책과 강령을 물으며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에 부합하는지를 따지며, 그런 속에서 자신과의 차별성을 밝히는 건설적인 작업과는 애초부터 무관한 일일 것이다. 삼류 주간지식의 폭로 비방에 ‘진실을 밝히네... ’, ‘정의를 실현하네.... ’ 하는 미사어구를 갖다 붙인다면 정말 개가 웃을 일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근거도 없는 비방과 중상모략에 이른다면 이는 정말 용서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를 한다는 것이 자신의 올바름으로서 국민을 올바르게 이끄는 그러한 이상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꿈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찌 이렇게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을 표출시키면서 지도자를 꿈꾼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한때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당당하게 큰 길을 걸어가는, 긴 승부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지도자의 모습이 보인다면, 그것만 가지고도 그에게 표를 던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름다운 산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꼭 아름답다고만 할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것 하나 하나를 가지고 흠을 잡기 시작한다면 금강산도 추한 악산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의 말이 가지는 힘은 정말 사실을 가리고 이상한 가상을 덮어씌워, 그 가상의 모습이 진실로 힘을 발휘하게도 하는 것이다. 만약 이런 식으로 폭로 비방이 난무하게 된다면 우리는 우리가 뽑으려는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라, 이상한 도깨비를 수없이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 가운데 장원 도깨비는 지도자가 되겠다면서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과는 정 반대의 행위를 하는 이율배반을 저지르면서도 전혀 이를 반성하지 않는 뻔뻔스런 도깨비가 될 것이다.

서로를 비방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무덤을 파는 길이다. 서로의 단점들이 서로에 의해 드러나고, 그렇게 되면서 결국 서로의 큰 모습을 망가뜨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들까지도 어떤 도깨비를 뽑아야 하는지 갈등하는 비참한 지경에 떨어지게 하는 일이다. 제발 우리를 그런 비참한 지경에 빠뜨리지 말기를 정말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