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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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막무가내식 난개발은 무엇이든 손 끝에 닿기만 해도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권능으로 오히려 모든 것을 잃었던 ‘미다스의 신화’를 생각나게 한다. 최고의 가치를 지난 황금이라 해도 지나치면 그것은 화를 부른다. 욕망의 어리석음을 뒤늦게 깨달은 미다스가 강의 발원지에 몸과 머리를 담그고 죄를 씻어내는 것에서 우리는 난개발의 뻔한 결말을 자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금정산과 천성산의 허리를 자르며 걷잡을 수 없는 자연파괴를 야기하게 될 고속철 건설은 ‘노선 변경 불가’의 논리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불교계와 시민환경단체에서 자연환경을 파괴하며 진행되는 고속철 건설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나섰음에도 고속철공단은 요지부동이다. 금정산과 천성산의 파괴는 서울과 부산간 소요 시간을 20분 단축시키기 위한 황금손과 같다. 20분 빨리 가기 위해 맑은 공기와 푸른 숲을 포기해야 하는 선택을 이제 우리는 해야 한다.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이 4월 18일 북한산 관통도로와 관련 임인택 건설교통부장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5년 남짓의 세월이 흐르면 다시 도로의 필요성이 제기돼 북한산만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처럼 몇천년의 세월동안 누려왔던 자연의 혜택을 일순간에 잃어버릴 위기에 놓였음에도 어쩐 일인지 많은 시민들과 불자들은 침묵하고 있다.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엄청난 상실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맑은 공기와 숲을 지키는 일은 몇몇 스님들과 시민운동가들에게 맡겨둔 채 무관심하다. 범어사, 내원사, 통도사를 주축으로 결성된 공동대책위와 환경단체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고속철 공단이 노선 변경 불가, 공사 강행이라는 배짱을 부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정산과 천성산을 살릴 수 있는 힘은 몇몇 스님이나 시민운동가들에게서 나오지 않음이 명백해졌다.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만이 민족의 정기를 이어온 금정산과 천성산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그 힘만이 황금손의 재앙을 씻는 면죄부의 강이 될 수 있다. 20일 부산 광복로에는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고속철 건설에 반대하며 100여대의 자전거가 달렸다. 이날 승복을 입은 채 자건거를 타고 달리며 시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던 스님들의 말없는 절규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