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발명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체계의 발전과 보급으로 지금 우리는 현실의 세계와 사이버공간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동시에 살아가고 있다. 현실세계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만 고착되어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체험하지 못하고 살아온 우리에게 지식정보화사회라는 새로운 시대흐름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큼 인류사회에 큰 변화를 안겨주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현실세계와 사이버공간의 세계라는 두 개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두 개의 삶을 체험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활동 범위와 비중도 현실 세계에서 점차 가상의 세계 쪽으로 확대?강화되고 있다. 이제 가상의 세계인 사이버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양식에 대한 새로운 문화와 규범이 정립되고, 새로운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범죄행위, 특히 사이버테러행위는 이러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 채 우리 사회에 커다란 불안과 위협을 안겨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사이버테러가 많이 일어나는 나라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보안업체인 프리딕티브시스템은 3월 22일 지난해 4/4분기에 전세계에서 발생한 사이버 공격 중 30.9%가 한국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사이버테러는 컴퓨터 통신망상에 구축되는 가상공간인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폭력 행위로서, 컴퓨터 통신망을 이용하여 정부 기관이나 민간 기관의 정보 시스템에 침입하여 정보기능에 중대한 장애를 발생시키기도 하고,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만들어 공중(公衆)에 유포시킴으로써 사회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하며, 심지어 개인의 신상에 관한 문제를 악의적으로 공개하거나 욕설이나 모욕적 언어를 사용하여 인격이나 인권에 치명적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사이버테러는 범죄행위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자체를 말살하여 사람을 파탄케 하는 행위인 것이다.
사이버테러는 인터넷의 특성인 익명성과 신속성의 영향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의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한, 무차별적 폭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제 사이버테러는 어느 한 국가내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점차 국제적인 문제로 확대되고 있고, 그 폭력성에 있어서도 더욱 지능화되고 과격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이버테러는 일반적인 범죄에 비하여 도덕적?윤리적 규범성과 범죄행위 자체에 대한 행위자의 죄의식이 약화되어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누가, 언제, 어디서든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사이버테러를 방지하기 위하여 국제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국가차원에서 사이버테러 방지대책기구를 만들고 예방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제도적 장치만으로 사이버테러를 근절할 수는 없다. 우리 모두가 사이버테러로 인한 공동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스스로 사이버테러 행위를 자제하고 예방하도록 노력하는 길이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불교원리에 업감연기(業感緣起)라는 말이 있다.

이 세계의 모든 현상은 업인(業因)에 의해 생긴다는 뜻이다. 범죄가 범죄를 낳고, 사이버테러는 또 다른 테러를 유발한다. 다른 사람의 사이버 테러행위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거나 이에 보복적 테러를 가하면 결국 그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자성(自性)의 힘으로 스스로를 뒤돌아보면서 반성하여 사이버테러를 방지하는 한편, 지금 전개되고 있는 사이버공간에서의 문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김영조 영진전문대학 사회복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