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다! 했다!” 누가 이렇게 주장한다면 그 반대 쪽 주장은
“안 했다! 안 했다!”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그렇게 전개되지 않는 논쟁이 우리 눈앞에 있다. 바로 친일 청산 논쟁이다.

한편에서는 한국 언론계를 나누어 지배하고 있다 시피 한 조선일보, 동아일보 창업 사주들과 저명한 사회 지도층 집안의 친일 행적을 문제삼는다. 그런데 그 표적이 되고 있는 대상들이 태도는 분명 “안 했다!”는 아니다. 그 문제 삼는 방식, 정치적 불순한 의도..... . 거기다가 피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의 소극적 친일에 비하면 그들의 긍정적 기여라는 측면이 훨씬 크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이런 정황으로 본다면 분명 그들이 친일적인 행적을 보였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렇다면 그들의 친일 행적은 과연 어떠했으며, 다른 측면에서의 애국적 행적들을 조명하고 그에 대해 전체적으로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는가가 공개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친일 행적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문제삼는 것을 막아보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불순한 의도가 있다, 편파적이다,.... 이렇게 말하려면 어떤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 분명히 이야기되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건 사실확인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작업을 하지도 않은 채,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의 마당으로 문제를 옮겨가는 일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어느 정도 친일 행각이 문제가 되는 사람들과 그 후손들이 독립 후에도 계속 사회의 기득권층에서 영화를 누리면서 일제 식민지의 잔재 청산을 의도적으로든 비의도적으로든 가로막았다는 데 있다고 하겠다.

이제 제발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 두자. 좀 환하게 드러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화합으로 나가는 첫 걸음이다. 부끄러운 일을 계속 덮으려만 한다면 그것은 더 큰 부끄러움을 낳게 된다. 화합이 중요한 이 시점에 왜 과거를 들추느냐고 말해선 안된다. 진실한 반성과 참회를 통해 분노의 앙금을 가라앉히는 것이 과거 청산과 민족화합의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

성태용(건국대 교수ㆍ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