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일 중앙승가대 이사장 정대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부동산 임대 및 고시원 운영업체인 범진유통과 안암학사를 5년간 고시원으로 임대해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계약은 14일 중앙승가대 이전대책위가 정대스님에게 안암학사에 관한 결정권을 넘긴 지 불과 6일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중앙승가대 운영협의회와 교수협의회, 총동문회, 총학생회는 결의문을 내는 등 일제히 반발했다. 이들 단체들은 임대계약에 대한 반대도 반대지만, 학교당국과 사전 협의도 없이 전격적으로 임대계약을 맺은 처사에 깊은 불만을 표시했다.

중앙승가대의 한 관계자는 “계약이 끝난 뒤에야 법인사무처장이 학교 운영위원들에게 보고를 해 계약사실을 알게 됐다”며 “협의는 고사하고 사전에 통보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총무원의 입장은 완전히 달랐다.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최고 결정권자인 이사장이 학교에 보고를 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 더욱이 이전대책위에서 최종 결정권을 이사장에게 맡기기로 한 만큼 문제될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중앙승가대는 개교 이래 최대 위기에 처해있고 불자들은 중앙승가대의 앞날과 불교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스님들의 교육기관인 중앙승가대가 제자리를 잡지 않고서는 불교발전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종단과 학교가 합심해서 이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길 기대하고 있다.

총무원 관계자의 말대로 지휘체계상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의사소통은 이뤄져야 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가 머리를 맞대는 것이지, 권위를 내세울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의사소통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중앙승가대 정상화를 외친다는 것은 한낱 구두선에 불과할 뿐이다.

안암학사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중앙승가대와 관련된 난제가 태산처럼 쌓여있다. 무엇보다 충분한 의견교환이 우선돼야 한다. 불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한명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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