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같은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8월 15일 종전기념일에 한다더니 8월 13일 마치 일본함대가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듯 참배를 했다.

고이즈미 일본총리는 겉으로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따른 참해와 고통을 이야기하면서 일본의 전쟁영웅에 대하여 추모와 참배를 하는 이중적 행동을 했다.

우리는 일본총리의 그런 행동에 대하여 분노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그런 ‘꼼수’ 정치로 어찌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는가. 어찌 그런 야바위 같은 정치술수로 아시아 국가들과 선린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야스쿠니 신사는 어떤 곳인가. 대동아 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A급 전범과 일본군인 등 1만 2천여 위패가 있는 곳이다. 이곳을 참배한다는 것은 곧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상징하는 것이요, 아시아지역에 대한 새로운 팽창주의를 의미한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침탈하면서 갖은 만행을 저질러왔다. 역사날조, 자원약탈, 창씨개명, 살인, 고문, 문화재 도굴 및 밀반출은 말할 것도 없고, 생체 실험까지 했다.

관동군 731부대는 마취 없이 사람을 해부하고, 인간이 얼마나 추위에 견디는가의 ‘저온실험’, 기압이 얼마나 떨어지면 숨지는가의 ‘저기압실험’ 등 그야말로 극악무도한 행위를 했다.

독일의 경우 빌리 브란트(Billy Brandt)수상이 아우슈비츠를 방문하여 무릎 꿇고 눈물로 참회를 했다. 과거에 저질러진 독일인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차후에는 이러한 부도덕,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이러한 만행을 인정하는 데에 인색하다.

그러면 일본총리가 왜 신사참배를 자행했는가.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일본 내의 우익을 중심으로 한 자민족 중심의 내셔널리즘으로 무장된 인사들의 지지 속에서 자신의 일본국내 정치기반을 다지고자 하는 의도이다.

둘째는 그런 환경적 기틀 위에서 일본헌법 제9조를 비롯한 몇 개 조항을 개정하고자 하는 국민적 선전행동이다. 이를 고쳐서 국제사회에서 군사강국으로 부상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셋째는 일본이 평성(平成)불경기라 칭하는 장기불황으로 인한 국민적 좌절감, 패배감, 불안감을 해소하고 나아가 세계가 인정하는 신인(神人)의 제국을 건설해 보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일본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측의 강력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신사참배에 대한 국민여론이 갈라져 있다. 또 앞으로 공동개최하기로 한 월드컵에 대한 양 국민의 협조, 일본교과서 왜곡문제, 남쿠릴 열도의 꽁치잡이 조업문제 등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를 더욱 곤란한 상태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 우리도 일본총리의 신사참배에 대하여 가슴으로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 아니라 머리로 생각해야 한다. 무술인 들이 손가락을 자르는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하며, 앞으로 좀더 깊은 일본연구와 함께 치밀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수행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는 <보왕삼매론>의 가르침에 입각하여 이번 기회를 우리민족의 재도약과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21세기의 동반자로서 상호화해와 협조를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총리는 잘못된 선택에 대하여 참회하여야 한다.

황 진 수(한성대 교수. 행정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