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의 중요성은 학문의 세계에 있어서는 말할 것도 없지만 사상과 종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민족과 불교의 현재를 이해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시기가 바로 일제의 강점기이다. 이 시대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그 직후와 현재 및 미래를 조망하는데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민족적으로도 이 시대를 이끈 사상과 인물의 행적이 이 시대의 지도이념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질 수 있고, 불교적으로도 민족불교의 법맥과 관련한 여러 가지 기준을 제공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기초자료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조계종 총무원이 3년간의 작업 끝에 펴낸 <일제시대 불교정책과 현황>은 그 의의가 자못 크다고 할 것이다. 1910년부터 45년까지 만 35년동안 공휴일 등 특별한 경우를 빼고 매일 발행한 조선총독부(통감부) 관보 1만4백50호의 내용 중에서 불교와 관련한 자료를 색출하여 불교관련 법령 및 지시사항, 30본산 연합사무소, 주지 이동, 사찰 창립 및 변경, 포교, 사찰재산, 일본불교의 활동 등 일곱 주제로 나누어 편찬한 이번 자료는 민족불교의 역사를 복원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한편 통일시대를 대비한 북한 불교의 역사를 복원하는데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료를 기초로 보다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겠지만 만공스님이 금강산 마하연의 주지로 있으면서 53선지식 또는 유점사 53불을 뜻할 수 있는 53명의 선승들과 함께 참선 수행을 한 기록 등 근대불교의 중요한 사실들 그리고 일제의 불교정책과 관련한 일거수 일투족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일제의 치밀한 통제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빠짐없는 자료비치는 거꾸로 우리의 자료에 대한 가치 인식의 부족을 반성하는데도 쓰여야 한다. 목적이 따로 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불교와 사찰관계의 행정, 문화재, 인명록 등에 관심을 가졌던 것처럼 정보화시대에 색인과 함께 인터넷사이트에 올린 점은 꼭 필요한 일이다.

조계종 총무원에서 밝힌 대로 범죄의식을 가진 이들에게 노출될 것을 염려해 이번 발행에서는 제외한 문화재 관련자료도 먼저 정부 등 관계 당국과의 긴밀한 협의아래 보존대책을 마련하고 빠른 시일내에 발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