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관스님 <계관 '불교문예' 발행인>

조계종에서는 신도등록을 받고 있다. 1인 1사찰 갖기 운동을 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우리 불자들은 부표마냥 떠돌아다닌다. 집착을 버리라는 교리를 실천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어디에 얽매이는 것이 싫어서인지… 내가 보기에 불자들은 보통 세 군데 이상의 절을 다니는 것 같다. 물론 자기가 좋아서 자유롭게 가는 것을 어떻게 나무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종단에서 목메이게 원찰을 갖자고 부르짓는데도 우리 불자들은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불교는 치마불교, 기복불교, 무질서불교란 비판적 시선을 받아왔다. 이제 불자들도 현대사회에 적응하려면 사부대중 공동체 안에서 체계적 교육을 받고 ‘신해행증’으로 나아가, 종단과 사회를 위한 보살행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

불교 명절이면 어떤 신도들은 3군데 이상 사찰을 다니는 그 자체에 만족하는 것 같다. 또 어느 신도는 같은 지역에서 오는 신도들과 함께 동행하며 다니라고 했더니, 무엇이 기분 나빴는지 다른 절로 가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고정으로 다니는 몇 안 되는 신도들조차 화합하지 못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진정으로 정진하는 불자라면 가까운 절을 원찰로 정하고 꾸준한 기도 속에 수행과 포교 불사를, 말하자면 사부대중 구성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해야 한다. 떠돌이 신도 노릇은 이제 그만하자. 가까운 사찰에서 신도등록을 하고 사찰에 애정을 지닌 참불자로서 자랑스럽게 신행을 해야 한다.

이웃 종단은 몇 백만 명을 신도등록하여 조직화했다 하며, 또 다른 교단들은 대부분의 신도를 교육시켜 일사불란한 신도회를 갖추었다고 한다. 현대는 조직사회이다. 이제 나 홀로, 나만을 위한 기도나 하며 믿는 불교가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 속에 믿음을 갖는 불자가 되어야 한다. 최근 불교참여연대에서 불교아카데미를 창설하여 인재양성에 나선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21세기 불교를 이끌어갈 많은 인재가 나와, 수동적인 타력신앙의 알을 깨고 능동적인 자력수행의 문을 활짝 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