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신행운동은 불자 개개인의 마음 속에 부처님이 살아 숨쉬는 분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2천 5백여 년 전에 육신을 거두신 그 분이 오늘 우리들 마음 속에 살아 숨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경전을 읽는 일이다. 우리가 경전 읽는 것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은 2천 5백여 년의 세월을 넘어 부처님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경전을 읽지 않고서는 부처님을 만날 수 없고 바른 불자가 될 수도 없다.

불자들은 독경공덕을 익히 들어왔던 터라 많은 이들이 경전을 읽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대개 한문경전을 읽다보니 한문에 조예가 깊지 못한 이들은 글자만 읽고 있을 뿐 그 뜻을 올곧게 이해할 수 없으므로 부처님을 진실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불교경전을 읽고 외우면서도 정작 불교를 모른다는 웃지 못할 기현상을 낳고 말았다.

다행이 이제 불교계 숙원사업의 하나였던 역경작업이 완료되어 누구라도 관심만 가진다면 쉽게 부처님과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한글대장경 완간이야말로 이 땅에 불교가 전대된 지 실로 천 육백 여 년만의 최대의 불사요 그 어떤 불사보다도 가장 보람 있고 의미 있는 불사라 하겠다.

하지만 이번에 출간된 한글대장경이 얼마나 많이 유포되고 있는지는 궁금하다. 비록 신심이 있는 불자라도 신도 한 개인이 한글대장경 한 질을 구입한다는 것은 그리 용이하지 않다.

경제적 부담도 부담이려니와 그 많은 양의 책들을 보관한다는 것도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한글대장경이 불자들에 의해 널리 읽혀지지 않는다면 경전으로서의 생명도 발휘하지 못하거니와 번역작업에 쏟았던 정성도 보람을 잃고 말 것이니 그처럼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이다.

신도 개개인이 한글대장경을 구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면 전국의 사찰마다 한글대장경 비치운동을 벌여 신도들에게 경전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배려가 어떨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런 불사라면 전국적으로 장려해 볼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성열(강남포교원장ㆍ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