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자들이 타 종교에 비해서 부모와 자식 간의 종교가 일치하지 않는 비율이 높다 한다. 최근 한국사회사학회 연구발표회에서 발표된 은기수 교수의 ‘한국의 가족과 종교-부모 세대와 자식세대의 종교적 동질성’이라는 논문은 가정 내의 종교간 갈등이 불교 신자들이 겪는 보편적인 문제이며, 불교계가 함께 주목해야 할 일임을 새삼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를 불교의 종교적 관용성이 낳은 결과라고 자위하면서 적당히 넘기려 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그 관용성 때문에 일부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종교를 믿는 가족으로부터 부당하게 압박을 받는 일이 더 많다는 것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자신이 백천만겁에 만나기 힘든 가장 높은 진리라고 믿는 불법을 가족에게 전하는 데는 적극적이지 못했던 불자들의 의식을 하루 빨리 고쳐야 할 일이다. 전법에 적극적이지 못함은 바로 믿음이 올바르지 못한 것이다. 가족이 함께 위없는 진리에 귀의하는 일이야말로 단순히 가족 화합 차원이 아니라 원만한 신앙생활의 토대라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개인적인 차원 외에 불교계가 가족간의 종교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 함께 힘써야 할 영역이 있다. 우선은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신행의 자리를 늘려야 한다. 질 높은 법회가 늘 열리는 가까운 사찰이나 포교당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가족 단위의 신앙생활을 위한 기본 조건이다. 그리고 청소년과 아동 등 미래 세대를 위한 포교의 장을 넓혀야 한다. 사찰마다 청소년과 아동, 나아가 유년기의 아이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 부모들이 자식들을 자연스럽게 올바른 믿음으로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캠프 등에 대한 과감한 지원도 필요하다. 또 자식들을 올바른 신앙으로 이끄는 근본은 부부가 같은 신앙을 가지는 것임을 바로 보고, 불자끼리 부부로 만날 수 있도록 연을 맺어주는 일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전개할 필요도 있다.

불자들이 겪는 가정 내의 종교적 갈등은 주로 윗세대로부터 젊은 세대로 신앙이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미래 세대에 대한 포교의 취약성으로부터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하기에 불자 가정 내의 종교적 갈등이라는 현상은 그대로 둘 경우 미래불교가 황폐화 될 것이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전법을 불자의 근본적인 사명으로 새롭게 인식하고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부처님 품으로 인도하는 개인적 차원의 노력과 미래불교를 일구려는 범 불교계적인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