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밤에 쥐가 졸고 있는 닭을 잡아먹기 위해 횃대 밑으로 나왔다. 쥐는 닭이 눈치채지 못하게 꽁지쪽으로 다가가 입으로 살짝 물었다. 깜짝 놀란 닭은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두리번거렸지만 잽싸게 숨어 버린 쥐를 찾을 수도 없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자 다시 잠을 청했다.

시간이 흐른 후 쥐는 다시 꽁지를 서너 번 물고 도망가고 또 물고…처음에는 따끔거릴 때마다 눈을 떠 휘번거렸지만 차츰 쏟아지는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쥐는 계속 꽁지를 물어대 피가 낭자하게 흐르도록 하였고, 닭 스스로는 죽어가는지도 알지 못한 채 마침내 쓰러지고 말았다.

중생들의 감각 기관은 닭과 마찬가지로 각기 자신의 분야를 전문적으로 관할하기 때문에 서로 상대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 눈으로 듣지 못하고 귀로는 볼 수 없으며 몸으로는 볼 수 없고, 보는 것은 눈으로, 듣는 것은 귀로, 감촉은 몸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이들 감각기관은 예전과 똑 같은 세기의 자극을 가하면 특별한 느낌을 가지거나 만족할 수가 없어서 갈수록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닭의 경우는 스스로 원한 자극이 아니었지만 반복되는 같은 비슷한 형태의 자극을 정확히 변별하지 못함으로써 끝내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원하든 원치 않던 보다 더 센 자극을 원하고 감각의 만족을 추구하다가는 죽는 줄도 모르고 죽어가는 닭이 된다는 것을 의약분업의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의사, 약사, 정부와 국민 모두가 깨달았으면 좋겠다.

이번 사태는 보건복지부를 장악하고 있는 약사들 때문에 의권이 무너졌다고 판단한 의사와 제대로 현황파악을 하지 못한 정부 그리고 약사들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힌 것이지만 단순하게 보면 세 집단의 감각기관 만족 늘리기의 폐해에 다름아니다.

전국의 의사들이 죽어가는 환자를 보면서도 그들이 원하는 의권을 쟁취하기 위해 수술실, 응급실까지 철수하고 폐업하는 강경투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 이해가 가면서도 당황스럽고, 한편으로 안타깝고 불쌍하기까지 하다.

중생들의 세상에 황금분할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겠지만 정부와 의협, 약협 그리고 시민단체가 가슴을 연 상태에서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하면 합의를 못 볼 일이 없을텐데, 아마도 자기집단 감각의 만족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지금같은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법현(스님, 종단협의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