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연스님과 법장스님이 3월 17일 전격 동반사퇴함에 따라 태고종의 내분이 일단 마무리됐다. 주위의 우려처럼 물리적인 충돌이나 중징계 등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결국 평화로운 해결방안을 찾아낸 데 대해 "과연 정통종단답게 대화로써 해결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줬다"라는 칭찬을 들을만 했다. 사실 불교계 최대 축제인 초파일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가,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종단이 둘로 쪼개져 종도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로부터도 배척을 당하고 결국 공멸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위기감이 모든 당사자들에게 팽배해 있었을 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을 흔쾌히 내리고 깨끗이 물러난 종연스님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미 십여년 전부터 사찰재정공개를 어느 사찰보다도 먼저 실시한 일에서 주지하다시피 종연스님은 참신한 이미지로, 변화와 개혁을 열망하는 젊은 스님들의 추대와 지지로 총무원장에 당선돼 기대를 한몸에 모았다. 따라서 원장으로 자신의 포부를 채 펼쳐보이기도 전에 자질시비가 일어나 물러나게 됐으니 당사자로서는 '억울하다'는 마음이 많았을텐데도 모든 것을 깨끗이 접고 용단을 내려 화합의 단초를 마련한 것에 대해 '수행자다운 결정을 내려주었다'고 높이 사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두 총무원장이 물러났다고 해서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태고종은 앞으로의 행보가 더 관심거리이다. 여법한 선거절차에 의해, 종단의 수장이 될 덕망과 자격, 능력을 지닌 적합한 인물이 선출되고 새 총무원장을 중심으로 이번에 드러난 종단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종단의 밝은 미래를 여는데 종단의 총력이 집중돼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도약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일에 '7인방'스님들을 비롯 태고종단 전체가 마음을 합해 원만히 해결해 간다면 이번의 분규사태는 비온뒤의 땅이 굳어지듯 종단을 위한 전화위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종단화합 차원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종연스님과 법장스님의 대승적인 희생심이 아름다운 꽃으로 활짝 피어나길 기대하며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것을 태고종은 명심했으면 한다.

이경숙 취재 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