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의 대표적 종단이라는 조계종이 과연 우리 불자들에게도 대표적인 종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좀 성급할지는 몰라도, 이번 조계종 147회 임시중앙종회가 안건을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리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바라보면서 이런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종회가 무엇인가? 원로회의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의결기관이 아닌가? 원로회의가 종교라는 특수성에 바탕하여 대덕 스님들의 뜻을 모으는 의결기관이라면 종회는 그야말로 출가와 재가를 막론하고 모든 불자들의 뜻을 수렴하여 조계종의 중요한 방향을 결정하는 대표적 의결기관이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본다면 그 근본적인 구성체제에 이미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수없이 있어 왔다. 출가자만으로, 그것도 거의 비구 중심적으로 운영되는 종회가 과연 조계종의 여법한 대의기구로서의 위상을 지닐 수 있느냐는 문제는 여전히 조계종 종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 그런데 그나마 주어진 여건 속에서도 제 역할을 못하고, 한 건의 안건도 처리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린다면 그 존재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조계종에 그렇게 문제가 없는가? 총무원 일원 체제로 운영되어도 잘 될 수 있을 만큼 화합된 종단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당연히 아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문제가 산적한 시기에 그 책임을 팽개치고 종회를 유회시킨 책임을 어떻게 벗을 것인가? 모든 종회의원들이 책임을 지고 부처님 앞에 그리고 조계종 모든 종도들 앞에 사죄를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그 파행의 주된 책임을 져야 할 것은, 안건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논의를 애초부터 막아버린 종회의장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종회의원들의 논의를 통해 지혜를 모아야 할 종회의 성격에 전혀 상반되게, 한 개인의 판단으로써 종회 자체의 진행을 불가능하게 한 일은 조계종 종회의 위상을 근본적으로 의심케 하는 일이다. 적법한 절차도 관행도 없는 것이 조계종 종회라는 것을 대내외로 홍보한 일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과연 종회는 조계종 종도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 것인지, 또 밖에서 조계종과 불교를 보는 이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 것인지 생각해 보라.

또 다시 종회 해산론이 나오는 것은 크게 두려워할 일도 아니다. 문제는 종도의 뜻을 모아 조계종의 큰 방향을 결정해야 할 종회의 이러한 파행이 조계종 종단 자체, 나아가 한국 불교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불자들과 국민들의 등돌림으로 드러날 것이 두렵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