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주지 지홍스님은 지난 20일 신협사건과 관련한 교계 기자와의 간담회에서 '주지직 사퇴여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지홍스님은 "신협사건은 신협 이사장으로서 책임질 일이며, 조계사와 연결시켜 생각하는 것은 정치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신협사건 이후 교계 이곳저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주지직 사퇴여론을 일축했다. 그러나 스님은 "대중과 종도들이 원한다면 사퇴할 것이며, 이미 주지 자리에는 마음을 비웠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 말만 놓고 보면 사퇴하겠다는 것인지, 그럴 수 없다는 것인지 듣는 사람으로서는 명쾌하게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지금 당장 주지직을 그만둔다고 해서 신협사건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스님의 말을 고려하면 사건해결과 사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신협 사건이후 교계 내에서는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주지직을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더욱이 지금까지 이런 저런 사건은 많았으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던 불교계의 풍토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지홍스님의 사퇴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견해도 많았다.

지홍스님은 실천승가회에서 재야활동을 했고, 조계사 주지를 맡으면서 사찰 재정을 공개하는 등 신협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교계에서 깨끗하고 열린 마인드를 가진 스님으로 인정을 받아왔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서는 본의 아닌 사건으로 물러나는 것은 아깝다는 인식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홍스님은 "종단사태 이후 제대로 인수인계조차 받지 못하고 조계사와 신협을 꾸려가는 상태에서 사건이 발생해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졌다"고 아쉬워했다. 지홍스님 입장에서 보면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스님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이번 신협사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것만은 분명하다.

조계사 신협이 다시 정상화될 것인지, 아니면 파산의 운명을 겪게 될 것인지는 지금으로서는 분명치 않다. 따라서 당장의 사퇴가 사건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사퇴하든, 사건이 마무리된 다음에 사퇴하든, 아니면 사퇴하지 않든 간에 그 선택은 지홍스님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해 지홍스님은 불교계와 사부대중에 명백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명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