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스님, 조계종포교원 포교국장)

지금까지 살아온 세속과의 관계를 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매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출가(出家)'를 위해 산사를 찾는다. 각기 결의와 사연을 가지고 입산(入山)한 사람은 '행자'로 불리며 반 년에서 1년 정도의 기초적인 학습과 수행과정을 밟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반수가 넘는 행자가 이런저런 사연으로 다시 하산(下山)의 길에 접어든다.

행자는 아직 스님의 계를 받지 않은 까닭에 오고 가도 서류상의 기록만 올리고 지우면 그뿐이다. 사람에 따라 자신의 출가 경험을 드러내기도 하고 숨기기도 하지만, 이것도 역시 개인적인 일로 모두 자신의 선택일 뿐이다.

하지만 사미(니)계나 구족계를 받게 되면 종단에 의해 승적이 만들어지고 부처님의 계법에 의해 공식 스님이 되는 것이다. '스님'이 되면 계율과 교단의 규칙에 의해 살아야 한다. 옷을 벗고 나갈 때에도.

부처님 당시 순타리 난다라고 일곱 차례나 스님의 계를 받은 분이 있다. 속가의 인연이 다하지 않아 일곱 번이나 재출가를 했던 것이다. 이것이 전례가 되어 이후 교단은 스님이 환속하더라도 일곱 번까지 재출가를 허용하고 있다. 태국을 비롯한 남방불교의 단기출가제도가 활성화된 것은 재출가를 위한 환속(환계)제도가 잘 되어 있는 것에서 그 한가지 원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환속의 개념은 있어도 환계의 개념이 없는 것이 우리 불교의 현실이다. 계를 받아 부처님의 법복을 입을 때는 법다운 절차와 과정을 거치지만 옷을 벗을 때는 아무런 과정과 절차가 없다. 그래서 우리 스님들은 삼 년쯤 보이지 않으면 '나갔나 보다' 하고, 나중에 입소문으로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얼마 전 도반들과 환계에 대한 가벼운 분위기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환속하여 나간 사람들의 '승'도 '속'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을 익히 보아온 경험이 있는지라 어떤 형태로든 '환계법'의 필요성에 모두 공감하고 있었다.

올해 시행하고 있는, 10년마다 한번씩 하는 '승려분한신고'가 혹 말없이 승복을 벗어버린 환속자나 환속을 해야 함에도 승복을 입고 있는 사람을 파악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제대로 된 '환계법'의 시행으로 법다운 하산의 길을 여는 것이 우선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