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학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표류를 거듭한다면 한국 불교의 미래는 과연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불교대학 발전위원회가 지난 3월 2일 발족하여 학장을 주축으로 소속 교수들이 3개월간 연구했다는 발전 방안이 5월 18일 기획인사처에 제출되었으나 2개월이 지났는데도 서랍에서 잠자고 있다는 소식이다. 연구 성과에 대한 가치가 없어서인지, 아예 발전의지조차 없어서 인지 궁금했는데, 늦게나마 학교당국에서 연구보고서에 대한 세부 평가 및 관련 절차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다니 다행스럽다.

학문의 전당이 훼불 사건으로 멍들고 교수충원 문제로 설왕설래할 뿐, 그 어떤 대책도 속 시원히 나오지 않으니 학교 당국뿐만 아니라 재단도 대오각성해야 한다. 불교대학의 발전은 단순히 한 단과대학의 문제만은 아니다. 1600여 년을 견디며 살아온 한국 불교의 숨결이며, 한국 불교 거대 종단인 조계종의 체면이다.

동국대학교가 아무리 거대하게 발전한다고 해도 불교를 빼고 나면 허수아비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동국대학교의 주체는 교수와 학생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주체의 불안정으로 인해 불교대학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동국의 운명과 한국 불교의 미래마저 기대할 수 없으며, 한국의 2천만 불자들이 동국대학교에 거는 기대 또한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학교법인 동국학원에는 조계종 승려 자격의 이사가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불교대학의 입학생 중 학부제가 시행된 1996년도부터 70명도 안 되는 입학생 중 해마다 평균 15∼16명씩 전과로 빠져나가며, 여기에 승려학생 17명을 제외하면 실제 한 학년의 일반 재학생은 30여 명에 불과하다. 물론 졸업 후 생존을 위한 진로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불과 30여 명도 안 되는 이들의 장래도 수용 못할 불교라면 한국불교의 포교사업과 불교 학문의 발전도 결코 밝다고는 할 수 없다.

신학대학을 졸업하는 인력이 1년에 1만명을 초과하고 있다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불교대학을 살리지 못하고 단순히 노쇠해져가는 불교 신도만을 바라보고 지낸다면 한국 불교의 미래는 암담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므로 불교대학의 발전은 하루가 시급하다. 당장 2001년의 입시부터 시행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