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평화'는 올해 한국 종교계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 지난 3.1절 ‘화해와 평화를 향한 온겨레 손잡기운동’을 함께 펼쳤던 7대 종교단체가 이번에는 6.25전쟁 50주년을 맞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 시민단체와 더불어 ‘온겨레 평화대행진’을 벌이려 한다. 더 나아가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와 전쟁으로 고통받는 세계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국제적인 구호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전쟁의 공포를 겪지 않고서야 평화의 소중함을 알기 어렵다. 지난 세기 우리가 겪었던 비극, 식민통치의 억압과 6.25전쟁 그리고 분단의 아픔은 한민족을 세계 제일의 평화희구 민족으로 만들어 왔으며, 지금 종교계가 앞장서고 있는 ‘화해와 평화운동’이 이를 확인해 주고 있다. 6.25전쟁은 반세기가 지났으면서도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란 인식이 깊다. 철저한 단절의 상징인 휴전선 철조망이 그렇고 상존하는 남북간 첨예한 대립이 그렇다. 세계사 또는 한국사 속에서 6.25가 갖는 의미와 역사성의 규명 역시 분단 상황에서는 제대로 결론 내리기 어렵다. 이젠 그 모든 갈등과 대립을 털고 전혀 다른 접근을 시도해 보아야 한다.

다행히 남북은 공연한 적개심만을 불태워 왔던 시기를 지나 오래 전부터 서로가 만나는 지혜를 얻게 되었다. 때로는 웃으며 빈번히 만나기도 했고, 때로는 얼굴을 붉히며 등을 돌리기도 했으나 거듭되는 만남은 그 횟수만큼 화해의 가능성을 높여주게 마련이어서 이제 남북 정상간의 대좌를 준비하고 있다. ‘온겨레 평화대행진’등 화해와 평화운동은 남쪽만의 행사가 아니다. 북한인들에게도 참여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어서 오라’ 손짓하는, 그래서 언젠가 그들도 함께 할 날을 기대하고 있다. 남북이 손잡는 그 날은 곧 세계의 화해와 평화를 상징하는 날이 될 것이며 한민족은 세계 평화의 사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1저항 정신을 화해로 성숙시키고 갈등의 상징이었던 6.25를 평화의 밑거름으로 승화시키는 일은 어쩌면 종교인들이 당연히 앞장서야 할 일인지 모른다. 대립과 저항 증오를 버린 빈자리에 인도주의와 관용, 자비심과 사랑이라는 좀더 고양된 감정을 채워 넣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종교인들의 몫인 것이다. 불자들의 평화대행진 참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