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여성개발원이 11월 27일 마침내 그 힘찬 출발을 선언했다. 그리고 불교여성학 연구, 여성불자 교육, 가정 바로 세우기 등의 내년도 사업계획도 제시했다. 양성평등의 사회를 이룩하며, 자연과 더불어 상생하는 세계를 구현한다는 불교여성개발원의 목적에 동의를 표한다. 당당하면서도 겸손한 여성불자 지도자를 양성하겠다는 말에서는 불교의 희망을 보는 듯하다.

여성불자들은 한국불교를 떠받치는 버팀목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한국불교신도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물적인 토대를 맡아 오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치마불교'라는 곱지 않은 이름으로 불리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불교여성개발원이 창립취지문에서 지적했듯, 가부장적인 사회구조 속에 안주해왔던 결과이다.

우리 불교사에 큰 사건으로 기록될 불교여성개발원의 창립에 즈음해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함으로써 축하를 대신한다.

우선 사업을 집행하기 위한 재원 확보를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교계 내의 여러 단체가 있지만, 재정자립도는 극히 낮다. 행사를 한번 치르기 위해서는 종단 등에 후원을 요청해야 하고, 임원진이나 몇몇 사람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수천명의 회원이 있다는 단체도 그러했다. 조계종 포교원의 지원이 있긴 하지만, 회원들의 회비 납부가 가장 이상적이다. 새로 출발하는 불교여성개발원은 재정면에 있어서도 교계의 모범을 창출하는 단체가 되길 바란다.

기존의 단체들과 조화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때론 경쟁하면서, 때론 서로의 모자란 점을 메워주면서 불교여성운동의 지평을 넓히고, 나아가서는 한국불교 발전에 큰 보탬을 주는 불교운동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또한 남성들도 함께 할 수 있는 불교여성개발원이 되길 바란다. 여성과 남성은 생물학적으로는 상대적인 개념이지만, 불교라는 가르침 안에서는 그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함께 수행하고, 부처를 이루어가야 할 도반이다. 여성운동 일부에서 한때 남성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삼아 오히려 운동의 퇴보를 가져왔던 전철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 전근대적이고 의타적인 일부 여성불자들의 의식을 일깨우는 교육에 힘써 수행하는 불자, 불교발전에 일조하는 여성불자를 양성하는데 주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