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나서면 달라이 라마의 연내 방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달라이라마방한준비위 관계자는 최근 이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와는 달리 외교통상부와 정치권의 입장이 전향적으로 변했고,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도 방한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혀 방한 분위기가 충분히 성숙되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조계종이 지난해처럼 이도 저도 아닌 반응을 보일 경우, 외교 당국이 중국의 눈치를 보아가며 방한에 찬성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다.

현재 달라이라마의 방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곳은 청와대 비서실로 알려져 있다. 반면 외교통상부 실무자선에서는 아직 반대 입장에 다소 무게가 실려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새천년민주당 연등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와는 달리 방한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달라이 라마 방한의 주최라고 할 수 있는 조계종(총무원장스님이 방한준비위 고문)의 중진스님들이 제각기 다른 의견을 개진하고 있어, 달라이 라마의 방한운동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심지어 일부 스님들은 방한준비위에 관계하는 모 스님이 차기(또는 차차기) 총무원장을 노린다며 음해할 정도로 종단내 여론이 모아지지 않은 상태. 티베트를 잘 아는 일부 스님들의 경우, "방한준비위가 해산하면 그때 달라이 라마를 초대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처럼 정부가 달라이 라마의 방한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음에도, 조계종이 지금처럼 분열된 모습을 보일 경우 올해도 달라이 라마의 방한은 어려울 전망이다.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에서 보듯, 그의 방한은 불교 홍포에 엄청난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종단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스님들이 '한국에 그만한 고승이 없느냐'며 그의 방한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한국불교의 소아적인 발상 내지, 아만심일 수도 있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때다.

김재경 <취재 1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