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죽으려고 하는데 자세한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 사이트의 게시판에 자주 오르내리는 질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자살 사이트가 운영돼 왔으나 정확하게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번에 사건이 발생하자 서울경찰청 사이버 범죄수사대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36개 정도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문제의 사건이란 다름이 아니라 한 10대 청년이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사람으로부터 100만원을 받고 20대의 자살 희망자를 살해한 사건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사이버공간을 통해 이뤄진 자살이자 청부살인이란 점에서 충격적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자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자살은 개인의 유전적인 요인 학습된 요인 뇌의 생화학적 물질에 의한 것 등 정신과적 질병과 유관하다. 개인의 정신병리를 이해해야 하고 다음으로는 사회적 요인을 이해해야 한다. 자살은 개인의 요인에 의하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아노미 현상과도 유관하다고 주장을 한다. 인터넷이 있기 이전에도 자살은 있었고 청부 살인은 있어 왔다. 그러나 기존의 사회현상과는 달리 이런 사건이 주는 충격이 더한 것은 인터넷으로 인한 확산 효과가 강력하기 때문에 기존의 자살과 기존의 청부살인과는 다소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점은 비단 이번 사건 뿐만 이니라 사회전반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로 이해하는 것이 빠를 것이다. 정보사회의 발전은 우리가 새로운 윤리성을 정립하기도 전에 급속도로 발전되고 있다는 점이 과거의 사건과는 다르다. 생명에 대한 경시 상업적 가치관 일차사고과정적인 행동양태를 부추기는 개인이나 사회적 자극에 대해 우리들이 갖고 있는 방책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

현재 마련되고 있는 수습책으로 자살사이트 폐쇄가 논의되고 사법처리까지 강구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이런 대응방법은 구태의연한 것이다. 사이트의 폐쇄만을 주장하는 것은 가장 손쉽고 안이한 방법일 뿐 이번 사건의 진정한 핵심을 피해 가는 것이다. 충격적인 사건이 생길 때 마다 진정한 핵심을 피한채 지엽적인 원인에만 집착하는 것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못된다. 게다가 그나마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모두들 태연해지기까지 한다. 충격적인 사건에 대처하는 우리의 속성을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를 느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살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어야 한다. 우선 자살충동의 증상을 갖고 있는 환자들에 대해 어떤 치료적인 도움을 줄 것인가를 사회전체가 고민해야 한다. 다음으로 건강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사회적 아노미 현상에 의해 자살이 아니면 돌파구가 없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자리잡고 있는 사회병리적 상황을 건강하게 개선하는데 관심을 모아야 한다. 또한 인터넷이 갖는 피할 수 없는 속성을 먼저 이해하고 그런 속성 가운데 역기능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서둘러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이 오늘날 정보사회를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될 도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역기능을 핑게삼는 폐쇄 일변도의 대책은 실효성이 의심된다. 이런 제한적 조치보다는 정보사회를 살아갈 인터넷 윤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인터넷의 역기능을 방지할 법률적 기준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근본적 대책없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미봉책만 내세운다면 인터넷의 역기능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엔 역부족일 것이며, 역기능의 확산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인터넷 윤리와 법률의 합의를 위해 개설자나 운영자 그리고 전문가들의 노력을 촉구해 본다.


이근후(이화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