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바로 서려면 사부대중이 각각 올바로 서서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이는 의식있는 불자들이라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상식적인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그로 말미암아 사부대중의 역할분담과 상호 협력에 의해 원활한 교단 운영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 불교의 현실이다. 불교계 교단 내부의 끊임없는 갈등과 부조리, 그리고 사회적인 위상 실추의 큰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있어 사부대중이 각각 그 역할을 자각하고 제자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이 재가자의 제자리 찾기이다. 한국 불교의 현실에서 가장 취약한 것이 재가자의 역할 인식 부족과 조직의 취약성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해결될 때 상대적으로 출가자의 본분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정립되는 등, 한국 불교의 활성화에 커다란 순기능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 아래 재가자의 조직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조계종 광역신도회의 구성 움직임이 그 첫 단계부터 참여와 호응의 저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다. 지난 4일 열린 서울 광역신도회 창립을 위한 간담회에 사찰신도회 3곳, 신도단체 3곳만이 참여하여 중요 안건에 대한 논의를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는 소식은, 힘을 더해 나가야 할 움직임을 첫판부터 맥빠지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그 참여 저조의 원인으로 사찰 주지스님들의 무관심이 거론되는 것을 볼 때, 사부대중의 역할 인식에 대한 우리 불교계의 뿌리깊은 문제를 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금 우려를 금할 수 없는 것이다. 거기엔 재가자의 조직 활성화가 마치 자신들의 영역을 위협하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는 스님들의 인식이 있다. 자신들의 역할에 대한 주체적인 인식이 없이 오로지 스님들만 바라보고 있는 재가자들의 안이한 양상도 있다. 이것이 재가자 조직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는 것이다.

건강한 종교 교단은 그 구성원들이 모두 그 종교의 주체가 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재가자들이 단순한 교화의 객체로 있게 되면서 나오는 많은 문제점들이 한국불교를 멍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보아야 한다.

스님들은 지금 한국불교의 현실에서 재가조직이 제대로 서지 못하는 것도 결국 출가인들의 책임임을 바로 인식하고 재가자들이 자신들의 자리에 바로 서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재가자들은 재가자들대로 스님만 쳐다보는 안이한 타성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자신의 임무를 주체적으로 인식하고 실천하기 위한 기본이 바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신도회의 구성임을 인식하고 그 큰 틀을 세우는데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