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불교는 오늘의 우리 불자들이 세운 불국토이다. 부처님의 불국토가 그 수행의 공덕으로 장엄되듯이 '오늘' 우리 불교의 모습은 우리 불자들의 서원과 신행으로 장엄된 우리들의 불국토이다.

불국토 건설이라는 말은 아득한 미래의 일로 돌리려 해서는 안된다. 불교는 훌륭하지만 오늘의 불자들이나 승단이 그 훌륭한 가르침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변명해서도 안된다. 바로 오늘의 우리 불교 교단은 오늘의 우리 불교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시공을 초월해 있다고 말하지 말라. 오히려 바로 오늘 우리의 신행으로 드러나는 것 이외에 부처님의 가르침은 없다고 말하는 것이 당당하다.

이렇게 보아야만 바로 오늘의 우리 불교 교단을 통하여 우리의 불국토를 건설하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게 된다. 오늘 우리 불교 교단의 모습을 통하여 자신의 신행을 돌아보며, 오늘의 교단을 바로 세움에 의하여 우리들의 불국토를 장엄하고 확장해 나가려는 노력이 생기게 된다. 실로 우리 불교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개인의 성불과 불국토 건설이라는 떨어질 수 없는 두 과제를 분리시켜 생각하거나, 너무 추상적인 영역에 둔다는 데 있다. 불교는 전혀 이질적인 사회 속에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개인들을 키워내는 종교가 아니라 부처님이 열어 보이신 참다운 생명을 실현해가는 구도자들의 공동체여야 한다.

그리고 이 공동체야말로 우리 현실 속에 우리의 신행으로 가꾸어내는 불국정토인 것이다. 그러한 정토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이 제 역할을 하며 빛을 발할 수가 있다. 그리고 그 공동체를 좀더 아름답게 가꾸고 키워가는 것이 우리들의 불국정토를 넓혀가는 것이요 장엄하는 것이다.

한국 불교의 대표적 종단인 조계종 등을 비롯한 불교계의 모습들을 이제는 우리들의 신행이 세워가고 있는 우리들의 불국토라는 눈으로 새롭게 보자. 나와 관계없는 남의 일로 비판하던 자세를 버리고, 오늘의 불교 현실에서 우리의 신행을 돌아보는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불국토가 부끄러운 모습으로 있지 않도록 내 개인의 신행을 챙기며, 같은 길을 걷는 도반들과 함께 손잡고 우리 불국토를 장엄해 나가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 불교의 중심을 이루는 스님들뿐만 아니라 사부대중 모두가 이런 올바른 의식에 설 때 오늘의 불교가 바로 설 것이다.

이제는 오늘 우리 불교가 가진 너무나 많은 문제들에 매달려 씨름하는 소승적 자세를 버려야 할 때이다. 앞서 말한 바른 인식 아래 우리가 세워가야 할 불국토에 대한 서원을 바르게 세우고 그것을 향해 움직이는 새로운 힘을 일으켜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서원이 바르게 서고 그것을 향한 뜨거운 움직임이 일어날 때에만 오늘의 문제도 바르게 보여지고 바르게 해결된다. 일시적인 고육책으로 문제를 미봉하는 관행으로 불교를 바꾸어 나갈 수 없다. 개인의 삶이나 사회나 부정적인 질타보다는 긍정적인 올바른 서원에 의해 이끌어져야 바르게 서는 것이다.

우리 한국 불교가 오랜 미망의 늪에서 벗어나 오늘의 사회에 바른 위상을 세우기 위해서는, 우리 불자들이 힘있는 생명으로 우리 사회에 제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는, 바로 모든 불자들이 함께 하는 서원이 바르게 서야만 하는 것이다.

늘 사홍서원을 되뇌이는 것으로 서원을 발하였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 근원적인 서원을 우리의 현실속에 실현할 수 있는 가까운 서원들로 구체화시켜야 한다. 너무도 아득하여 오히려 관념의 영역에 머물 위험이 있는 큰 서원에 징검다리를 놓아야 한다.

또 한번에 모든 불자들이 함께 하는 서원을 남이 단번에 세워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우선 나의 서원을 점검하고 바르게 세워야 한다. 너의 서원과 나의 서원들이 서로 나누어지고 모여서 함께 하는 큰 서원을 이루도록 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현실 문명과 사회의 병폐를 뒷전에서 지적하며 정신적인 안식처로 자처하는 소극적이고 퇴영적인 불교의 모습을 벗어나,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서원으로써 나의 삶과 우리의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불자, 불교가 이루어 질 수 있다.

새해라는 시간의 전기, 그것도 진정한 새 천년의 시작이라는 2001년을 맞으면서 그 시간의 기점에 우리의 참된 공덕을 쌓자.

우리의 서원을 점검하고 바르게 세우며, 그것을 나누고 모아 희망찬 미래 불교의 모습을 그려내는 일을 시작하자. 내가 있기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기에 좀더 맑고 밝고 살맛나는 세상이 되는 자신과 불교의 미래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보자. 그 서원을 향해 한걸음씩 걸어나갈 자신과 불교의 이정표를 그려보자. 우리 주변에 이미 그러한 미래를 향해 자라고 있는 소중한 싹들을 발견하는 긍정적인 눈을 뜨자. 한 술 밥에 배부르려 하기보다는 그러한 싹들을 소중히 키워 나가며, 자신도 미래 불교의 아름다운 동산을 장엄할 그러한 싹이 되기를 서원하자.

밝는 새 아침, 그러한 소중한 싹들의 서원들을 나누고 또 모아 부처님 땅이 되고자 하는 서원으로 새해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