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가 현재 조계사 대웅전 뒤편에 지어지고 있는 70m 높이의 삼성생명 수송동 사옥과 관련, 외벽을 전면 유리로 장식하는 문제와 15∼16층의 일부를 축소해 건축하는 방안을 최근 삼성생명 측에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5월 16일 조계사를 방문한 수송동 사옥 건설 담당 실무최고책임자인 삼성물산 건설부문 최경열 상무는 조계사 주지 지홍스님과 만난 자리에서 명확한 답변은 미룬 채 "조계사가 요구하는 방안에 대해 최대한 연구를 해보겠다"고만 답해, 결과에 따라서는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조계사가 외벽의 유리 장식과 조계사 방향의 15∼16층 일부축소를 요구하는 이유는 이 건물이 설계대로 들어설 경우 조계사의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신도들의 신행생활에도 지장을 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조계사는 대웅전과 신축건물과의 거리는 불과 56m 밖에 안돼 현재의 설계대로 건물이 들어설 경우 조계사 대웅전은 이 건물에 막혀 위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돼 사찰의 기능을 크게 해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유리로 외장을 마감할 경우 빛이 반사돼 신도들의 활동에 크게 영향을 준다며 조계사 측은 반발하고 있다. 삼성생명 측은 반사율이 적은 유리를 사용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조계사 측은 아예 유리 외장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유리 외장을 극구 반대하는 이유가 또 있다. 현재 조계사 인근은 인사동-운현궁-창경궁에 이르는 전통문화지역이 '문화벨트'로 지정돼 문화재 보존과 시민 녹지공원 조성사업이 서울시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조계사 바로 옆 옛 우정총국 자리를 시민문화공원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에 따라 조계사를 축으로 수송공원과 옛 우정총국을 잇는 공원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초현대식 외장이 전통문화와 어울릴 리 없다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조계사는 이제 명실상부한 전통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 삼성 측이 조계사의 이런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통문화를 훼손하는 일만은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통문화는 조계사만의 것이 아닌 우리 민족의 소중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한명우 <취재1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