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맥락에서 오늘의 불교는 당연히 사회운동, 시민운동으로 전개되어 나가야 한다. 오래 전부터 이러한 요구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불교는 그 동안 자신의 문제에 매몰되어 개인의 안심입명을 추구하는 소승적 차원에 머물거나, 종교적 바탕을 잃고 운동 논리 속에 매몰된 소수의 운동가들이 불교 시민운동을 대변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양상을 보여 왔다. 이러한 양상이 극복되려면 우선 불교의 사제계급이라 할 수 있는 스님들의 의식이 변해야 하는데, 오히려 스님들의 의식이 가장 구시대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소리가 높았던 것도 우리 불교 시민운동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계제에 불교환경교육원 유정길 사무국장이 조계종 서울·경기·강원 지역 본말사 주지연수회에서 불교 시민운동이 나아갈 큰 틀을 제시한 것은 불교의 밝은 앞날을 위해 매우 주목되어져야 할 것이다.
우선 불교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주지스님들의 연수에서 이런 발표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스님들 자신의 의식 변화 요구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불교가 현실사회의 구체적인 괴로움을 걷어내는데 적극적으로, 또 이웃종교보다도 뛰어난 종교적 바탕을 지니고 기여할 수 있는 시민 운동의 영역으로 통일 운동, 문화운동 등 11가지의 구체적 예를 제시되었다는 것도 불교 시민운동의 무한한 가능성과 구체적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불교 시민운동이 활성화되는 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스님들의 변화 의욕에 이러한 발제가 기폭제가 되어, 모든 사찰들이 불교 시민운동의 중심이 되고 보살행이 시민운동을 통해 구체화되는 불교가 전개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