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개인의 삶과 공동체적인 삶의 터전을 밝고 맑게 만들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종교라는 것이 불교인들만의 믿음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모든 불자들을 위해서 그렇다.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난 가장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 되는 것, 그런 행복한 사람들을 늘려 나가 이 세상을 정말 살맛나는 세상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구체적 표현이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불자 스스로가 자신의 신앙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또 남에게 불교의 뛰어남을 입증하여 불법을 전할 길도 없다. 깨달음을 위한 자신의 노력은 좌절되며 불세계를 향한 공동체 실현의 길도 막혀 버리는 것이다. 한 개인의 행복이 추상적 관념적 세계의 공허한 것이 되지 않고, 또 그것이 현실적인 불국토 실현으로 이어지려면 불교 신앙은 당연히 같은 믿음을 갖는 사람들의 연대적인 운동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오늘의 언어로 오늘의 문제를 말하며, 오늘의 몸짓으로 오늘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공동체적 운동이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의 불교는 당연히 사회운동, 시민운동으로 전개되어 나가야 한다. 오래 전부터 이러한 요구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불교는 그 동안 자신의 문제에 매몰되어 개인의 안심입명을 추구하는 소승적 차원에 머물거나, 종교적 바탕을 잃고 운동 논리 속에 매몰된 소수의 운동가들이 불교 시민운동을 대변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양상을 보여 왔다. 이러한 양상이 극복되려면 우선 불교의 사제계급이라 할 수 있는 스님들의 의식이 변해야 하는데, 오히려 스님들의 의식이 가장 구시대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소리가 높았던 것도 우리 불교 시민운동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계제에 불교환경교육원 유정길 사무국장이 조계종 서울·경기·강원 지역 본말사 주지연수회에서 불교 시민운동이 나아갈 큰 틀을 제시한 것은 불교의 밝은 앞날을 위해 매우 주목되어져야 할 것이다.

우선 불교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주지스님들의 연수에서 이런 발표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스님들 자신의 의식 변화 요구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불교가 현실사회의 구체적인 괴로움을 걷어내는데 적극적으로, 또 이웃종교보다도 뛰어난 종교적 바탕을 지니고 기여할 수 있는 시민 운동의 영역으로 통일 운동, 문화운동 등 11가지의 구체적 예를 제시되었다는 것도 불교 시민운동의 무한한 가능성과 구체적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불교 시민운동이 활성화되는 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스님들의 변화 의욕에 이러한 발제가 기폭제가 되어, 모든 사찰들이 불교 시민운동의 중심이 되고 보살행이 시민운동을 통해 구체화되는 불교가 전개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