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립학교를 가다】⒁금정중학교
【종립학교를 가다】⒁금정중학교
  • 승인 2001.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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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50여개…특기교육 자랑

학생대표 유엔아동총회 연설
교직원 100% 학생 60% 수계
낙동강 조사 등 생태탐방도
멀티미디어 이용 첨단교육

◇부산 범어사에서 설립한 금정중학교는 10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지역 최고의 명문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사진은 선재지역단의 활동모습.

‘유재명군 유엔아동특별총회 한국대표 선정’ 부산시 범어사 사하촌에 위치한 금정중학교 교문에 걸린 현수막 문구다. 영어회화반 회원인 유재명군은 9월 16일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아동특별총회에 한국대표로 참석, 기조연설을 했다. 이는 그동안 금정중학교가 학생들의 소질을 개발하고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해 실시한 특기적성교육의 성과다.

금정중학교에는 취미와 관심을 같이 하는 학생들이 결성한 체육, 취미, 학예 분야의 50여개 동아리가 있다.

그 중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동아리는 K.I.C(Kumjong Internet Club)라 불리는 인터넷부와 편집부, 불교보이스카웃, 영극영상반 ‘해오름’, 레슬링부 등이다. 특히 창단 10년이 넘은 레슬링부는 지난 6월 전국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성과를 거두었고 정성화, 강진규 등 국가대표를 배출하기도 했다. 또한 연극영상반은 방학을 반납하고 매일 학교에 나와 연극연습을 해 지난 9월 8일 금정문화회관 소강당에서 이문열 원작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무대에 올렸다. K.I.C.도 학교신문과 인터넷 신문(http://www.kjjhg.wo.to)을 발행하며 학교를 알리고 있다. 종립학교로서의 신행 활동은 단연 전국 최고를 자부한다. 불교학생회, 전국 유일의 불교보이스카웃 지역대인 선재지역대, 명상수련반, 파라미타학생회 등 불교관련 동아리들은 정기 법회는 물론 부처님 4대 명절 기념 법회, 1080배 철야정진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신심을 키우고 있다. 또한 교직원 가운데 7명이 포교사로 활동하고 있고, 매년 수계식을 개최해 교직원 100%, 학생 60% 정도가 계를 받았다. 학생들에 못지않게 학부모들의 신행도 대단하다. 매달 100여명이 한차례 법회를 보는 불자어머니회(회장 강성덕광)는 수련대회 등 학교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도움을 주고 있고 매달 십시일반 보시금을 모아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하는 등 무주상 보시를 실천하고 있다. 또한 임원들이 윤독회를 구성해 경전공부도 열심이다.

체험학습을 통한 환경실천교육은 금정중학교만의 특색있는 프로그램이다.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위해 법기, 회동수원지, 명장 정수장, 생곡 쓰레기 매립장 등을 견학하고 온천천과 낙동강 생태조사 등 다양한 활동을 실시해 오고 있다. 생태탐방 및 오염 현장 견학은 학생들에게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일깨워 주고 자연의 소중함을 스스로 깨닫게 만들고 있다. 이같은 교육적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실천수업공모에 응모, 올해 부산시 교육청으로부터 5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금정중학교의 모든 교실에는 펜티엄Ⅲ 컴퓨터, OHP, 43인치 대형 프로젝션 TV 등 최신 교육 기자재가 갖춰져 있다. 그만큼 정보화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금정중학교는 최근 교과서 중심의 전통적 학습방법을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수업으로 개선하고 있다. 개인 눈높이에 맞는 학습자료를 통해 학생들에게 정보사회에 필요한 능력과 자질을 키워 스스로가 학습의 주체가 되는 평생학습의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학습자료 개발실을 운영, 과목별 최신 학습자료를 비치하고 선생님들이 교재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수업방법의 변화는 학생들의 인격형성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수업시간 또는 학교에서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고민들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성, 진로, 인생에 관한 고민을 선생님과 이메일로 상담하고 있고 이를 통해 학생과 교사의 신뢰가 쌓이고 있다. 1909년 범어사 침계료에서 처음 당간을 올린 지방학림(중등교육기관정도)을 모태로 교육불사에 매진하기 시작한 금정중학교는 일제시대 두 번이나 폐교당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46년 금정 초급 중학교라는 이름으로 재 개교해 현재 이사장 벽파스님의 후원아래 1,118명의 청보리들이 ‘민족학교’, ‘지역 최고의 명문사학’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김두식 기자 doobi@buddhapia.com

교법사실에서

현익채·이종군·이석언 교법사

“인생 얘기하며 불심 퍼트려”

종립학교 가운데 교법사가 가장 많은 학교가 바로 금정중학교다. 교학에 그만큼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3명의 교법사 가운데 현익채 교법사는 맏형이나 다름없다. 장남이 집안의 기둥이듯 금정중학교 불교활동은 현 교법사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69년 대불련 활동을 시작으로 불교에 귀의한 그는 부산불교중고등학생회를 지도한 인연으로 청소년 포교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불자신행의 길잡이>, <청소년 법회 길잡이> 등의 책을 편찬하며 청보리들에게 올바른 신행의 방향을 제시했었다. 지금도 레이크리에이션 등 교육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해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옆집 아저씨와 같은 포근한 인상의 이종군 교법사는 교학시간에 불교만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이야기를 한다. 봄에 농부가 밭에 씨를 뿌리듯 교학시간에 인생을 이야기하며 불교라는 씨앗을 뿌린다는 것이다. 그는 또 타종교를 믿는 학생들에게 남의 종교를 알아야 자기 종교를 더 이해하고 믿음이 깊어진다고 가르친다. ‘나’라는 것보다 ‘우리’라는 의미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이석언 교법사도 교학수업방법이 기존의 강의식이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불교야사, 역사, 문화 이야기를 통해 불교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고 있다. 특히 그는 고등학교시절부터 연극을 한 경험을 살려 연극영상반을 운영하며 학생지도에 여념이 없다.

금정중 유기윤 교장

“지식보다 인간존중 교육”

75년 부임해 33년을 근무한 유기윤 교장은 금정중학교의 터줏대감이다. 학교 구석구석에는 그의 손길이 안 미친 곳이 없다. 유 교장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 보다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학생과 교사간 그리고 교사와 교사, 학생과 학생간에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지금의 왕따와 같은 사회적 문제는 발생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인간존중이 올바른 교육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아침 법당에 들러 부처님을 참배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유 교장은 불교의 자비와 평등사상에 입각한 인성교육을 강조한다. 그는 또 불교장학금이 1년에 천만원이 넘는다며 장학금 하나만 봐도 지역 최고의 수준이라며 은근히 자랑한다.

금정중의 자랑

3·1운동, 4·19 기념탑 위용

3·1운동 당시 금정중학교의 전신인 지방학림 학생과 동문들이 ‘一死 는 자유를 얻는 것만 같지 못하다’라는 독립사상을 고취하는 격문을 수백매 작성하여 동래시장에 뿌리고 동래경찰서로 돌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34명의 학생들이 재판을 받았고 일제에 의해 강제로 폐교를 당하는 비운을 겪었다. 1926년 다시 개교한 후 43년 12월 1일 조선어학회 사건에 당시 금정학원 김법린 원장이 관련되어 두 번째 폐교를 당했다. 교문을 들어서면 안쪽에 서있는 3·1운동 유공비은 이를 기리고 있다.

“잃은 주권과 빼앗긴 자유를 한사코 찾겠다는 겨레의 비원이 … 동래 시장통에서 젊은님들이 민족의 정기에 호소하고 우리 주장을 널리 선포하여 만세 소리가 하늘에 진동하고 운집한 군중이 거리를 메우었을 때…” 3·1운동 유공비에 새겨진 비문의 일부분이다. 짧은 글이지만 민족의 독립을 위해 싸운 금정인의 굳은 기개를 느낄 수 있다.

한편 3·1운동 기념탑 옆에는 4·19민주혁명추모탑이 서있다. 이 추모탑은 4·19민주혁명 당시 금정중학교 출신의 신정융 열사가 경찰의 무차별적인 총격으로 서거한 것을 추모하기 위해 1981년 세워졌다. 민족의 독립과 민주화를 위해 죽음까지 불사했던 숭고한 정신. 금정중학교 학생들은 매일 등 하교때마다 금정의 살아있는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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