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 숙 (취재1부 부장)

20일 정토회가 밝힌 4차 1000일 결사 사업계획에서 유독 눈길을 끈 부분은 前 불교환경교육원 사무국장 유정길씨의 ‘공양주로의 변신’이다. 환경이라는 말이 생소했던 10여년전부터 환경 및 사회 운동을 위해 불철주야 애써오던 유정길씨는 ‘불교환경=유정길’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불교환경운동의 ‘선구자’적인 존재다.
유정길씨가 10여년 일해왔던 환경교육원의 사무국장 감투를 버리고 이번 정토회의 조직순환에 따라 ‘공양주직’을 자청했다는 이야기는 신선한 감동을 준다. 유씨는 3월부터 정토회관에서 일하는 60여 상근자의 하루 세끼를 책임진다고 한다. “매우 파격적이다”는 말에 유씨는 “젊은 사람들이 일을 더 잘할수 있도록 (공양주로서)뒷바라지 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출가한 행자가 가장 먼저 맡게되는 일이 대부분 ‘공양간 일’이다. 밥하고 국 끓이고 반찬만들고 하는 허드렛일의 반복을 통해 행자들은 그동안 알게모르게 배어있던 상(相)이나 자만심을 버리고 저절로 하심을 익히게 된다.
40이 넘은 나이에, 환경전문가로 불교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유명인사인 유정길씨가 공양간 일로 하심 쌓기와 수행에 매진해 가겠다는 결심은 ‘자리’나 ‘지위’에 집착하는 일부 교계인사들에게 경종이 된다. 발전과 쇄신을 위해 자리를 비워주기는 커녕 욕을 먹으면서까지 장기간 요지부동인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비춰보게 하는 거울이 될것 같다.
부처님께서도 두타행을 하는 수행자들에게 한 나무에서 3일 이상 머무르지 말라고 하셨다. 집착이 일어남을 경계하신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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