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조 교수, 불교문화학회 학술대회서 주장

한글로 된 최초의 불서(佛書)로 추정되는 <원각선종석보(圓覺禪宗釋譜)>가 발견됐다.
현재 학계에선 한글 불서의 상한선을 <월인천강지곡>이 완성된 세종 28년(1446년)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에 발견된 <원각선종석보>는 세종 20년(1438년) 천불사에서 간행된 것으로 이보다 8년이나 앞선 것이다.
노태조 대전보건대 교수가 10월 30일 한국불교문화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공개한 <원각선종석보>는 아직까지 이 책의 이름이나 천불사라는 절을 언급하고 있는 문헌기록이 발견되지 않아 진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증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본이 확실하다면 한글 창제 시기 역시 세종 25년(1443년)에서 5년 이상 앞당겨지게 된다.
노 교수는 “한글 창제가 워낙 비밀리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관련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천불사 역시 실제 절 이름이라기보다 당시 궁중에 있던 내불당을 비밀리에 지칭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원각선종석보>는 <석보상절> <월인석보> 등과 같이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그린 석보계 한글 불서로 전체 5권 분량. 이번에 공개된 것은 제1권으로 끝머리에 ‘정통(正統; 1436~1449년 사용된 명나라 연호) 3년 천불사(天佛寺)’라고 적혀 있어 1438년 개판·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1999년 입적한 일타 스님이 중국에서 구해 가지고 있다 제1권을 복사하여 려증동 전 경상대 교수에게 연구 자료로 기증한 것을, 노 교수가 다시 복사해 가지고 있던 것이다.
“체제나 판형, 자형, 어휘, 문장, 방점, 한자에 동국정운식 음이 달려있는 것 등이 <석보상절>이나 <월인석보> 등과 비슷하여 15세기 초 문헌으로 손색이 없다”고 밝힌 노 교수는 “<원각선종석보>는 석보계 최초의 한글 불서로, 앞으로 관련 학계의 본격적인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일타 스님이 입적한 지 3년이 지났기 때문에 유품이 정리되고 원본이 공개되면 진본 여부를 확실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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