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전은 색채 장엄보다는 역학성의구조미로써 조형의 의장미를 대신한노동집약적 장인정신이 밴 설치예술화엄사상과 아미타신앙의 조화부석사 가람은 하나의 완결된 통일성의 유기체에 가깝다. 지형과 건축, 불교교리, 서사의 맥락들이 긴밀하게 통합되어 있다. 부석사 가람경영에 발휘한 절묘한 지혜는 무엇보다 입지선정의 탁월한 안목에 있을 것이다. 국토의 등뼈 백두대간은 태백산에서 몸을 비틀어 서남으로 아스라이 내달려 소백산의 연봉들로 굽이친다. 비로봉, 연화봉, 도솔봉 등등, 그 연봉들은 이름에서부터 불교세계관을 반영한다. 불국의 연봉들을 안산(
불모의 숲, 남방화소 마곡사그림 그리는 화승(畵僧)들을 전문적으로 기르고 배출하는 사찰을 ‘화소사찰(畵所寺刹)’이라 부른다. 화소사찰은 불교 조형미술 예술가들인 불모(佛母)를 길러내고 화맥의 전통을 형성하는 저수지로 역할 했다.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화소가 경산화소, 북방화소, 남방화소다. 경산화소는 서울경기지역 화소로 남양주 흥국사가 중심이었고, 북방화소는 금강산 일대로 유점사가 중심에 있었다. 남방화소는 공주 계룡산을 권역으로 해서 ‘계룡산 화파’로도 불리웠는데, 태화산 마곡사가 중심이었다. 남방화소는 19세기 말 금호당 약효스님
한국산사 법당은 연화장의 법계우주한국산사의 법당 내부는 온통 연꽃 장엄의 세계다. 법당 안팎을 연꽃으로 장엄한 것은 대웅전을 비롯한 법당이 연화장세계이기 때문이다.〈화엄경〉에서 연화장세계는 연꽃과 보배나무, 온갖 보석으로 장엄되어 있고, 오색구름이 자욱하며, 아름다운 음악과 향기로움으로 가득한 세계다. 천정 빗반자나 공포(?包)의 순각판에 구름이 자욱하고, 천정 가장자리에 주악비천벽화를 그려 둔 뜻도 연화장세계의 장엄으로 보아야 한다. 연화장세계의 중심엔 비로자나불이 계신다. 비로자나불은 형상도 음성도 없다. 빛이고, 진리 그 자체
판벽에 ‘해(海)’자와 ‘수(水)’자 투각구름문양에 물고기, 거북조각 화판천정 외곽엔 선학, 내부엔 연화문양불전내부 수묵화 장엄은 선암사 실경화재 대비한 연못, 돌담, 구름문양선암사는 자연의 푸르름 속에 경영한 한국산사 원림조영의 자연주의 아름다움이 빛나는 절집이다. 곳곳에 조성한 연못과 활엽수, 꽃나무들이 화원(花園)의 숲을 이룬다. 화원의 아름다움을 지닌 내면에는 화재를 대비한 지혜로움도 세심하게 고려되어 있다. 선암사는 화재의 상처가 깊다. 18, 19세기에 걸쳐 70년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네 차례의 큰 화재가 연이어서 사
내외부 판벽에 조영한 44점 판벽화파주 보광사 대웅보전은 영조 16년(1740년)에 중건된 건물이다. 장엄에 나타나는 두드러진 특징은 법당 내외부에 걸쳐 풍부한 판벽화를 경영하였다는 데 있다. 법당 내부 천정의 빗반자 벽화는 전국에 걸쳐 전통사찰에 두루 나타나지만, 외부 판벽화 조성은 드문 사례에 해당한다. 그것은 자연 풍화에 취약한 내구성을 지닌 나무 소재의 물리적 속성에 따른 것이다. 불전건물 외부판벽에 의미 있는 벽화가 현존하는 곳은 서너 곳에 지나지 않는다. 문경 대승사 극락전과 명부전, 김천 청암사 대웅전, 의성 고운사 연
서쪽 벽면에 아미타여래 설법벽화양산 신흥사 대광전은 순치 십사년(효종 8년: 1657년)에 건립한 17세기 맞배지붕의 건축이다. 동서 좌우 벽면에 넓은 화면이 구조적으로 나타난다. 내부장엄에 불교교의를 충실히 구현한 종교장엄의 특징이 뚜렷하다. 장엄의 중심에 미술을 통한 불보살의 봉안과 수호신장의 배치에 두었다. 즉 다섯 점의 대형벽화가 내부장엄의 중심을 차지한다. 맞배지붕의 구조에서 형성된 좌우 대형벽면을 단청 별지화의 미술화면으로 적극 활용하였기 때문이다. 다섯 점의 대형벽화는 동측면의 약사여래삼존벽화, 서측면의 아미타삼존도와
직지사 대웅전은 천정장엄 뿐만이 아니라, 사찰벽화, 불단장엄에서도 탁월한 경영능력을 드러낸다. 천정의 범자장엄이 그러하듯이 전면 5칸 규모의 건물크기에 조응하듯 벽화와 불단, 나아가 삼존불의 후불탱화도 화면의 크기에 있어 스케일을 갖춰 조성한 특징이 두드러지다. 원래 직지사 대웅전은 ‘대웅대광명전’으로, 전면 5칸의 중층건물이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1649년에 이르러 정면 5칸은 유지한 채 오늘날 모습인 단층으로 중건되었다. 불단이나 벽화 등에서 스케일 갖춘 대형화면이 나타난 배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직지사 내부벽화는
마루 높이 맞춰 동선 연결봉정사 영산암은 응진전을 주불전으로 경영한 봉정사 속의 작은 암자 공간이다. 독립된 암자라기보다는 중심영역에서 비켜 마련한 별채 공간의 느낌을 갖게 한다. 우화루와 응진전, 송암당 등 여섯 채의 건축이 올망졸망 다닥다닥 붙어 ㅁ자형 공간을 연출한다. 건축 저마다의 위상학적 높이는 산지지형에 따라 서로 다른 표고(標高)를 가진다. 하단, 중단, 상단의 세 높이의 마당에 맞춰 건축을 배치했다. 하단에는 진입누각인 우화루가 성벽처럼 정면을 버텨 서있고, 중간 마당 좌우에는 송암당과 관심당의 두 요사채 건물이, 상
고구려 고분벽화의 소재와 사신도불영사 대웅보전 장엄세계의 두드러진 특색은 내부장엄 곳곳에 고구려 고분벽화의 소재와 모티프를 풍부하게 취하고 있다는 데 있다. 고구려 고분미술의 원형을 1200여년의 시간 간극을 뛰어넘어 유사하게 재현하고 있어 놀랍다. 내부 단청장엄 곳곳에 연화문과 천문 별자리, 사신도(四神圖)를 연상케 하는 신령한 동물들, 주악비천 등 고구려 고분벽화의 소재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불영사 대웅보전의 사신도는 창방, 대들보, 천정 등 불전 내부 곳곳에 혼재한다. 용과 백호, 현무, 주작의 사신도는 고구려 고분벽
법주사 두 축선과 세 상징적 성소종교학자 엘리아데는 성(聖)과 속(俗)의 상반성의 합일에 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저명하다.엘리아데의 표현에 의하면 성스러운 종교적 공간은 ‘성스러움의 드러남’, 곧 ‘히에로파니(hierophany)’를 갖춤으로써 세속과 차별되는 신성을 갖는다고 보았다. 그런데 성스러운 공간 역시 세속의 지상에 구현한 것이다. 세속적이면서 성스러운 모순된 상반성의 합일로 나타난다. 성과 속의 변증법적 관계다.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종교건축은 어떤 방법과 형식을 통해 히에로파니의 표상을 갖출 수 있는
영산전에 법화경과 부처님 행적벽화통도사 가람은 한국 사찰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불전건축의 종합 전시장이라 하여도 지나침이 없다. 그것은 1300여 년의 시간에 걸쳐 형성된 변용과 통합의 산물로 이해할 수 있다. 불전건축의 다양성만큼이나 조형을 통한 장엄 세계도 풍부하다. 벽화, 불단, 꽃살문, 닫집, 단청, 천정장엄 등에서 수적, 질적인 측면을 아울러 고밀도로 분포한다. 한국사찰에 구현한 거의 모든 불전건축과 장엄세계가 집약되어 있다.통도사의 장엄세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사찰벽화의 총체적 경영에 있다. 대웅전, 영산전, 용화전
카오스 속의 질서영축산 통도사는 한국불교, 혹은 한국 전통사찰에 구현한 교리체계의 전모를 살피는 데 대단한 실증을 제공한다. 가람에 경영한 다양한 건축들은 언뜻 보면 비정형의 무질서 배치로 다가온다. 전통건축의 집합적 군집성이 두드러진 까닭에 불교건축의 종합 전시장에 가깝다.하지만 가람경영에 내재된 큰 흐름과 지향은 분명하고도 뚜렷하다. 거룩한 중심으로 향하는 기승전결(起承轉結)의 방식이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영역, 천왕문에서 불이문까지 하로전(下爐殿) 영역, 불이문에서 오층석탑까지 중로전(中爐殿) 영역, 적멸보궁(대웅전)과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