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에서는 석굴암 건축에 담겨있는 비밀을 알아보았다. 어째서 화강암의 ‘돌’ 건물을, 그것도 ‘원형’의 형태로, 토함산 그 높은 곳에 올리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을까? 원형이라는 모양에 담겨있는 종교적 상징은 무엇일까? 이러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지난 연재에) 풀어보았다.(도판① 돔Dome 형식의 천개와 천개를 둘러있는 감실 도안. 천개는 연꽃이 만개한 모습인데, 감실 공간은 마치 연꽃잎이 둘러 핀 것처럼 배치됐다. 도판② 석굴암 원실의 도면. 본 법당은 거대한 여의주의 공간이 구현됐다.) 그럼, 이번 연재에서는 석굴암 내부
그가 가리켜준 대로 이 골목 저 골목을 한참 헤매 돌았다. 전형적인 인도풍으로 지어진 집들 사이로 판자촌이 나타났다. 아무리 계급층이 두꺼운 나라라고 하지만 좀 전의 풍경에 비하면 조악하기 그지없다. 그래서인지 으리으리한 집 저쪽과는 달리 골목길이 좁았다. 마주 오는 두 사람의 어깨가 닿을 듯 좁아지는가 하면 어느새 우마가 지나다닐 만큼 넓어지고는 했다.왈리 슈트라 쉼라가 사는 집은 어지러운 거리 구석 자리에 안쓰럽게 처박히듯 끼어 있었다. 판잣집은 아니었다. 흙으로 벽을 세워 필시 나무껍질이지 싶은 재료로 지붕을 얹은 집이었다.본
〈원문〉“아난아, 어떤 것을 세계전도(世界顚倒)라 하는가 하면 이 혹(惑)과 업(業)으로 분단(分段)이 허망하게 생기느니라. 이를 인해 계(界 : 공간)가 성립되고 천류(遷流)하여 머물지 아니하므로 이를 인해 세(世 : 시간)이 성립되느니라. 삼세와 사방이 화합하여 서로 곱하여(涉)져 변화하는 중생이 열두 종류를 이루느니라. 이렇기 때문에 세계가 움직임(動)을 인하여 소리(聲)가 있고, 소리를 인해 색(色)이 있고, 색을 인하여 향(香)이 있으며, 향을 인하여 촉(觸)이 있고, 촉을 인하여 미(味)가 있으며, 미를 인하여 법(法)을
자연지(自然智)는 보살도 10지와 묘각도에서 갖추어지는 지혜이다. 자연지를 갖추게 되면 여래장 연기의 원인과 과정을 알게 된다. 일체종지(一切種智)는 등각도에서 갖추어지는 지혜이다. 대적정문과 대자비문이 불이문을 이루었을 때 갖추어진다. 불지(佛智)는 묘각도에서 갖추어지는 지혜이다. 여래지(如來智)는 묘각도 이후에 정토불사를 행하면서 갖추어지는 지혜이다. 진여수행에 있어서 6바라밀과 생멸수행에 있어서 6바라밀은 제도의 목적과 방법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 생멸수행의 6바라밀은 스스로 갖고 있는 생멸심을 분리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진리는 ‘믿는다, 믿지 않는다.’는 것이 만들어내는 차이가 없고, ‘한다, 하지 않는다.’는 것에 의해 차이가 만들어지지도 않지만, 지금 여기에서 바로 나타나거나 나중에 나타나는 차이는 분명히 있다. 빠르고 느린 차이가 있다고 해서 지식이나 사량분별하는 마음에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함없기에 행위 없이 나타난다. 이때의 행위 없음은 동작에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음의 작용에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한 번의 돌아보는 앎에 있다. 이때 돌아본다는 것은 모든 것을 꿰뚫는 일이지만 특별함
명상하면 흔히 눈을 감고 고요한 곳에서 하는 것으로 아는 분들이 많다. 남방불교 승가의 위빠사나 사마타 명상법에서는 대체로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라 한다. 반면에 북방 불교의 화두 명상(간화선)에서는 반드시 눈을 뜨고 하라 한다. 이 때문에 명상을 처음 배우는 분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왜 화두 명상에서는 반드시 눈을 뜨고 하라 할까? 이것은 단순한 것 같지만, 사실 깊은 뜻이 숨어 있다. 오늘은 이 문제를 알아보자. 왜 명상은 눈을 감고하는가?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명상에 들어 깨달음을 성취할 때 ‘새벽별을 보고 깨쳤
9월 8일 저녁 중동고교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다음날 교육부 주관으로 17개 시·도교육청이 참여하는 ‘2023년 학교폭력 예방 선도학교 운영담당자 설명회’에서 중동고의 사회·정서 프로그램인 ‘아침 3분 명상’이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돼 발표한다는 것이었다. 중동고 아침 3분 명상 콘텐츠를 개발한 필자가 대표로 있는 무진어소시에이츠 하루명상을 소개할 예정이라 미리 알려준다는 내용이었다. 갑작스런 전화였지만 매우 반갑고 고마웠다.2년 전 중동고 이명학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학생들을 위한 명상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연락이 왔을 때 굉
신라 왕실의 불교 정체성진덕여왕의 이름은 ‘승만(勝鬘)’이다. 〈승만경〉의 주인공 파사닉왕과 마리부인의 딸로 아유타국에 시집간 승만과 이름이 같다. 사촌언니 선덕여왕의 이름은 덕만이다. 덕만은 〈열반경〉에 나오는 ‘덕만 우바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여자로 태어난 보살의 이름이다. 선덕(善德)은 수미산의 꼭대기에 있는 도리천을 주재하는 천신 선덕 바라문을 뜻하는 것으로 본다. 이처럼 신라 27대 왕 선덕(재위 632~647)을 덕만 우바이와 동일시했다면 28대 진덕(재위 647~654)은 부처의 인가를 받아 〈승
심 작가의 말에 내가 웃었다. 오오스마 기자와 심 작가를 안 지 꽤 되었어도 이런 말을 나누어보지 않았는데 그만큼 가까워진 것인지도 몰랐다.-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닐 것 같습니다. 생각이 나네요. 이 문제를 지혜나 어리석음으로 풀어 버리는 보살이….-그가 누군가요?심 작가가 사심 없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바로 뇌천(雷天)보살이란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분은 그것이 지혜(明)와 어리석음(無明)이 서로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고 하더군요.-어렵네요.-어렵지요.-어리석음의 본성은 곧 지혜요, 이 지혜를 지혜로써 집착하지 않을
16나한의 소의경전은 〈법주기〉나한(羅漢)은 범어 아르한(Arhan)의 음역인 아라한의 줄임말이다. 아라한은 부처님의 제자로서 수행을 통해 일체의 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은 성자다. 공양 받아 마땅한 성인으로서 ‘응공(應供)’으로도 부르고, 진리에 상응하는 분으로 ‘응진(應眞)’, 깨달음을 얻어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어 ‘무학(無學)’으로도 부른다. 더욱이 부처님으로부터 미래 세상에 부처로 수기를 받으신 분이기도 하다. 제자 중 사리불은 화광여래, 목건련은 전단향여래, 교진여 등 500아라한은 보명여래로 이미 수기 받으셨다. 다만
가을이 되면 즐겨 듣는 아트록 노래 두 곡이 있다. 한 곡은 스트롭스(Strawbs)의 ‘가을(Autumn)’이고, 다른 한 곡은 아프로디테스 차일드(Aphrodite’s Child)의 ‘봄, 여름, 겨울 그리고 가을(Spring, Summer, Winter And Fall)’이다. 두 곡을 듣다가 필자는 다른 계절과 달리 가을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는 두 개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 ‘Autumn’은 ‘말라가는’ 내지는 ‘건조해지는’이라는 의미의 고대 프랑스어인 ‘Autumpne’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16세기 이전에는
〈원문〉“아난아, 어떤 것을 중생이 뒤바뀐 것이라 하는가? 아난아, 본성이 밝은 마음이 성이 밝고 원만하기 때문에 밝음을 원인으로 하여 성품이 펼쳐져 성에서 허망하게 보는 것이 생기느니라.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마침내 있는 것이 이루어졌느니라. 이 있고, 있게 되는 것이 원인이나 원인이 되는 것도 아니어서 머물고 머무는 바의 상태가 마침내 근본이 없는데 이 머무름이 없는 것을 근본으로 하여 세계와 중생이 건립되었느니라. 본래의 원만하고 밝은 것을 미혹하여 허망이 생기었나니 허망의 성이 실체가 없어서 의지하는 바가 있지도 않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