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장곡 석조여래좌상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계단이 보인다. 이 계단을 오르는 것이 힘들 것 같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 글을 보고 아쉬움에 잠 못 들 것이다. 눈에 들어오는 계단을 오르면 바로 1000년을 넘게 삼릉계곡을 지키고 계신 관세음보살님이 서 계시기 때문이다. 일명 삼릉계곡 마애관음보살입상이다. 무엇보다 조선 500년 숭유억불의 풍파를 이겨내고 당당하게 서 계신 늠름한 향기가 풍기는 보살상이다.조선은 불교를 적극적으로 비판하던 주자학을 근본으로 해 1392년 건국된 국가다. 조선에서 불교는 탄압받고 파괴되는 모습을
SF는 영어로 Science Fiction, 그러니까 과학에 대한 허구적 이야기를 지어내는 장르이고, 관습적으로는 ‘공상과학’이라고 번역하곤 한다. 그런데 사실 SF장르 안에 ‘공상’과 ‘과학’에 고르게 방점을 둔 작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령, 개봉 전부터 전 세계 흥행을 노린 〈듄: 파트2〉 같은 작품은 원작인 소설이나, 그 소설의 설정을 가져다가 만든 컴퓨터 게임이나 1984년에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연출했던 〈듄〉(이 영화를 당시에는 ‘사구’, 그러니까 ‘모래 언덕’이라고 소개됐던 작품)이나, 최근작까지 아무리 살펴봐도 설
해가 지기 전까지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면 간만큼 땅을 다 차지할 수 있는 마을이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안간힘으로 더 멀리 내달렸지만, 아무도 제때 돌아오지 못했다. 한때 어두운 새벽에 별을 보며 출근했다가 캄캄한 저녁에 별을 보며 퇴근하는 일이 잦았다. 집은 오직 씻고 잠을 자는 공간이었으며, 오래 고민하고 산 좋은 오디오가 있어도 음악을 듣지 못했고 좋은 자전거가 있어도 마음껏 달려보지 못했다. 산이 좋아 산 가까이 이사를 했음에도 등산 한번 하지 못했다. 뭔가 거꾸로 사는 느낌, 내 삶에 내가 주인이 아니라 객이 된 느낌이 들었
대학생 지도법사를 하면서 꿈꾸는 일들이 많아졌다. 대학생들에겐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스펀지처럼 받아들이고, 생각보다 더 기발한 아이디어와 진중한 사유 체계가 이들에게선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교를 대하는 태도가 스님인 나로 하여금 스님의 상을 벗게 만든다.2024년을 시작하며 대학생 법우들과 해외봉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종단에서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불교문화행사 국고보조금 지원사업 공모가 있어 도전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주변에 10년 넘게 스리랑카 해외봉사를 꾸준히 하고 있는 스님이 계셔서 조언을
아침마다 온라인 줌(ZOOM)으로 함께 을 공부 중인 민희(가명)님은 사건이 있던 그날 밤부터 마음이 주체할 수 없이 아팠는데, 다음날 마침 온라인으로 하는 100일간의 108배와 공부 안내를 보고는 ‘나를 위한 공부구나’ 싶어 동참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인생은 타이밍이다! 법문을 읽다가 마음에 와 닿는 구절에선 울컥하며 말을 잇지 못하고, 아픈 상처가 떠오를 땐 한동안 울먹이던 그녀가 그날의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저는 형제가 저 혼자뿐이에요. 자라면서 형제 없이 모든 걸 혼자 결정해오다 보니까
봉사하는 스님들의 모임 화엄승가회(회장 자인 스님)가 창립 9주년 기념법회를 3월 23일 부산불교교육대학 대강당에서 봉행했다.이날 행사에는 화엄승가회 회장 자인 스님, 부산불교교육대학 학장 범혜스님, 화엄승가회 회원스님들과 권성렬 부산교수불자회장을 비롯한 불교동아리 지도 교수, 부산불교교육대학 회장단, 김은정 대불련 부산지부장 및 각 대학 불교동아리 대표자들이 함께 했다.행사는 △삼귀의 △반야심경 △발원문 △내빈소개 △경과보고 △임명장 수여 △회원증 수여 △감사패 수여 △모범 신행상 수여 △모교 발전 장학금 전달 △대학교 불교 동아
김제 금산사와 관련된 인물들이 한국사와 불교사에 미친 영향을 심층적으로 다룬 ‘인물로 보는 금산사’ 학술대회가 김제 금산사 처영기념관에서 열렸다.3월 22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2024년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기념하여 개최하는 국립전주박물관 특별전과 연계해 개최됐다.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가 주최하고 김제 금산사(주지 일원 스님)와 한국고대사탐구학회(회장 조범환)가 주관한 이번 학술대회는 ‘인물로 보는 금산사’라는 주제로 오랜 세월 전북민의 곁에서 미륵신앙의 성지로 법등을 이어 온 금산사와 관련 인물들이
이름값을 한다는 것절에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름 하나씩 더 가지고 있습니다. 입문자를 위한 기초교육을 마치면 스님에게서 법명을 받거나 오래 전에 스님에게 법명을 받은 사람도 많습니다. 대체로 이름이란 내가 “이 이름으로 해주세요”라고 콕 집어서 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름을 지어주는 사람 마음인 경우가 많지요. 태어나면서 부모에게서 받은 이름도 그렇고 절에서 받은 이름도 그렇습니다. 또 법명은 하나만 지니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불자들은 여러 스님에게서 법명을 받아서 자기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쓰기도 합니다.
오늘 이렇게 여러분과 같이 한자리에, 항상 한자리를 하면서도 또 한자리를 한 것 같습니다. 우주의 섭리와 더불어 우리 생활이 같이 돌아가면서도 너 나가 있듯이, 너 나가 있으면서도 한자리 하고, 한자리를 하면서도 한자리가 아니고 한자리가 아니면서도 한자리를 할 수 있는 깊은 뜻, 그 깊은 뜻에 의해서 우리는 움죽거리고 있는 것입니다.항상 여러분한테 말씀해 드리는 것은 말로 그냥 떨어지게 하는 게 아니라 그 말이 법이 돼서 여러분한테 이익이 가고 여러분 생활에 지침이 될 수 있는 그러한 문제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책을 보고 어떠한 이
관절이나 관절주변에 결정(크리스탈)들이 침착하여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을 의학용어로 결정유발관절염이라고 한다. 결정유발관절염을 일으키는 흔한 결정은 세가지 정도인데 이중 요산나트륨(Monosodium urate, MSU)에 의한 질환을 통풍이라 한다. 통풍은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가 기술한 문헌에 나올만큼 오래된 질환이다. 당시에는 주로 부자들이 걸리고 통증이 매우 극심해서 ‘The disease of Kings(왕들의 병), The King of disease(질병의 왕)’라고 불리기도 했다. 통풍은 류마티
‘우리들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이 어쩌면 어린애들 놀이 같아~’유행가 가사처럼, 요즘 벌어지는 세상사는 철없고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 “비트코인? 애들 불장난치는 걸 어른이 말려야지, 보고만 있으면 되겠습니까?” 수년전 뜬금없이 등장한 가상화폐 열풍에 각종 매체에서 떠들던 단골 멘트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불장난이 아니라 그야말로 불장(상승장)이다. 그때는 옳고 지금은 틀린 걸까? 진실은 사랑처럼 움직이는 걸까? 소프트웨어에서 시작되어 인공지능, 가상현실, 메타버스, 디지털트윈, 블록체인 그리고 가상화폐에 이르기까지 현대사회를
석가모니 부처님의 열반 이후에 무량한 게송이 밀교 경전에 수록돼 남천축국 철탑 안에 봉안됐다. 그러나 철문은 굳게 닫히고 쇠사슬로 겹겹이 봉쇄돼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이 문을 열 수 없었다. 천축의 불법이 쇠퇴해갈 무렵, 덕 높은 아사리 한 분이 이 탑에 이르러 진언을 외우자 비로자나불이 비로소 그 몸을 드러내었고, 이윽고 허공 중에 문자로서 설법을 나투었다. 범상치 않은 법문임을 알아차린 그는 차례로 그것을 종이에 옮겨 적었는데, 서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허공의 문자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아사리는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고 염송
대학생 전법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3월 17일에는 봉선사에서 3개 대학 4개 불교동아리를 창립해 이를 기념하는 법회를 열었다. 특히, 양주 서정대는 국내 학생과 외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불교동아리가 각각 창립했고, 기독 종립 대학인 신한대에는 50명이 넘는 회원을 모아 정식 동아리로 등록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봉선사는 4개 대학 5개 불교동아리 창립을 견인해냈다.3월 20일에는 동국대 단과대학에서는 처음으로 사회과학대학 불교동아리 ‘템플애플’이 창립됐다. 사회과학부 학부생·대학원생 등 총 84명이 주축이 된 ‘템플애플’은
조계종 중앙종회는 3월 19일 열린 제239회 임시회에서 이번 회기 핵심 사안으로 평가된 종헌 개정의 건을 상정해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쳐 가결했다. 이에 따라 교육원과 포교원은 내년 4월 1일자로 종헌에서 삭제된다. 1년여의 유예기간 동안 총무원은 중앙종무기관 조직 개편을 위한 세부 작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교육원과 포교원을 통합해 총무원 1원 체재로 개편하는 것은 시대 변화에 원활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일각에서는 삼원의 통합으로 총무원장에게 권력이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는 1994년 종단개혁의 핵심에서는 비껴
이미 떠나신 지 오래지만당신의 가르침은 늘 빛을 내고 세상을 맑게 하며 영원히 저희 곁에서 당신의 위대한 원력으로 보살펴 주십니다.
자비실천도량 진안 쌍봉사(주지 보경 스님)가 사회복지법인 진안군사회복지협의회(회장 김진)에 사회취약 계층을 위한 자비의 쌀을 전달했다.사회복지법인 진안읍 지회장을 겸하고 있는 쌍봉사 주지 보경스님은 3월 21일 쌍봉사 큰법당 앞마당에서 자비의 쌀 1,000kg (10kg. 100포)를 전달했다.이날 전달된 자비의 쌀은 진안읍에 50포대 진안군 10개면에 각 5포대씩 홀몸 어르신, 80세 이상 어르신 가정에 전달됐다.전달식에는 쌍봉사 주지 보경 스님을 비롯해 쌍봉사 섬김 봉사단원들과 김진 진안군사회복지협의회장과 회원, 자원봉사자 등
광주 무등산 문빈정사(주지 법공 스님)는 (사)자비신행회와 공동으로 3월 14일 ‘법공 스님의 행복나눔 방앗간’을 개설하고, 동구 재활용 사업장을 찾아 작업자 140명에게 떡과 음료를 전달했다.행복나눔 방앗간은 문빈정사 신도들이 부처님 전에 올린 공양미를 사회에 환원하고자 떡으로 만들어 지역 내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기획되었다.전달식은 법공 스님, 동구의회 박현정 의원 등이 참여해 동구 소태동에 위치한 재활용센터에서 진행됐다. 법공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신도들이 부처님 전에 올린 공
쌍계사(주지 지현)가 고산당 혜원 대선사 열반 3주기를 맞아 추모 다례재를 봉행했다.3월 20일 쌍계사 부도전과 팔영루에서 봉행된 고산 혜원대선사 추모 다례재에는 쌍계사 회주 영담스님, 쌍계사 주지 지현스님, 전계제자 덕민스님, 보리암 성조스님, 칠불사 도응스님, 용문사 승원스님을 비롯한 문도스님들과 쌍계사 본말사 사부대중이 동참했다.이날 추모재에 동참한 사부대중은 고산스님의 생전 가르침인 몸 전체를 의미하는 ‘몸띠’를 주제로한 영상을 시청하며 생전 스님의 유지를 다시 한번 되새겼다.고산문도회 문장 영담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쌍계사
조계종 17교구 금산사 전주 혁신도시 포교당 수현사에서 운영중인 수현 불교대학 제7기 입학식과 불교걸음마학당1기 입학식이 봉행됐다.수현사불교대학(학장 일원 스님. 금산사 주지)는 3월 20일 수현사 3층 큰법당에서 봉행된 입학식에는 학장 일원스님, 부학장 수현사 주지 응묵스님, 망해사 주지 우림스님, 현수 스님, 용묵스님 등 스님들과 송재면 화엄불교대학 총동문회장, 안준아 금산사 신도회 수석부회장, 임호연 수현불교대학 동문회장, 안수빈 포교사단 전북지역단장, 장석희 대불청 전북지구장 등 내빈들과 입학생들이 참석했다.수현불교대학 7기
서울 성북의 강소(强小)사찰 전등사가 아침부터 분주하다. 약 넉 달 만에 열리는 법회에 불자들은 법당과 공양간 등에서 분주하게 손을 보태고 마음을 모았다. 동안거 시작 이후 기도법사스님과 동지, 정초기도 등 예정했던 정진을 빠뜨리지 않았지만 불자들에게 이날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바로 전등사 회주이자 조계종 원로의원 원산 동명 스님을 친견하는 날이기 때문이다.설악산 백담사 무문관(無門關)에서의 정진을 마치고 법상에 오른 동명 스님은 전과 다름없는 천진난만한 미소로 불자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췄다. “사방이 막힌 독방에서 ‘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