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면 전화가 울립니다. 며칠마다 오는 전화입니다. 받아야 하나 잠시 망설입니다. 그렇게 몇 번을 고민하다가 받습니다.“스님, 제가 ○○를 가져다 놓았는데 잘 드시고요. 저는 스님에게 저를 맡기고 삽니다. 건강 잘 챙기셔야 해요.”연세가 많은 어르신의 당부입니다. 너무 감사한 마음에 “네,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라고 인사합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자주 이어집니다. 조금씩 오는 전화가 부담이 되어갑니다. ‘사랑 받는 자식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사랑을 받을 만큼 저는 그분을 위해 충분히 마음을 내어
강력한 진통 효과로 알려져 있는 마약성 진통제 모르핀(morphine)을 맞아도 효과가 없었다. 몸에는 이미 모르핀보다 강력한 펜타닐(fentanyl)이라는 마약성 진통제 주사를 연결하고 진통 패치도 붙여둔 상황이었다. 지난 1월 3일 극심한 다리 통증으로 앉고 서는 것이 불가능해 결국은 앰뷸런스를 타야 했다. 그동안 다리에서 느낀 방사통을 참으며 나름대로 관리를 했지만 단순한 디스크가 아닌 ‘척추전방전위증(척추분리증)’으로 수술은 불가피했고, 심하게 눌린 신경으로 인해 수술 후에도 통증이 사라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통증과
선재길을 걷다지리산 둘레길을 시작하여 전국의 걷기 좋은 길에 이름을 붙인 뒤, 여유롭게 그 길을 걷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미 많은 사람이 걷던 길도 있고, 지역주민만 걷던 길도 있고, 새롭게 만든 길도 있다. 그중에 걷기에 힘들지만 큰 기쁨을 주는 길도 있고, 그저 그런 길도 있다.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이어지는 10㎞ 선재길은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멋진 길이다. 전 구간을 걷지 않더라도 월정사 주차장에서 섶다리까지 계곡을 낀 오솔길은 참으로 좋다. 편도 3㎞, 50분 내외 거리다. 물론 초입에 있는 전나무숲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계의 그릇이 온전해야 선정의 물이 고이고 선정의 물이 온전히 고이면 지혜의 달이 뜬다.
살아서 마음 도리 알아야 한다는데질문 스님께서는 살아서 이 도리를 알아야 한다고 하시는데 이 마음 도리를 모르고 몸을 벗으면 어떻게 되는지요.답변 항상 여러분한테 생활이 공부라고 했습니다. 생활이 교재라고 했습니다. ‘불(佛)’이라는 것은 생명의 근본을 말하고 ‘교(敎)’라는 것은 생활, 삶이라고 그랬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항상 공부하는 이유가 어딨느냐. 사람이 살면서 내 주인공의 줄을…, 이건 근본이기 때문에 움죽거리진 않습니다. 움죽거리지 않는 근본의 줄을 잡고 그 언덕을 넘어서야 된다는 얘기죠. 즉 말하자면, 천야만야한 산을
정차(精茶)는 잘 만들어진 좋은 차를 말하며, 이를 명차(名茶)라고 부른다. 명산(名山)에는 명차가 난다고 하였으니 이는 차를 영초(靈草)라 인식했던 것과 상통되는 맥락이다. 차를 신령한 물질로 인식했던 것은 초의 선사(1786~1866)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기에 그는 에서 “더구나 너의 신령한 뿌리는 신선산에 의탁했으니 신선처럼 맑은 차는 그 품격이 다르다(爾靈根托神山 仙風玉骨自種)”라고 말한 것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차를 신선처럼 맑은 품성을 지닌 것으로 인식한 연유는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차의 천진무구한 천연성, 바
사나이 가는 곳이 바로 고향인 것을(男兒到處是故鄕)나그네 인생 시름 속에 길게 헤매이네(幾人長在客愁中)깨달음의 고함 악! 하고 외치니 삼천세계 깨지고(一聲喝破三千界)눈 속에 붉은 복사꽃은 조각조각 흩날리네(雪裡桃花片片紅)이 시는 만해 한용운 스님이 39세(1917년 12월 3일 밤 10시경)에 설악산 백담사 오세암에서 좌선을 하던 중 갑자기 분 바람에 무슨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깨달음을 얻어 지은 오도송이다.칠언절구의 이 시는 전형적인 근체시의 시의 형식인 압운(押韻: 鄕, 中, 紅)과 대구(對句)가 잘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네 어머니 뱃속이 시원하더냐, 답답하더냐.”“답답하니까 나왔겠지요. 시원하면 나왔겠습니까.” 서암 스님을 뵈던 날, 이제 겨우 행자 시절을 보내던 젊은 스님은 선승의 질문에 스스럼없이 답을 던졌다. 막 걸음을 떼는 제자의 당돌한 대답에 타박 한마디 던질 법도 하건만, 노구의 선승은 환하게 웃음을 터트릴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또다시 이어지던 그날의 선문답은 이제는 훌쩍 나이를 먹어버린 그날의 제자에게 꺼지지 않는 등불로 남아 눈앞을 밝힌다. 그날의 인생국수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용감했어요.” 경상북도 상주 남
얼마 전 최초로 영남지역 대학생 연합 템플스테이와 수계법회가 통도사에서 봉행됐다. 그동안 이 아름다운 도량에서 대학생들의 동아리 연합 템플스테이나 연수를 염원하고 희망했던지라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나도 한때는 호기심과 열정,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용기로 청춘을 살았다. 배고픈 불교학도들에게 공양을 손수 챙겨주며 따뜻하게 보살펴주시는 스님들의 마음에 감화되어 그 시절에 금강경 육조단경을 접하고, 결국에는 출가도 하게 되었다. 이제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대학생들을 데리고 통도사로 들어가니 20대로 돌아간 마냥 들뜨기도 했다.74
한겨울인데도 마트에선 진공 포장된 옥수수를 만날 수 있다. 옥수수를 보니 몇 해 전 추억이 떠오른다. 밥보다 떡이랑 옥수수를 더 좋아하시는 친정엄마께서는 집 앞에 옥수수를 아주 많이 심으셨다. 풍성한 수확물을 기대하고 열심히 관리하면서, 옥수수가 자라는 모습을 기다리셨다. 드디어 내일은 옥수수를 따는 날이라고 하셨고, 커다란 옥수수 자루를 밭에 갖다놓으셨다. 설레는 마음으로 자루를 바라보며 엄마께서는 들떠 있으셨다.그런데 다음날 새벽에 나가보니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누군가 옥수수를 다 따서 자루째 가져간 것이다. 단 한 개의 옥
(지난 호에 이어서)우리가 이런 공부를 많이 한다면 세계 평화가 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는 소립니다. 전부 바깥에서, 지금도 거기 싸우는 나라 어딥니까. 거기 대통령이 말하는 데도 “우리는 알라신이 이기게 한다.” 그러고는 “저렇게 악인들은 다 떨어진다.” 즉, 죽는다 이거죠. 조그마한 쿠웨이트가 기름으로 인해서 돈을 많이 가졌다고 해서, 삼분의 일을 주겠다고 하는데도 그것도 적다고 그냥 뺏어 버린 거 아닙니까? 그렇게 욕심이 많은데 어떻게 부처님인들 도와주시겠습니까? 그렇다면 그게 ‘페만’이 아니라 ‘패망’이죠. 마음 한생각에
선불장(選佛場), ‘부처를 선발하는 자리’라는 말로 사찰의 승당이나 선방을 의미하기도 한다. 충남 공주 학림사 오등선원에도 ‘선불장’ 현판이 큼직하게 걸려 있다. 부처를 선발하는 곳, 오등선원을 이끄는 선지식이 선원의 조실이자 조계종 명예원로의원 학산 대원 대종사다.학림사 오등선원은 대원 스님이 1986년 옛 제석사의 터에 건립한 사찰이다. 10여 년 후 학림사 내에 오등선원을 세워 가람의 격을 갖추었고, 선원의 개원과 아울러 대원 스님을 조실로 추대했다. 2001년에는 오등시민선원을 건립해 일반 불자들도 정진할 수 있게 했다.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