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서)우리가 이런 공부를 많이 한다면 세계 평화가 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는 소립니다. 전부 바깥에서, 지금도 거기 싸우는 나라 어딥니까. 거기 대통령이 말하는 데도 “우리는 알라신이 이기게 한다.” 그러고는 “저렇게 악인들은 다 떨어진다.” 즉, 죽는다 이거죠. 조그마한 쿠웨이트가 기름으로 인해서 돈을 많이 가졌다고 해서, 삼분의 일을 주겠다고 하는데도 그것도 적다고 그냥 뺏어 버린 거 아닙니까? 그렇게 욕심이 많은데 어떻게 부처님인들 도와주시겠습니까? 그렇다면 그게 ‘페만’이 아니라 ‘패망’이죠. 마음 한생각에
선불장(選佛場), ‘부처를 선발하는 자리’라는 말로 사찰의 승당이나 선방을 의미하기도 한다. 충남 공주 학림사 오등선원에도 ‘선불장’ 현판이 큼직하게 걸려 있다. 부처를 선발하는 곳, 오등선원을 이끄는 선지식이 선원의 조실이자 조계종 명예원로의원 학산 대원 대종사다.학림사 오등선원은 대원 스님이 1986년 옛 제석사의 터에 건립한 사찰이다. 10여 년 후 학림사 내에 오등선원을 세워 가람의 격을 갖추었고, 선원의 개원과 아울러 대원 스님을 조실로 추대했다. 2001년에는 오등시민선원을 건립해 일반 불자들도 정진할 수 있게 했다. 지
신라인은 불교를 믿기 시작하면서 경주 선도산(仙桃山)과 단석산 꼭대기 바위에 부처님을 조성했다. 신을 섬기던 신라인들에게 산 정상에 우뚝 솟은 바위는 신과 소통하거나 신성이 깃든 신령한 바위로 섬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신라인들은 불교가 들어오면서 신 또한 윤회하는 존재로 천상에 태어난 중생임을 알게 된다. 하늘과 산과 바위에 스며들어 있던 절대적 신의 권위는 불교문화에 녹아들어 육도윤회를 하는 중생이 된 것이다. 당연히 신라인들이 섬기던 하늘의 신은 윤회하는 중생이란 의미에서 인간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되고, 산과 바위의 성스러움에서
보리수서 일어선 젊은 부처님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이룬 자, 이제 그 사람은 더 이상 예전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붓다라고 불릴 뿐입니다. 붓다가 되기 이전과 되고 난 후 그 위상은 너무나 다릅니다. 예전에는 한 소국가의 왕자였고, 열반의 경지를 얻을 수 있을까를 모색하던 구도자(보살)였다면, 이제 그분은 붓다가 됐습니다. 붓다가 되고 나서 가장 먼저 진리를 나눠준 대상은 아시다시피 5비구라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자신과 함께 고행을 하다가 자신의 고행포기에 실망해 다른 곳으로 옮겨간 다섯 수행자들입니다. 부처님이 그들을 찾아
많은 종교들은 종말을 이야기한다. 인간을 비롯한 세상 만물이 미래에는 모두 멸망하게 된다면서 그때 자기 종교만이 구원을 약속하리라는 종말론은 대중의 믿음을 이끌어내는데 아주 유효하다. 그런데 불교는 종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현세를 극복할 희망을 이야기한다.현상계는 생성과 지속, 소멸의 과정을 되풀이하고 그 안에서 우리는 윤회를 거듭하는데, 언제부터 윤회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행을 완수해 모든 번뇌를 끊고 다시 생사의 세계에 윤회하지 않는아라한이 되면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과거불이 있었든 미래불이 있
갑진년(甲辰年) 새해다. 2024년 새해는 2023년의 끝에서 솟아 오른 찰나, 오늘은 어제의 끄트머리에서 터져 나온 찰나다. 찰나란 무엇을 결정하는 순간이다. 어느 대학을 갈 것인지, 어느 직장을 다닐 것인지, 어떤 남자와 결혼할 것인지 결정하는 순간이 찰나다. 이 찰나의 결정이 평생을 좌우한다. 병든 연인을 위해 자신의 귀한 장기를 떼어주고, 극한 상황에서는 자식 대신 자신의 목숨을 바치기도 한다. 찰나란 무서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찰나의 행동으로 인하여 한 생명이 살아날 수도, 거품처럼 사그라질 수도 있다. 한순간 잘못 생
영하 7도. 혹한의 날씨였다. 1월 15일 조계종 총무원 4층 원로회의 의장실에서 의장 자광(慈光) 대종사를 친견하고 고준한 법문을 들었다. 대종사의 법명대로 자비(慈悲)의 광명(光明)이 보는 이의 가슴에 비췄다.자광 대종사는 가장 먼저 불자들에게 새해 덕담을 건넸다.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현대불교신문〉 독자들을 비롯해 불자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지으시기 바랍니다. 설날 떡국을 먹으면 나이가 한 살 더 늘게 됩니다. 철이 든다는 말의 의미는 계절감을 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봄이 오면 신록이 돋고, 여름이
걷기의 본원적 기능걷는 것 자체가 생존이던 때가 있었다. 달리 이곳에서 저곳으로 갈만한 수단이라고는 절대 다수의 사람에게 두 다리가 유일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500㎞가 넘는 길을 한 달 남짓 걸려서 걸었다.장사를 하는 보부상들은 이렇게 먼 거리를 상권으로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반경 50~60㎞ 정도로 하고, 근방에서 열리는 5일장이 그들의 활동 반경이다. 이처럼 생존을 위하여 걸을 수밖에 없었을 때는 걸어가는 그 자체에 대한 의식이 끼어들 여지는 거의 없었다. 근세 이전의 문헌에서 걷는다는 행위에 대하여 특별하게 언급되는 것은
차를 만드는 공정 과정을 제다(製茶) 혹은 조다(造茶)라고 부른다. 이는 뜨거운 솥이나 수증기를 이용해 찻잎을 찌거나 덖어 말리는 과정을 아우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제다 과정에서 찻잎을 찌거나 덖는 연유는 무엇일까. 바로 뜨거운 불이나 수증기를 이용하여 생 찻잎이 지닌 독성을 중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다의 정의는 사람에게 유익함을 주는 차로 만들기 위한 것이며, 다른 한편으론 너무 쓰거나 떫은맛을 지닌 생잎을 화후(火候)로 조절하여 차의 오미(五味)를 풍성하고도 조화롭게 드러내기 위함이다. 아울러 좋은 차를 항상 보관해
동아리 학생들과 한 해 수업을 마무리하며 더 잘하자는 의미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서로 한 손뼉을 마주치며 인사를 하는데, 의외로 합이 맞지 않는 친구들이 많아 놀랐다. 그중 한 아이는 여러 번 하이파이브를 시도해도 도무지 손뼉의 합이 맞질 않는다. 도대체 왜 이런 간단한 손뼉 인사가 되지를 않는가. 퍽 당황스러웠다.다음날 수업시간에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몇몇 아이들을 불러내 다시 하이파이브를 시도했다. 마찬가지다. 그 이유가 무엇인 것 같냐고 물으니, 아이들이 대답한다. “선생님이라 어렵고 부담돼서 그런 것 같아요.”“서로
손이 꽁꽁! 발이 꽁꽁!겨울바람 때문에 몸이 추위에 떨지라도 마음은 떨지 않기를 따스한 마음을 내어 서로 온기를 나눠주세요
겨울이 깊어지면 동글동글 붉은 팥알을 모아 보글보글 끓이기 시작한다. 삶은 팥의 구수하고 달큰한 향기가 사방을 채울 때면 어느새 겨울의 냉랭한 얼굴도 조금은 유순해지기 때문이다. 시간을 들여서, 오랜 시간 뭉근히 끓여 내야 하는 팥은 온기도 그만큼 오래오래 남는 법이다. 끓는 솥단지의 열기가 공간을 데우고, 구수한 냄새에 취해 노곤해질 즈음이면 어느새 동장군마저 곁에 앉아 졸고 마는 시간. 지독한 겨울밤의 냉기도, 깊은 어두움도 어느새 그렇게 지나쳐간다. 빛과 생명력의 상징, 팥우리에게 팥은 단순한 먹을거리를 넘어 좀 더 큰 임무를
신라 자장 스님(590~658)은 643년(선덕여왕 12)에 당나라 오대산 태화지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석가모니 부처님 진신사리와 가사를 전해 받았다. 이후 신라로 돌아와서 인연 있는 곳에 사리를 봉안하였다. 그중 다섯 곳인 양산 통도사, 오대산 중대(상원사),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설악산 봉정암 등을 5대 적멸보궁이라 한다.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은 상원사에서 걸어서 50분 정도 걸리는 데다 그렇게 급경사도 아니다.상원사는 문수보살이 계신 문수도량이다. 흔히 상원사는 중대 적멸보궁이 세워진 643년에 건립되었다고 한다.
영화 ‘소원’을 보고나서 가슴 깊이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울적함으로 한동안 괴로웠다.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문득 영화 속 아이의 얼굴이 떠오를 때면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외면하고 싶었다. 영화 ‘소원’은 9살 소녀가 학교를 가던 중 술에 취한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트라우마를 겪는 아이의 심리적 치유와 건강을 위해 가족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이 영화를 보고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수많은 트라우마 사건으로 평생을 괴롭게 사는 내담자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영화 속 소원과는 달리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내가 하필 그
어느 날 해질 무렵 개천가를 거닐고 있었다. 징검다리 저 멀리에서 자전거를 타던 다문화가족 초등학생이 나를 보더니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하며 건너왔다.“스님은 어디 살아요?”“절에 놀러가도 되냐”고 물으면서 옆에 있던 엄마와 어린 동생을 뒤로한 채 졸졸 따라오는 아이.“스님! 삭발은 왜 해요? 친구는 있어요? 뭐 먹고 살아요?”호기심 가득,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질문을 퍼붓는 아이가 새삼 반가웠다. 아이는 “나중에 친구들을 데리고 오겠다”며 웅장원을 둘러보고 갔다. 다시 찾아올 아이를 위해 법당에 간식 코너도 만들고, 냉장고
새해가 오자마자 이라크페만 사건이 벌어지고, 뭐, 예견했던 바이지마는 그렇게 속성과로 일어날 줄 몰랐습니다. 몰랐다면 말이 안 되지마는 아무튼 사람들이 많이 놀랐을 겁니다. 예전에도 여러분한테 얘기한 적이 있죠. 여러분이 여러분 스스로 완성을 해야만이 외부의 모든 것들을 다 한마음으로 할 수 있는데, 한마음은 빛보다 더 빠르다고요. 빠르게 오고 가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지만, 지금 시대는 보는 것도 컴퓨터나 미사일이나 또는 인공위성을 띄워서 두루 하면서 보는 그 견해가 얼마나 많이 발전이 됐는지, 그 먼 거리를 눈앞에 보고 있는 시대
이제 걷기는 교통이라는 본원적 기능보다는 치료 및 예방, 운동 그리고 명상이라는 파생적 기능이 더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것은 어찌 보면 인간이 선택한 것이 아닌 육체적 활동으로는 유일하기 때문이다.근골격계의 약화뼈, 근육 그리고 관절은 우리 몸을 지탱하는 기본 요소이다. 나이가 들면서 체지방량이 늘고 근육량이 줄고 골밀도가 낮아진다. 근골격계 질환으로는 요통, 경부통, 오십견, 퇴행성 관절염 등이 있다. 이러한 질환이 발생하면 일상생활 동작에 제한을 줄 수 있어 삶의 질이 떨어진다. 이는 곧 일상생활에 있어 신체적으로 불완전한
모든 만물들은 들어라나는 완전한 주인이 되었으며나는 완전한 자유를 얻었도다나의 빛은 끊임없고 온세상을 비추리니 진실을 밝게 비출뿐이라
얼마 전 어느 법우님으로부터 금강경 공부를 하면서 달라진 점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분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불교를 만났고, 금강경 공부는 난생 처음이었다는데 그분의 말씀을 전해본다.“저는 평소 남에게 약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제압하려는 언행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상대방이 위압감을 느꼈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 뒤돌아서서 곧바로 반성하게 돼요. 또 ‘너의 불행은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는 생각도 은연중 많이 했는데 금강경을 읽으면서부터는 ‘너와 나는 차별이 없다’ ‘동등하다’ ‘상대방을 대
얼마 전 상담을 나누었던 선희(가명) 씨는 여러 병이 겹쳐 15년간을 침대에 누워 살아야만 했다. 오랜 지병으로 명절에 시댁에 가지 못할 때도 많았지만, 그럴 땐 정성을 담아 전이랑 음식 몇 가지를 만들어 남편 편에 보내곤 했다. 몇 년 전에는 몸의 컨디션이 좋아져서 시댁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차례를 마친 뒤 잠시 쉬고 있는데, 시어머님께서 멸치볶음을 해서 시누이에게 서둘러 주시는 것을 보고 말았다.직장 생활을 하는 시누이를 위해 챙겨주시는 엄마의 마음은 백분 이해되지만, 마음 한구석에 속상함이 불쑥 올라왔다.“저는 그때 밥도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