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끝에는 남도의 봄 바다가 다가오고, 도량엔 아직도 듬성듬성 겨울바람이 떠돈다. 뜬금없이 마당에 선 부도의 그림자가 응진전 돌계단을 오르고, 대웅보전의 빛바랜 단청은 편액에 걸린 명필 원교(圓嶠ㆍ이광사 李匡師)의 글씨를 읽고 있다. 요세(了世) 스님이 백련결사(白蓮結社)의 원력을 펼친 도량 백련사. 만덕산 능선 너머엔 다산(茶山ㆍ정약용 丁若鏞)의 유배처 다산초당(茶山草堂)이 있고, 다산은 유배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혜장(惠藏) 스님을 만나러 백련사를 다녔다고 한다. 겨우내 얼었던 돌담 위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동백숲에서는 산새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그 옛날 다산이 유배의 쓸쓸함을 밟고 걸었던 오솔길에는 오늘도 붉은 동백이 밟힌다. 봄이 오는 길목. 백련사 오솔길에서 만난
옥천암 ‘홍은동 보도각 마애보살좌상(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7호)’이 3년여의 복원불사를 마치고 새 모습으로 돌아왔다. 서울 옥천암(주지 정범)은 2월 12일 오전 10시 ‘보도각 관세음보살 점안식 및 1000일 기도 입재식’을 봉행했다. 사를 마치고 새 모습으로 돌아왔다. 증명에 설정 스님(화계사 회주), 법주에는 원명 스님(조계종 어장)을 모시고 진행된 이날 점안식에는 사부대중 300여 명이 참석했다. 고려말~조선초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옥천암 마애보살좌상은 5m 규모로, 커다란 바위(화강암 바위 전체 높이 10m)에 부조로 새겨져있으며 전체적으로 흰색 호분이 두껍게 칠해져 있어 ‘백불(白佛)’ 또는 ‘해수관음’이라 불린다. 보살좌상의 양 무릎이 심하게 훼손돼 복원작업을 진행해왔다. 박재완
시국법회추진위원회(공동추진위원장 수경스님 외)는 2월 5일 조계사에서 ‘용산참사 희생자를 위한 시국법회’를 봉행했다. 스님 50여명을 비롯해 유가족 10여 명 등 사부대중 500여 명이 동참한 이 날 법회에서 수경스님은 “국민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정부에 묻고싶다”고 정부를 규탄했다. 시국법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청계광장까지 행진했으며,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소전의식으로 회향했다. 박재완 기자
도량엔 눈이 소복하다. 청설모는 목탁소리 물고 징검다리 건너고, 하얀 사천왕문 지붕위에는 노송의 그림자가 앉아있다. 처마 끝에 매달린 낙숫물은 찰나의 기억 속으로 떨어지고, 먼 길 온 스님은 부처님 만나러 법당으로 간다. 백양사다. 백양사의 이름은 하얀(白) 양(羊)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옛날 양 한 마리가 환양 스님의 법문을 듣고 스님의 꿈에 나타나 고백을 한다. 악업(惡業)의 과보(果報)로 양이 되었는데 스님의 설법을 듣고 환생하여 극락세계로 가게 됐다고. 이튿날 절 아래에 흰 양 한 마리가 죽어 있었고 스님은 절 이름을 백양사로 고쳤다고 한다. 청운당 죽담장 앞에 눈사람 하나가 서있다. 설법을 들을 모양이다. 합장하고 서있다. 선원 기둥에 걸린 목탁이 겨울 햇살에 몸을 말리고, 묵
겨울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에게 산사체험은 또 다른 세상을 배우고 자신이 서있는 자리를 확인하는 기회다. 김천 직지사(주지 성웅)가 1월 15~18일 개최한 ‘참나를 찾아 떠나는 직지사 청소년 동안거 산사체험’에 참가한 학생들이 발우공양을 하고 있다. 이번 체험 프로그램에는 16명의 중고등학생이 참가해 108배와 명상, 발우공양, 사경, 다도, 사찰예절 등 다양한 산사체험을 했다.
박재완 기자의 사찰풍경 17. 여수 향일암(向日庵) 임포항의 작은 불빛들이 새벽 어둠속에서 반짝인다. 먼 곳에 있을 바다의 표정과 다가올 시간의 위대함이 잔잔한 파도 끝에 실려 오고, 저 멀리 금오산 기슭에 향일암이 보인다. 돌계단의 어둠을 밟으며 향일암으로 오른다. 문이 되어버린 바위틈으로 독경소리가 들려오고, 관음전 동백나무에는 달빛이 쌓인다. 어둠을 빠져나온 발걸음들이 관음전 마당으로 모여든다. 관세음보살의 시선을 따라 먼 어둠을 따라간 눈빛들이 하얀 입김을 쏟으며 일출을 기다린다. 어느새 여명이 밝아오고 산새 한 마리가 고요하던 숲을 흔들어 깨운다. 눈을 뜬 산새들이 소리에 소리를 물고 하늘로 날아간다. 마침내 바다의 끝이 어둠에서 일어서고 기다리던 눈빛들은 힘차게 붉은 해를
목탁소리 내는 ‘우보살’ 3자매가 사는 경남 사천 백천사(주지 성밀)의 기축년 소의 해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최근 태어난 송아지 2마리도 과연 목탁소리를 낼 것인지 관광객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해 새아침 정우 스님이 ‘우보살’에게 선업 많이 지으라고 법문하고 있다.
한마음선원(주지 혜원)의 한마음과학원이 주관하는 제12기 한마음공생실천과정을 회향하는 마음공부포럼이 12월 21일 한마음선원에서 1000여 명의 사부대중이 동참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열린 마음공부포럼은 공생실천과정 12기생들이 각자의 공부를 회향하기 위해 준비한 자리로 생활 속 참선수행인 마음공부를 통해 각자 느낀 경험담을 나누었다. 불교와 삶, 함께해요, 삶과 수행, 공심의 자리라는 주제로 꽁트와 개인발표, 시낭송을 했다. 한마음과학원에서 주관하는 한마음공생실천과정은 안과 밖이 둘이 아니라는 한마음 도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자신의 일상을 공부재료로 삼아 생활 속에서 체득해 나아가는 마음공부 프로그램이다.
서울 진관사(주지 호계)는 12월 18일 은평경찰서에서 동짓날을 앞두고 ‘사랑의 동지팥죽 나누기’ 행사를 펼쳤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행사는 우리 고유의 명절인 동지의 의미를 알리고 이웃들과 함께 따뜻한 마음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2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 진관사는 가마솥에서 직접 쑨 팥죽(쌀 5가마)을 은평구 관내 사회복지시설인 지역아동센터 15개소의 이용 아동 500 여명과 독거노인, 구청 공무원, 경찰공무원 등 지역 주민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박재완 기자
서울노인복지센터(관장 일문)는 12월 10~11일 서울 사춤공연장 허리우드 클래식에서 ‘JTI와 함께 하는 2008 탑골대동제 열혈노인(?人)’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 서울노인복지센터 동아리, 문화교실, 탑골문화학교 참여 어르신 1000 여명은 진도북춤, 마술, 풍물놀이, 재활용 악기 즐기기 등 한 해 동안 배우고 익힌 기량을 선보이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박재완 기자
수덕사에 눈이 온다. 마당엔 발걸음 하나 없고, 보탑(寶塔)에 매달린 풍경(風磬)들만 눈보라 속을 헤매고 있다. 쌓인 눈이 길을 감추고, 겨울바람은 길을 찾아 허공을 떠돈다. 저 멀리 향운각(香雲閣)이 눈 속에 홀로 서있고, 조인선원(祖印禪院) 죽문(竹門) 앞에는 스님이 비를 들고 서 있다. 향운각으로 오른다. 백색의 숲엔 겨울이 깊어가고, 홀로 걷는 발걸음은 고요하기만 하다. 관세음보살상 앞에는 스님이 서있다. 거세던 눈발이 잦아들고, 바람에 실려 온 마른 잎들이 마당에 뒹군다. 산 아래로 눈 덮인 수덕사가 보인다. 수덕사에 머물다간 굵은 이름들과 그들이 남긴 결정적 순간들이 오늘도 산문(山門)을 지키고 있다. 산을 내려간다. 다시 만난 나뭇가지가 손을 내밀고, 문득문득 들려오는 산새소리는
도심속의 아름다운 산사 길상사(주지 덕조)가 창건 11주년을 맞아 기념법회를 봉행한다. 길상사는 법정 스님이 1997년 12월 14일 창건해 ‘맑고 향기롭게 운동’의 근본도량으로 자리메김을 하고 있다. 법회는 오전 10시 사시예불에 이어 진행되며 법정 스님의 법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02)3672-5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