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내 지장보살님 6만불 봉안 108범종치며 누구나 수행 가능 건강다이어트 템플스테이 인기 살빼는 사찰로 유명한 육지장사는 지장도량이다.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기산리 도리산에 위치했다. 원래 지장보살님(육도,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안간천상)은 중생 제도를 위해 백천가지 모습으로 나투하시어 구제하신다. 그런데 대표적인 시현이 육지장 으로 나툰다. 이 사찰은 육지장 6만불 봉안사찰이기에 절 이름을 육지장사라 부르게 됐다. 우리 고유의 풍수지리학적 입장에서 보면 도리천궁(육지장사)은 아주 좋은 길지로 명당에 속한다고 한다. 대웅전 좌향은 정남향이고 좌측은 일출봉 주봉에서 힘차게 내려 뻗
일주문 앞이 어수선하다. 거센 겨울바람에 쓸려온 낙엽들이 어지럽게 들락거리고, 요란한 풍경(風磬)소리가 들려온다. 봄날 이었다면 연분홍의 꽃비를 맞으며 걸었을 벚나무 길을 꽃비 대신 칼바람을 맞으며 걷고 나자 일주문 하나가 나타났다. 전북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종남산 송광사다. 서산 개심사, 철원 심원사, 고창 선운사와 함께 4대 지장도량으로 불리는 도량이다. 송광에 가면 송광사의 일주문은 깊은 산길의 끝에서 만나는 일주문이 아니다. 고개만 조금 들면 보이고, 발만 조금 떼면 건너갈 수 있는 ‘옆집’의 대문이다. 마을의 여러 대문 중의 하나처럼 보였다. 송광사 일주문엔 흔치 않게 여닫는 문이 달려 있었다. 하지만 ‘열고 닫기’ 위한 문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법당문 같다. 닫혔어도 열린 문일 테고,
나무 기둥 살린 자연스런 미학 돋보여 경허선사 주석처, 혜월 스님 인가 받아 지장보살 모신 명부전 인상적 개심사 가는 길이 예쁘다. 개심사로 향하는 647번 지방도는 운산면 목장지대를 관통한다. 뾰족하지 않고 완만한 곡선을 가진 언덕들이 포개진 형국이다. 봉긋한 언덕들을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편하다. 운산면의 목장은 1960년대 후반 김종필씨가 조성했다. 정식 명칭은 농협 가축개량사업소다. 봄이면 능선을 따라 벚꽃이 가득 피워 장관을 이룬다. 지난 9월에는 진입로 공사를 마무리해서 입구가 정갈하다. 산책 코스로도 환상이다. 목장지대를 지나면 신창저수지가 나온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예쁜 다리도 있고 가장자리에 물풀도 있어 제법 운치가 있다. 작은 쉼터도 마련돼 있어 숨 고르고 가도 좋다. 역시
“봄에 피는 꽃, 새싹만 예쁠까요? 가을에 잘 물든 단풍도 무척 곱고 예쁩니다. 봄에 꽃놀이를 가듯이 가을에는 단풍을 보기 위해 단풍놀이도 많이 가잖아요. 아무리 꽃이 예뻐도 꽃이 떨어지면 아무도 주워가지 않지만 가을에 잘 물든 단풍은 책 속에 고이 꽂아서 오래 보관도 합니다.” 법륜 스님의 〈인생수업〉 중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의 일구이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올 가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물들인 문장이다. 붉은 잎들이 거리와 숲을 물들일 때 스님의 문장 또한 사람들의 가슴을 적셨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문장 하나로 한 계절을 무사히 날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렇다. 이 가을에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문장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산사의 마당에서 물든 단풍은 또 어
청평사, 춘천서 제일가는 단풍 관광명소 973년 백암선원으로 창건돼 1천년 이어와 공주와 상사뱀의 전설 오롯이 전해져 소양댐 생긴 후 일반인들에게 알려져 청평사에도 가을 단풍이 이제 청평사가 있는 오봉산까지 남하했다. 청평사 오르는 길에 있는 오른쪽 계곡 안쪽으로 나뭇잎들이 울긋불긋 화려한 색깔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청평사는 춘천서 가을 단풍이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다. 그래서 이맘때는 평일에도 단풍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청평사 절의 노오란 은행나무도 장관이지만, 소양강댐서 배 타고 청평사 선착장까지 가는 물길 위에서 바라보는 단풍은 무척 아름답다. 호수를 에워싸고 있는 산비탈 위로 나무들이 초대형 유화를 그려놓은 것 같다. 우리나라 가을의 국가대표급 풍광이라 해도
“장금아, 수라간 최고 상궁이 되어다오.” 어머니 곁엔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드신 산딸기가 놓여있다. “어머니, 이제 저 갈래요.” 어린 장금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머니의 돌무덤을 쌓고는 어머니께 마지막 인사를 올린다. 2003년 방영됐던 드라마 ‘대장금’에서 어린 장금이는 깊은 산 중에서 홀로 어머니의 임종을 지킨다. ‘대장금’은 주인공 장금이가 궁궐에 들어가 최초의 어의녀가 되기까지, 장금의 성공과 사랑을 그려낸 드라마다. 어린 장금이가 어머니를 여의고 돌무덤을 쌓는 장면(제2회)의 촬영지는 고창 도솔암의 도솔산(선운산)기슭 용문굴이다. 깊은 하늘 밑의 도솔암 도솔암은 미당의 시와 동백이 떠오르는 선운사를 거쳐서 간다. 선운사 일주문이 보이고 일주문 너머로 보이는 숲엔
연기·원효·도선·진각 등 고승 수도처 소원나무, 귀목나무…관광객 발길 잡아 KBS드라마 추노 촬영지…절벽바위에 기댄 사성암 사성암 가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차로도 서로 교차가 안될 만큼 비좁다.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백제천년고찰 사성암’이란 표시가 없다면 초행자는 그냥 지날 칠 수도 있다. 지리산 줄기와 닿은 오산(獒山) 봉우리에 있기에 숲에 가려져 아래에서는 사성암이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거의 포장이 돼 있지만 중간중간 비포장 길을 올라가야 절에 당도한다. 절에 관련된 특별한 목적이 아니면 차를 마을 입구부터 통제하기에 걷는 것이 싫다면 마을버스로 오르는 것이 가장 편하다. 20분 정도 소요된다. 힘들게 올라갔지만 절 마당에서 올려다 보는 대웅전의 카리스마에 탄성이 절로
“아직도 빈틈이 있어! 봉이 되었든 검이 되었든 자신이 무엇을 들고 있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바로 집중이야. ‘이 마음이 어디가 있는 가.’하는 것 말이야.” “예, 스님. 정말 스님은 못 당하겠습니다요.” 스님들이 도량에서 무예를 겨루고 있다. 2012년 2월부터 9월까지 56부작으로 방영되었던 MBC 드라마 ‘무신’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는 고려 말 무신정권 때 노비 출신으로 최고 권력자의 자리까지 오른 김준(김주혁 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도망친 노비의 아들 김준은 갓난이 때 축령사라는 절에 맡겨져 무상 스님으로 살게 된다. 시대적으로 승군이 성했던 시절이었다. 무예를 익히며 장성한 무상 스님은 무예가 출중했다. 미륵부처님이 내려다보고 있는 절 마당에서 주인공 김준이 도반들과
춘원 이광수도 감탄한 비경 한 가지 소원 꼭 이뤄주는 도량 바다와 산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 절이 있다. 부산 해동용궁사다. 부산은 산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다. 백두대간의 정기가 태백산을 지나고 낙동강을 따라 동쪽으로 굽이치며 낙동정맥인 울진 통고산, 청송 주왕산을 따라 굽이치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에서 숨을 고른 뒤 드넓은 바다의 품으로 뛰어든 곳이다. 해동용궁사는 산이 바다가 되고, 바다가 산이 되는 그 부산의 정점에 있다. 산도 아니고 바다도 아닌 곳에 머물면서 산과 바다가 공존하는 그 풍광에 춘원 이광수는 다음과 같이 읊조렸다. 바다도 좋다하고 청산도 좋다거늘 바다와 청산이 한 곳에 뫼단 말가 하물며 청풍명월이 있으니 여기 곧 선경(仙境)인가 하노라 해동 용궁사는
‘한국의 그랜드 캐년’ 불영계곡 품어 천축선원 운영중인 비구니 참선 도량 천축산 바위에 새겨진 불영(부처님 그림자)이 연못에 비치는 불영사는 천년 고찰이자 마음 속에 찌들었던 홍진을 털어내는 도량이다. 이 도량 옆에는 한국관광공사가 9월의 가볼만한 관광지로 추천한 불영계곡이 길게 뻗어 있다. 일주문을 지나 본 도량으로 들어가는 길에서만이 불영계곡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다. 넓고 깊은 불영계곡은 발품을 팔아 제대로 걸어봐야 ‘한국의 그랜드캐년’이라는 별명이 왜 붙었는지, ‘대동여지도’서 비단 금 자를 써서 ‘금계천(錦溪川)’이라 왜 명명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불영사계곡 휴게소부터 서면 하원리의 불영사까지의 경치는 수려하다. 울진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불영사계곡은 맑은 물과 울창한 숲이 조화를 이
조선시대 서거정 희방폭포 극찬 희방사, 두운조사 설화 전해져 사찰서 〈훈민정음언해본〉 판본 발견 소백산 오르는 길에 자리한 희방폭포는 소백산맥 최고 봉우리인 비로봉(1,439m)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다. 높이 28m로 내륙지방서 가장 큰 폭포다. 특히 가을이면 붉은 단풍이 폭포에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폭포를 위로 하고 한구비 오르면 고요한 정적 속에 희방사가 자리잡고 있다. 일찍이 조선시대 학자 서거정이 ‘꿈속에서 노니는 천혜의 곳(天惠夢遊處)’이라고 격찬한 희방폭포를 품은 희방계곡. 소백산 영봉들로부터 흘러나오는 물소리가 주변 경관과 잘 어울려 한층 운치를 더해주는 희방계곡은 풍기로부터 죽령에 이르러 희방사로 오르는 절경들을 품은 계곡이다. 영주서 단양으로 넘어가
폭염이다. 태양만이 온전히 숨을 쉬고 모두는 고단하다. 산문이 시작되는 일주문도, 절로 오르는 숲길도, 숲에 사는 나무들도, 나무에 매달린 매미들도, 숲길 끝에서 만난 산사도 폭염 속에 서있다. 경상남도 양산시 상북면 대석리 천성산 기슭. 산사 경내에는 폭포가 하나 있다. 입추도 아랑곳하지 않는 폭염에 폭포의 물줄기도 힘을 잃었다. 홍룡폭포가 있는 홍룡사다. 원효 스님과 홍룡폭포 원효(元曉ㆍ617~686)스님은 어느 날 저녁 공양 때 혜안으로 당나라의 태화사를 보게 된다. 원효 스님은 절이 산사태로 곧 매몰될 지경임을 알게 된다. 마침 태화사는 천 명의 대중이 저녁 공양 중이었다. 그대로 두었다간 대중 모두가 죽게 될 지경이었다. 원효 스님은 공양 중이던 밥상의 그릇을 모두 내려놓고 상다리를 접어 밥상을
무더위가 마음까지 답답하게 하는 한여름이 되면 더위를 핑계 삼아 계곡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신록이 푸름을 자랑하는 자연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는 활기가 넘친다. 천년의 숲 속에 자리한 아름다운 사찰은 찾는 이들의 마음까지 가볍게 만들기에 자연스럽게 사찰을 찾게 된다. 제천 청풍호가 내려다보이는 금수산 자락의 정방사(주지 상인)는 무더위에 지친 이들이 찾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정방사로 향하는 길은 자드락길이라 불린다. 자드락길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을 칭하는 순 우리말이다. 청풍대교 직전에 충주 ES리조트를 지나면 정방사로 가는 좁은 산길로 들어선다. 옆으로 나있는 계곡이 바로 얼음골로 유명한 능강계곡이다. 정방사로 향하는 산길은 한낮에도 나무들이 우거져 시원함이 느껴진다. 맞은편에서
절이 숲길 끝에 있는 걸까. 숲길이 절에 딸린 걸까. ‘산사’라고 부르는 웬만한 절에는 숲길이 놓여 있다. 숲 한쪽을 헐어낸 그 길은 어찌 보면 숲의 생채기다. 숲이 ‘내준 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산사로 가기 위해선 그 미안한 길을 걸어야 한다. 이 미안한 길을 어떻게 걸어야 할까. 미안한 마음으로 걷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마음으로 걷다보면 산사에 들게 된다. 결국 산사의 숲길을 걷는 일은 ‘입정(入定)’의 절차가 된다. 한 발 한 발 걷는 동안 산문 밖에서 흔들릴 대로 흔들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는 시간이다. 그렇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산문에 들라는 것 같다. 법문을 듣기 위해 마음을 청정하게 가라앉히는 것과 같이 산문에 드는 일 또한 법에 다가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산사의 숲길이 단
6·25 호국 영령 위령대재 30년 16개국 150만명 고혼 천도 영단에 북한·소련·중공군 위패도 한국전쟁 종전 60년과 5군단 창설 60년을 맞은 6월 25일 포천의 한 사찰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5군단 군단 군법당 호국 금강사에서 열리는 호국영령 위령대재가 30주년을 맞았다.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남과 북이 함께 치유하고 화합하는 미래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이날의 행사와 호국 금강사를 둘러보았다. ? 한국전쟁의 총성은 멎었지만 접경지역에는 60년이 넘는 시간을 넘어 짙은 아픔이 흐르고 있다. 전쟁의 포화가 빗발쳤던 흔적이 남아있는 포천 지역은 한국전쟁 직전만 해도 남과 북이 자유로이 드나들던 곳이었다. 전쟁 이전 북측에서 닦았다는 여우고갯길 등 그때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아직까지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냉천리. 금강산 기슭에 불이문(不二門) 하나가 서있다. 건봉사다. ‘북쪽’이 멀지 않은 건봉사는 한국전쟁 당시 2 년여 동안 국군 5, 8, 9사단 및 미군 제 10군단과 북한군 5개 사단이 16차례의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격전지였다. 그때 건봉사는 완전히 폐허가 됐다. 그토록 치열했던 전쟁의 포화 속에서 유일하게 사라지지 않은 건 이 불이문뿐이다. 불이문 곳곳에서 서로 삶과 죽음을 물었던 흔적들이 그 시절을 증언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잠시 멈춘 시간 속에 서있는 불이문의 현판이 묻는 듯하다. ‘불이’의 뜻을. 분단의 슬픔 아는 도량 불이문을 지나면 개울 위로 능파교가 있다. 북녘에서 내려온 개울물
올해는 정전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에 불교계에서는 조계종 포교원과 부산 범어사 등이 주축이 돼서 한반도 정전 60주년 평화대회를 현재 매달마다 봉행중이다.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여행을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좋든 싫든 간에 세계적인 다크 투어리즘 국가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기 때문이다. 참혹한 역사가 남긴 상처이지만, 그 상흔을 찾아서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지만은 않으면 좋겠다. 어차피 우리 가슴에 새기면서 어루만져야 할 역사이니까 말이다. 호국 보훈의달을 맞아 본지는 동부전선 최북단 지역인 철원 지역의 사찰과 안보명소들을 둘러봤다. 철원=김주일 기자 최북단 사찰 ‘도피안사’, 1986년부터 민간에게 개방 18
구름 따라 여기에 와 그윽한 곳 사랑하니 / 언덕에 끌린 정, 아직 끊지 못한 것이 우습구나. / 곱디고운 초승달 맑게 갠 저녁에 떠오르고 / 엷은 안개 서린 언덕엔 석양 노을 비친다. / 뜻 높은 선비야 누가 오겠나 / 자리가 높아지고 좋을 땐 소원해지기 쉬운 것 / 강 가까이 숲이 깊어 찾는 이가 드무니 / 이 중에 좋은 벗, 반은 물고기와 새이라 다성(茶聖)이라고도 불리는 차의 거인 초의 선사(1786~1866)가 석옥 화상의 시에 차운(次韻)하여 지은 시 ‘수종사차석옥화상운’ 12수중의 하나다. 시 속의 수종사는 두물머리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경기도 남양주시 운길산 기슭에 있다. 1830년 가을부터 초의 스님은 수종사에 머물렀고, 그 해 겨울에 위의 시를 썼다. 초의 스님이 지나치지 못하고 머문
각황전 현판글씨 숙종의 친필 석등, 괘불, 4사자 3층석탑 등 국보 즐비 4월의 전남 구례 화엄사는 말 그대로 화엄법계다. 벚꽃과 흑매가 흐드러지게 피어 관광객들의 눈을 황홀하게 해준다. 일주문·금강문·천왕문 지나는 곳곳에 벚꽃이 만개했다. 대웅전 왼쪽 각황전 오르는 계단 너머에는 흑매가 빨갛게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다. 말 그대로 장관이다. 수령 300∼400년으로 추정되는 화엄사 홍매화는 다른 고매(古梅)보다 꽃빛깔이 검붉어 ‘흑매’(黑梅)라고도 불린다. 각황전은 이 절집 중에 제일 우람한 전각(殿閣)이다. 이층 지붕까지 18m다. 각황전을 숙종 때 다시 지으면서 심은 것이 흑매다. 각황전 일층 처마보다 높게 자랐다. 10m가 넘는다. 아스팔트길 끝나는 곳에 작지만 고풍스러운 불이문이 자리
“한 송이 붉은 꽃이 눈 오는 밤에 비치니 / 봄소식을 어찌 나뭇가지 보고 알 수 있나 / 꽃다운 맹세 홀로 매화와 맺었으니 / 고고한 그 꽃 보고 적적하다 말을 말라 / 두 가지 동백나무 각자 다른 정 있나니 / 동백 춘백 그 풍도를 누가 능히 평하리오 / 사람들은 모두 봄철 늦게 핀 꽃 좋아하나 / 나는 홀로 눈 속에 핀 동백 너를 좋아하네” - 김성일의 〈학봉일고〉 제2권의 시(詩) 중에서. 꽃은 겨울부터 피었다. ‘꽃’이라는 것이 대부분 따듯한 봄이 오면 피는 것인데, 그 붉은 꽃은 겨울부터 피었다. 눈 오는 밤 찬바람에 떨었던 꽃들은 봄의 문턱에서 목을 분질러 가지를 떠났다. 흙 위에 떨어져서도 여전히 ‘꽃’인 그 꽃을 우리는 ‘동백’이라 부른다. 봄 햇살에 물들기 시작한 남도의 동백숲에 본격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