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달동네에서 작은 법당을 두고 수행생활을 하다 20여 년 전 주택가로 이전한 스님과 잠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스님에게 과거 허름한 법당을 떠나 이제는 제법 번듯한 사찰로 변모한 역사를 들으며 한창 고개를 끄덕이던 찰나였다.“근데 달동네 시절이 더 좋습니다.”아니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옛날 법당은 성인 3명이 서있으면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좁다고 하셨으면서. 이런 황당함은 이어진 스님의 얘기에 곧바로 사라졌다.스님이 사찰을 이전해온 동네는 대형교회와 신학대학이 즐비한 이른바 기독교 영역이었다.
유식학에 따르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우리의 의식이 반연하여 만들어낸 경계이다. 이 말은 세계에 대한 객관적이고 올바른 인식이 우리에게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곤혹스러운 사실을 들춰낸다. 우리는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고 있지만, 유식학이 말하는 진실은 이 믿음이 자기기만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다.모두가 ‘나는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세상사람들이 뭐라 해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고 나름 멋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설사 문제가 있더라도 언제나 변명거리가 준비돼 있다. 그것은 사소하거나 불가피했거나 아니면 우연히 그랬다
갑진년 새해가 밝아진 지 열흘 남짓이 흘렀다. 탐진치 삼독에 물든 중생의 삶이 고되지 않은 적이 있겠냐만, 희망과 설렘으로 잠시의 고됨을 내려놓아도 좋았을 새해 벽두를 정말 당혹스러운 사건으로 시작해야 했다. 야당 대표가 백주대로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다쳤고,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건강을 회복해 1월 10일 퇴원했다.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여야 정치권은 어떠한 경우라도 폭력은 정당화돼서는 안 되고 용납할 수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피습 사건이 속보로 전해지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속담을 떠올릴 수밖
조계종의 신성이자 최고 지도자인 종정예하 중봉 성파 대종사가 종단을 이끄는 주요 소임자들에게 조계종풍을 바탕으로 한 새 시대 혁신을 주문했다고 한다. 조계종은 1월 12일 영축총림 통도사 설법전에서 종정예하 신년하례를 봉행했다. 이날 사부대중의 삼배를 받은 성파 대종사는 “종단은 조계종풍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꽃을 피워야 한다”며 “부처님 말씀은 경전으로 배우고 조사스님들 법문 귀로 들어 알지만, 세 살 먹은 어린이가 아는 것을 팔순 노인이 행하기 어렵다는 말처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올 한해 조
“무늬만 수계 군불자가 아니라 전역 이후 불자로 활동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전역 후 불자장병이 대학에 복학하면 해당 대학 불교동아리 지도교수가 동아리 활동을 안내하고, 대학생이 아니라면 지역 주지스님이 제대 장병을 청년회 활동을 연계하도록 독려해야 합니다.”지난해 11월 27일 진행된 해봉당 자승 대종사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대종사가 내놓은 군포교 진흥 계획이다. 자승 대종사의 군포교 유지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조계종이 군장병 전법 활성화를 위해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TF팀은 조계종 포교원, 군종특별교구, 청년대
음력 12월 8일은 부처님이 깨달은 날을 기념하는 성도절이다. 올해 성도절은 양력 1월 18일이다. 예부터 전국 사찰에서는 일주일 전부터 신도들이 철야기도를 하고 참선하며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진리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명절답게 공연을 펼치고 부처님 제자인 수행자를 공양하며 함께 축하했다. 분위기가 차분해진 것은 코로나19 이후다. 함께 모여 법회를 보고 기도를 하던 행사가 전면 중지되면서 대소를 막론하고 모든 행사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면서 올해부터 전국 사찰에서 철야기도와 다채로운 행사를 연다고 하지
역법이나 문화의 차이로 나라나 지역마다 한 해 첫날이 다르다. 우리는 전통의 음력 정월 초하루를 설 명절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불과 30년 전에만 해도 설을 쇠는 문제로 시끄러웠다. 양력설을 쇠는 집, 음력설을 쇠는 집, 두 설을 다 쇠는 집이 있었다. 이것은 이중과세이고 낭비라고 해서 국가에서 단속도 하곤 한 것 같다. 양력설을 쇠든 음력설을 쇠든, 불자라면 어떻게 설을 쇠는 것이 좋을까. 먼저 사찰의 설 쇠기 문화를 알아보자. 사찰의 설 쇠기 문화에 전통의 통알(通謁)이 있다. “통알은 새해에 연이어 올리는 전통의 세배 의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이 뉴스 검색 대상 언론을 이른바 ‘콘텐츠 제휴 언론사’(CP)로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한 것과 관련하여 카카오와 언론사 간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다음의 이번 정책 변경으로 CP가 아닌 1000여 곳의 일반 ‘검색 제휴’ 매체의 기사는 포털 다음 이용자로부터 사실상 차단되는 위기에 처했다. 검색 제휴 매체에는 불교계 언론도 포함된다. 검색 대상 언론을 제한한 다음의 이번 결정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이것이 일반 이용자들의 뉴스 이용을 제한하고, 지역언론 및 소규모 전문 매체들의 기사 노출을 원천적으로 봉쇄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2022년 9월 28일 취임했다. 당시 첫 행보는 청년세대와의 소통이었다. 이후 진우 스님은 취임 200, 300일에도 108배와 함께 청소년·청년세대들과의 소통을 이어갔다. 2024년 갑진년 새해를 여는 진우 스님의 첫 행보도 108배 정진과 청년세대와의 소통이었다. 1월 1일 아침 7시 30분 조계사 대웅전에서 진우 스님은 대학생불자들과 조계사청년회, 대한불교청년회가 함께한 108배 정진을 했다. 정진 이후 진우 스님과 청년불자는 자리를 옮겨 1시간가량 차담을 나눴다고 한다. 지난 2023년은 대학생
조계총림 송광사 서울분원 법련사가 창건 50주년을 맞았다. 이 도량의 창건과 중창이야기는 드라마틱하다. 효봉 스님을 친견하며 신심을 키웠던 김법련화는 1973년 11월 17일 자신의 모든 재산을 송광사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송광사는 그녀가 내생에는 수행자로 태어나길 기원하며 삭발염의해 사미니계를 수여했다. 법련화는 계를 수지한 다음날 세연을 다했다. 이후 법련화의 49재일인 1974년 1월 5일 법련사 개원법회가 봉행됐고, 도심 포교 반세기의 역사를 이뤘다. 20년이 지난 뒤 법련사는 김우중 대우그룹 내외와 인연을 맺고,
다섯 봉우리가 연꽃무늬를 만든다는 강원도 오대산은 불교 문수신앙의 성지다. 〈삼국유사〉에는 자장 율사가 중국 우타이산(五臺山)에서 수행하던 중 신라에도 문수보살이 머무는 성지가 있으니 찾아보라는 계시를 받았고, 그 성지가 강원도 오대산이라는 기록이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동대 만월산(滿月山)에는 1만 관세음보살, 남대 기린산(麒麟山)에는 8대 보살과 1만 지장보살, 서대 장령산(長嶺山)에는 무량수여래(아미타불)와 1만 대세지보살, 북대 상왕산(象王山)에는 석가여래와 500 아라한, 중앙 풍로산(風爐山)에는 비로자나불과 1만 문
오피니언 논설위원들2024년부터 오피니언 지면을 확대함에 따라 논설위원 칼럼을 불교계 현안을 다루는 ‘현불논단’과 세간의 현안에 대한 불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세간과 출세간’으로 나눠 운영한다. 이에 따라 논설위원들도 대거 확대했다. ‘현불논단’ 신임 논설위원인 명법 스님은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해인사 국일암으로 출가한 스님은 현재 각 교육기관 등서 미학과 명상, 불교교리를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선종과 송대 사대부의 예술정신〉 〈미국부처님은 몇 살입니까?〉 〈미술관에 간 붓다〉
한국불교 중흥과 미래 불교의 희망을 위해 상월결사 대학생전법위원회가 출범한 이래 첫 결실로 탄생한 영산대학교 불교동아리. 창립 당시 등록한 회원이 64명이었다. 2023년 9월 4일 개강 이후 9월 16일까지 단 12일 만에 이룬 성과다. 늦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 캠퍼스 건물을 다니며 전법활동을 펼친 지도법사 덕현 스님의 얼굴은 빨갛게 익었지만 마음은 설렘과 환희심으로 가득했다. 밀짚모자 쓰고 캠퍼스로 간 비구니스님영산대학교 캠퍼스에 음료수 가판대가 설치됐다. 동아리 회원 모집 현수막 아래 전단지도 가득 쌓였다. 제품 영업 현장 같
현재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KBUF, 대불련)에는 18개 지부, 129개 지회(가등록 지회 제외)가 등록돼 활동하고 있다. 각 대학 지도법사, 지도교수, 학생들의 원력으로 불법 홍포에 매진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운영 기반 마련과 회원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교학생회 활성화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불황에도 호황을 누리는 곳이 있듯, 대학생 전법·포교가 위기라지만 그 가운데도 잘되는 불교학생회가 있기 마련이다. 선후배 간 관계가 돈독하고, 활발한 전법 활동이 이뤄지는 곳, 바로 ‘한양대 불교학생회’다.한양대 불교학생회(이하 한불
박재영 전 인하대 불교학생회장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얻었다. 늘 과거에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지만 집착을 내려놓으니 모든 순간이 새롭게 다가왔다. 삶의 원동력이 되어준 소중한 인연들 덕분이었다. “챙겨주는 선배님들, 아끼고 사랑하는 동기들과 후배들까지. 제가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항상 힘이 돼 줍니다. 인생의 도반들을 만날 수 있었던 불교학생회에 감사합니다.”인하대는 인천 지역 대학 가운데 불교학생회가 있는 유일한 곳이다. 1970년에 설립된 인하대 불교학생회는 53년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경북대 불교학생회(경불회)는 1960년에 결성된 유서 깊은 불교 동아리다. 63년간 불교계 안팎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고, 올해 상반기 한국불교대학생불교연합회 최우수지회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현우 전 경북대 불교학생회장이 꼽은 모범적인 경불회 활동의 가장 큰 비결은 바로 ‘동문 선배들의 관심과 지원’이다. 동문 선배들은 경불회 운영비나 활동비에 모자람이 없도록 물심양면 도왔고, 불교학생회 구성원들이 다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줬다.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매학기 2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수여했으며, 삶에 대한 풍부한 경
1973년 창립돼 50여 년의 전통을 지닌 성신여대 불교학생회(이하 성불회). 성불회를 지금껏 지탱해온 근간에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학생들이 있었다. 시키지 않아도 구성원들과 함께할 프로그램을 척척 만들었고, 너나 할 것 없이 신입회원 모집에 앞장섰다. 진심으로 동아리를 생각하는 열정과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모습들이다. 2023년 성불회 지도법사를 맡은 시현 스님도 현재 임원진 학생들의 적극성을 높이 샀다. 스님은 그저 곁에서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안정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울 뿐, 성불회를 주체
“불교가 딱딱하고 어렵다고 느껴져 불교학생회 가입을 주저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 같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선 명상이나 템플스테이처럼 친근한 불교문화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흔히 ‘불교’라고 하면 ‘할머니의 종교’라는 선입견이 많다. 교리는 배울수록 난해하고, 깨달음은 잡히지 않는 신기루와 같이 가물거린다. 그렇기에 김현효 공주대 불교학생회 지도교수는 부담 없이 휴식을 즐기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실제적 체험활동에 주목했다. 단 한 번의 경험이 가져다준 편안함은 일상이 지칠 때마다 불교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 때문
대전대 불교학생회 ‘유심회’의 신년 목표는 해외성지 순례다. 불교 성지를 방문해 식견을 넓히고, 불교가 가진 사회적 역할을 일깨우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상훈 대전대 불교학생회 지도교수는 학생들이 해외성지 순례를 통해 진정한 이타행을 체득하고, 몸소 실천하길 기원했다.“자기 수행은 물론 보살행을 함께 하는 불교가 ‘현대불교’라고 생각합니다. 공동체 모두를 복되게 하려는 수행과 그 목적인 이타행을 우리 학생들이 대학 시절에 익히도록 하는 게 대학생 전법의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합니다.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 주고 함께한다면 부처님 세
“대학생 전법 불사가 불교학생회 신설에만 집중돼선 안 됩니다. 신설도 물론 필요하지만 현재 각 지역 거점에서 운영 중인 불교학생회가 더 잘 유지·발전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우선 과제입니다.”진주 경상국립대 불교학생회 지도법사 담산 스님이 대학생 전법 불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각 지역 거점 불교학생회의 어려움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질 높은 대학생 전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구 절벽시대로, 각 대학 신입생 수가 급감하면서 지방 소규모 사립대학이 통합 또는 폐교의 위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