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1월 17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갑진년을 ‘선명상 보급’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조계종은 올해 하반기 국제선명상대회 개최와 함께 선명상 특화 템플스테이 시범 운영, 선명상 중앙지원센터 건립 추진, 선명상 프로그램 개발 등의 계획을 내놨다. “각박한 일상과 경제적 문제 등으로 각종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국민을 위해 선명상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보급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진우 스님은 “마음의 평온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맞춤형 프로그램과 연결되도록 ‘선명상
경북 경주의 석굴암 본존불상을 본떠 만든 일명 ‘부처빵’이 불교계 모욕 논란에 휩싸였다. 부처님 얼굴을 형상화한 빵의 모양도 모양이지만, 포장 가방에 적힌 성경 구절이 비판을 키웠다.발단은 1월 18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불교를 도발하는 경주 부처빵’이라는 내용의 글이 다수 게재되면서부터다. 부처빵 판매자가 제품의 포장 가방에 ‘ACTS 19:26’이란 문구를 새겼는데, “불교계를 우상숭배 종교로 모욕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해당 문구는 성경의 사도행전 19장 26절을 의미한다. 이 구절 ‘사람의 손으로
오래전 달동네에서 작은 법당을 두고 수행생활을 하다 20여 년 전 주택가로 이전한 스님과 잠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스님에게 과거 허름한 법당을 떠나 이제는 제법 번듯한 사찰로 변모한 역사를 들으며 한창 고개를 끄덕이던 찰나였다.“근데 달동네 시절이 더 좋습니다.”아니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옛날 법당은 성인 3명이 서있으면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좁다고 하셨으면서. 이런 황당함은 이어진 스님의 얘기에 곧바로 사라졌다.스님이 사찰을 이전해온 동네는 대형교회와 신학대학이 즐비한 이른바 기독교 영역이었다.
유식학에 따르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우리의 의식이 반연하여 만들어낸 경계이다. 이 말은 세계에 대한 객관적이고 올바른 인식이 우리에게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곤혹스러운 사실을 들춰낸다. 우리는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고 있지만, 유식학이 말하는 진실은 이 믿음이 자기기만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다.모두가 ‘나는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세상사람들이 뭐라 해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고 나름 멋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설사 문제가 있더라도 언제나 변명거리가 준비돼 있다. 그것은 사소하거나 불가피했거나 아니면 우연히 그랬다
갑진년 새해가 밝아진 지 열흘 남짓이 흘렀다. 탐진치 삼독에 물든 중생의 삶이 고되지 않은 적이 있겠냐만, 희망과 설렘으로 잠시의 고됨을 내려놓아도 좋았을 새해 벽두를 정말 당혹스러운 사건으로 시작해야 했다. 야당 대표가 백주대로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다쳤고,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건강을 회복해 1월 10일 퇴원했다.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여야 정치권은 어떠한 경우라도 폭력은 정당화돼서는 안 되고 용납할 수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피습 사건이 속보로 전해지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속담을 떠올릴 수밖
조계종의 신성이자 최고 지도자인 종정예하 중봉 성파 대종사가 종단을 이끄는 주요 소임자들에게 조계종풍을 바탕으로 한 새 시대 혁신을 주문했다고 한다. 조계종은 1월 12일 영축총림 통도사 설법전에서 종정예하 신년하례를 봉행했다. 이날 사부대중의 삼배를 받은 성파 대종사는 “종단은 조계종풍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꽃을 피워야 한다”며 “부처님 말씀은 경전으로 배우고 조사스님들 법문 귀로 들어 알지만, 세 살 먹은 어린이가 아는 것을 팔순 노인이 행하기 어렵다는 말처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올 한해 조
“무늬만 수계 군불자가 아니라 전역 이후 불자로 활동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전역 후 불자장병이 대학에 복학하면 해당 대학 불교동아리 지도교수가 동아리 활동을 안내하고, 대학생이 아니라면 지역 주지스님이 제대 장병을 청년회 활동을 연계하도록 독려해야 합니다.”지난해 11월 27일 진행된 해봉당 자승 대종사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대종사가 내놓은 군포교 진흥 계획이다. 자승 대종사의 군포교 유지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조계종이 군장병 전법 활성화를 위해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TF팀은 조계종 포교원, 군종특별교구, 청년대
음력 12월 8일은 부처님이 깨달은 날을 기념하는 성도절이다. 올해 성도절은 양력 1월 18일이다. 예부터 전국 사찰에서는 일주일 전부터 신도들이 철야기도를 하고 참선하며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진리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명절답게 공연을 펼치고 부처님 제자인 수행자를 공양하며 함께 축하했다. 분위기가 차분해진 것은 코로나19 이후다. 함께 모여 법회를 보고 기도를 하던 행사가 전면 중지되면서 대소를 막론하고 모든 행사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면서 올해부터 전국 사찰에서 철야기도와 다채로운 행사를 연다고 하지
역법이나 문화의 차이로 나라나 지역마다 한 해 첫날이 다르다. 우리는 전통의 음력 정월 초하루를 설 명절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불과 30년 전에만 해도 설을 쇠는 문제로 시끄러웠다. 양력설을 쇠는 집, 음력설을 쇠는 집, 두 설을 다 쇠는 집이 있었다. 이것은 이중과세이고 낭비라고 해서 국가에서 단속도 하곤 한 것 같다. 양력설을 쇠든 음력설을 쇠든, 불자라면 어떻게 설을 쇠는 것이 좋을까. 먼저 사찰의 설 쇠기 문화를 알아보자. 사찰의 설 쇠기 문화에 전통의 통알(通謁)이 있다. “통알은 새해에 연이어 올리는 전통의 세배 의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이 뉴스 검색 대상 언론을 이른바 ‘콘텐츠 제휴 언론사’(CP)로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한 것과 관련하여 카카오와 언론사 간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다음의 이번 정책 변경으로 CP가 아닌 1000여 곳의 일반 ‘검색 제휴’ 매체의 기사는 포털 다음 이용자로부터 사실상 차단되는 위기에 처했다. 검색 제휴 매체에는 불교계 언론도 포함된다. 검색 대상 언론을 제한한 다음의 이번 결정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이것이 일반 이용자들의 뉴스 이용을 제한하고, 지역언론 및 소규모 전문 매체들의 기사 노출을 원천적으로 봉쇄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2022년 9월 28일 취임했다. 당시 첫 행보는 청년세대와의 소통이었다. 이후 진우 스님은 취임 200, 300일에도 108배와 함께 청소년·청년세대들과의 소통을 이어갔다. 2024년 갑진년 새해를 여는 진우 스님의 첫 행보도 108배 정진과 청년세대와의 소통이었다. 1월 1일 아침 7시 30분 조계사 대웅전에서 진우 스님은 대학생불자들과 조계사청년회, 대한불교청년회가 함께한 108배 정진을 했다. 정진 이후 진우 스님과 청년불자는 자리를 옮겨 1시간가량 차담을 나눴다고 한다. 지난 2023년은 대학생
조계총림 송광사 서울분원 법련사가 창건 50주년을 맞았다. 이 도량의 창건과 중창이야기는 드라마틱하다. 효봉 스님을 친견하며 신심을 키웠던 김법련화는 1973년 11월 17일 자신의 모든 재산을 송광사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송광사는 그녀가 내생에는 수행자로 태어나길 기원하며 삭발염의해 사미니계를 수여했다. 법련화는 계를 수지한 다음날 세연을 다했다. 이후 법련화의 49재일인 1974년 1월 5일 법련사 개원법회가 봉행됐고, 도심 포교 반세기의 역사를 이뤘다. 20년이 지난 뒤 법련사는 김우중 대우그룹 내외와 인연을 맺고,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불교계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가 변화가 예상되는 해이다. 당장 조계종의 경우 올해 25곳 교구본사 중 10곳의 주지 임기가 만료된다. 여러 교구본사에서 선거와 합의추대 형식을 통해 주지가 교체되거나 중임될 전망이다. 가장 먼저 제4교구본사 월정사는 주지 정념 스님이 6번째 연임을 확정했다. 임기는 1월 중 만료되지만 지난해 12월 산중총회를 통해 정념 스님의 연임이 만장일치로 정해졌다. 교구본사주지가 6번 연임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계총림 송광사도 최근 임회에서 차기 주지후보를
또 한 해가 지나간다. 해를 넘기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아픔과 비탄의 한숨 소리가 가득하다. 탐욕과 분노 그리고 어리석음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간들의 절규다. 해를 보낼 때면 새삼 ‘시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학책, 철학책 등 다양한 자료를 보면서 정리해 보나 항상 오리무중의 늪에 빠진다.지구별의 생명체 중에서 시간을 삶의 틀로 삼아 사는 존재는 인간이 유일한 것 같다. 태양계에 사는 인간은 지구별이 태양을 한 바퀴 돌면 일 년이라 하고, 스스로 한 번 돌면 하루라고 하면서 일생을 살아간다. 물에 사
올해 한국불교를 관통하는 단 한 개의 키워드는 ‘전법’이다. 그 시작은 2월 9일부터 3월 23일까지 석가모니 부처님의 고향 인도에서 펼쳐진 상월결사 인도순례에서 비롯됐다. 43일간 1167㎞ 7대 성지를 도보로 순례한 사부대중의 여정은 한국불교의 위기를 실감하고 전번을 통한 중흥의 원력을 세우는 밑거름이 됐다.“지장보살께서는 지옥중생을 다 제도하기 전까지는 성불을 다음 생으로 미룬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성불합시다’ ‘성불하세요’를 다음 생으로 미루고, 금생에는 ‘부처님 법 전합시다’로 살아갑시다.”3월 23일 조계사에서 봉행된
매년 연말에는 여론조사기관에서 종교인식조사들을 발표하곤 한다. 그 중에 꼭 빠지지 않는 항목이 종교 호감도에 대한 여론조사다. 다행히 불교는 항상 호감도 순위 1등을 놓치지 않는 우등생이다. 이는 템플스테이와 풍부한 문화유산 자원으로 대중들이 불교를 문화로써 향유하며 불교에 호감을 갖게 됨을 보여준다. 반대로 살피면 대중들은 불교를 문화적 향유할 뿐 신앙으로써 불교를 접근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호감도 1위’라는 포장을 걷어내면, 한국불교가 가지고 있는 위기 조짐들은 확인된다. 12월 6·13일 공개된 한국리서치의 종
시간은 또다시 정처 없이 흘러 어느덧 2023년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언제나 연말이 다가오면 시간의 흐름에 두려움을 느낄 정도다. 시간은 언제나 우리의 곁에 있지만, 한순간도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 그런 존재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올해는 필자에게 있어 여러 의미로 기억에 남은 한 해였다. 연초 갑작스런 갑상선암 판정으로 인해 삶에 대해 되돌아보고 깊은 사유와 고민을 갖는 시기였다. 20대에 출가해 30대에 유학을 하고 40대에 승가대학 교수사에 돼 게으르지 않고 신심 있게 지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나는 결코 아니겠지라는
장애인전법 중심도량 사회복지법인 연화원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연화원은 1990년 출간된 일반 수화집에 수록된 불교 수형이 3~4개뿐임을 확인한 해성 스님(연화원 대표이사)이 팔을 걷어붙이면서 시작됐다. 1993년 2월, 서울 석촌동(당시 포이동)에 청각장애인들과 함께하는 도량을 꾸렸고, 2003년 법인으로 거듭났다.법인이 설립되기 전에도 연화원은 장애인 전법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였다. 연구와 연구를 거듭해 〈자비의 수화교실〉(1999)을 발간했고 이는 11년 후인 2010년, 1127개의 수형을 담은 국립국어원 편찬 〈불교 표
수원 봉녕사가 내년 1월 21일부터 2월 17일까지 진행되는 ‘제1기 여성출가학교’를 연다. 선발된 참가자들은 한 달간 봉녕사에 머물며 한국 전통 승가의 수행과 삶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차명상·요가·사찰음식 특강·화성행궁 산행 등 다양한 특별프로그램도 마련된 것도 눈길을 끈다. 봉녕사는 스스로 삶을 점검하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출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고취하고, 이를 통해 출가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봉녕사의 이 같은 시도는 한국불교가 맞이한 ‘출가 절벽’에 기인한다. 1990년대만 해도 한 해 4~500여
올해 내 나이 65세,지·수·화·풍 4대는 허공으로 산산이 흩어지려 한다. 도는 그윽하고 현묘하나니 거기에는 부처도 없고, 조사도 없으며, 머리 깎는 귀찮은 일도 없고, 목욕하는 수고로움도 없네. 이제는 한 덩어리 사나운 불길만이 남아 있을 뿐,나는 이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다네. -위의 게송은 당말 10세기 무렵, 선사인 남악 현태(南嶽玄泰, 석상경저의 제자)의 열반게송이다. 현태 선사는 숲속에서 홀로 고고하게 수행하다가 열반하셨다. 열반에 들기 전날, 그가 머무는 토굴 앞에 장작을 산더미처럼 쌓은 뒤 다음 날 앞 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