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임한 생은 한 소임한 소임 놓는 날부처를 볼 것인가봄볕은 알아서 부풀고바람은 여전히 신비로운 날에잊지 못할 것이 있어 힘들고잊어야 할 것이 있어 힘들고그렇게 분주한 소임 사느라불기엔 오늘도 쌀알만 가득하다
지는 꽃지는 꽃이 어쨌다고이 길을 못 지나가나지는 꽃이 어쨌다고추억들모두 이 길에 있나피었으니 지고, 왔으니 가야 하는 것을언제는 몰랐나아플 때마다한 번씩 새삼스럽게그 길을 못 지나가고지는 꽃 한 송이 한 송이천상천하유아독존그 오래된 숙제를 또 풀고
언젠가우리, 언제 바람이 될지 모른다하루하루 사는 일이바람이 되어가는 일인 것을…바람 속에 살면서바람이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우리, 언제 꽃이 될지 모른다가끔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꽃이 되어가는 일인 것을…꽃 피는 날에 맞춰 살면서꽃이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우리, 언제 비가 될지 모른다밤새 잠 못 이루는 일이비가 되어가는 일인 것을…빗소리에 무너지면서비가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우리, 언제 흰 연기 되어서로를 잊어야 할지 모른다서로 놓지 못하는 ‘너’와 ‘나’가흰 연기인 것을 알지 못한다
해제(解制) 아침은?해가?열어주고 저녁은?달이?열어주고 길은?또?바뀐?계절이?열어준다 그렇게?하루하루가?쌓여 가야?할?길이?생기고 길은?또?단단한데 꽃들은?법문처럼?돋아난다 어제까지?누구보다?간절하였으나 이제?멀어지는?산새소리?들려온다 들려오는?것이?옳은가 멀어지는?것이?옳은가 아침을?또?해가?열고 저녁을?또?달이?열면 언젠가?또?계절이?길을?열?텐데 길은?또?단단할?텐데
불사 소리?내지?않는?것들과 눕지?않는?것들이?있어 허망하다고?말하는?들판에도?여전히?뜻은?있고 그?시절을?바라보는?오늘과 그런?오늘이?올?것을?알았던?그?때가?있어 사라진?불사는?설법이?되어간다 화려한?단청과?우아한?창살들 법이라?믿었던?금빛의?목각들 그?의미와?이유를?들판에?묻어 있고?없음의?글자를?그렇게?적어 또?한?번?불사를?이루니 어찌?이곳을?폐사라고?부를까 공(空)으로?돌아가?설법이?되기까지 불사는?오늘과?내일을?따로?놓지?않았음을 들판을?걷는?석탑이?전한다
오늘 우리?만나고?헤어지던 석등의?불로?저녁을?나던 아득한?천?년?사라지던 그렇게?기억할?수?없는?시간들이?있었다고 눈은?내린다 눈?내린?석등에?불빛?채우고 나도?밤새?석등이?되었던 기억?어딘가에?두고?온?그런?날이 이?두?손?어딘가에?있지?않을까 싶어 조용히?두?손?모아본다 서쪽서?범종소리?들려오고 새들도?무릎으로?나는?저녁 오늘이?또?천?년처럼?사라지고?있다
포행 마른?초목은?적적하고 어느?새,?하루해는?또?저문다 어쩔?수?없는?시간과 어쩔?수?없는?길에서 초목은?야위었고?해는?저물었다 이?저녁에 이?한?발짝도?어쩔?수?없는?것 산?아래?‘너’도 어쩔?수?없는?것 글·사진=박재완?기자
안부 찬바람이?매섭다 잘들?있겠지 작은?한?끼로?날개를?채우고 잘들?있겠지 추운?나무?꼭대기에?날개를?접으면 그?저녁은?미안하다는?말이?되고 구름?가는?길에도?자꾸만?마음이?쓰이면 젖은?하늘은?목?메인?안부가?된다. 날(日)은?쉼?없이?날아들고 잘들?있겠지 글·사진=박재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