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얼마 전인가 싶었는데 여름 가을이 지나고 어느새 또 겨울이다. 시간의 흐름. 세월의 흐름. 눈으로 볼 수 없지만 분명히 시간을 흐르고 세월은 쌓여간다. 그 시간과 세월 속에서 우리는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을 생각하며 살아간다. 청년이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나이를 먹은 지금의 나를 바라보면 언제 세월이 이렇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그렇다. 만물은 항상 변하며 영원히 실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항상 변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유나 명예에 집착하고 탐욕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 자신을
오늘은 마음의 평안과 행복이 절실한 현대 생활인에게 참선 명상을 쉽게 시작하는 방법으로 하루 5분 참선 명상하는 ‘나바오 명상(나를 바로 보는 5분 명상)’을 소개한다. 명상, 하루 5분으로 시작하기이제 참선 명상이 마음의 평화를 얻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되었다. 종교를 초월하여 참선 명상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참으로 반갑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참선 명상을 시작하려는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 바쁜 일상생활과 스마트폰과 동영상, TV, 게임 등 인터넷과 미디어의 자극에 익숙한 현대인이 고요히 내면을 바라
파울로 코엘료의 베스트셀러 소설 〈아처(The Archer)〉는 짧지만 강렬한 교훈이 있는 글이다. 〈아처〉는 저자가 궁도를 배우며 익힌 경험을 세분화해서 상술한 글이다. 화살을 쏜다는 것은 단순히 텅 빈 표적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활을 통해 세상을 보려는 노력이라고 한다. 표적에 다다르느냐 다다르지 못하느냐는 중요하지 않고 활, 화살, 표적 자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활쏘기는 시위를 놓는 순간 극도의 긴장에서 완전한 이완으로 전환된다. 활을 잘 쏘기 위해서는 우아한 자세와 더불어 고도로 정신을 집중할 수 있어야
우리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마을로 내려오신 미륵’을 만날 수 있다. 폐사된 절터에서 업어온 부처님을 미륵으로 모시기도 하고, 특별한 암석이나 땅속ㆍ바다ㆍ강에서 나온 큰 돌을 세워놓고 미륵으로 받들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마을에 모신 미륵을 아기 점지를 바라는 기자신앙(祈子信仰)의 대상으로 섬긴 전통은 뿌리가 깊다. 미륵이 민간신앙의 대상으로 보편성을 지니게 된 것은, ‘구세주적 성격’과 ‘존재 방식의 친연성’에서 찾을 수 있다. 미륵은 석가모니 입멸 후 56억 7천만 년이 지났을 때 세상에 나타나 중생을 제도하게 된다는 미래불(未來佛
불교에서 나를 윤회하게 만드는 ‘이것’을 ‘업(業, Karma)’이라고 한다. 업이란 무엇일까? 업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대장엄경론〉 속 어느 바라문의 질문을 살펴보자. “친교 바라문이 (붓다의) 무아(無我)의 설을 듣고 의심이 나서 물었다. ‘만약 나라는 것이 없다고 하면, 윤회에 있어서 누가 후세에 태어난단 말입니까?’ 제석천은 ‘과거세의 번뇌로 말미암아 여러 업을 지은 까닭에, 그 ‘업’에서 ‘현재의 몸’이 생겼거니와, 현재에 있어서도 다시 여러 업을 짓는다면, 내세에서 다시 거기에 해당하는 몸을 얻게 될 것이다. (중략)
봄이면 라일락 향기가 자우룩했을 큰 라일락 나뭇가지가 방 앞까지 늘어진 곳에서 스님이 걸음을 멈추고 방문을 열었다. 먼저 방 안으로 들어간 스님이 벽장 속에서 책을 꺼내는 것 같았다.-이 책입니다. 제가 간직해 둔 겁니다.네 사람의 시선이 책으로 쏟아졌다. 경전이 아니었다. 사무엘 다커스의 불의 제전이었다. 소설이었다. 드륵하고 책갈피를 넘겼다. 책 중간쯤 종이쪽지 하나가 끼워진 것이 보였다. 종이쪽지를 집어 보다가 멈칫했다. A4용지 몇 장을 네 겹으로 접은 것이었다.-뭡니까?오오스마 기자라고 생각하며 그제야 뒤를 돌아보았다.-모
최초의 화혼식(花婚式)근대 최초의 불교 혼례는 1918년 2월 조계사의 전신인 각황사(覺皇寺)에서 치러졌다. 처음 행하는 불교식 혼례라 장안의 화제가 되어, 몰려든 구경꾼이 일천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신문에는 사모관대를 갖춘 신랑, 족두리에 장삼을 입은 신부가 경건한 표정으로 부처님 앞에 서 있는 모습의 사진이 실렸다. 이 혼례는 역사학자 이능화(李能和)가 1917년에 만든 ‘의정불식화혼법(擬定佛式花婚法)’에 따라 처음 행한 것이었다. 당시 혼례를 둘러싼 상황은 개항 이후 기독교 문물의 본격적인 유입과 함께, 이른바 ‘예배당결혼식
〈원문〉 부처님이 아난과 여러 대중에게 고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유루세계의 12류 중생의 본각묘명(本覺妙明)과 각원심체(覺圓心體)는 시방 부처님으로 더불어 둘도 없고 다름도 없건만 너희들 망상으로 진리에 미혹한 것이 허물이 되었기 때문에 어리석은 애욕(痴愛)이 발생하고 그리고는 두루 미혹해졌기 때문에 허공이 생겼으며, 변화되면서 미혹이 쉬지 아니하여 세계가 생겨남이 있게 되었으니 이 시방의 미진국토는 무루(無漏)가 아니라, 모두 미혹과 완고한 망상으로 안립된 것이니라. 마땅히 알라. 허공이 너의 마음 안에서 생긴
여덟 번째로 세워지는 단(壇)이 명문 기점이다. 요추 2번과 3번 사이에서 세워지는 기점이다. 쿤달리니 에너지가 내장된 자리이다. 오장과는 충맥을 통해 연결되어 있고 머리와는 독맥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쿤달리니 에너지는 본성에서 생성되는 밝은성품과 선천혼이 생성해내는 선천기, 육체의 자율신경이 생성해 내는 에너지가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세포의 텔로미어를 충전시켜주고 오장의 진기를 보강해 주는 기능을 한다. 쿤달리니가 소진되면 육체 생명의 수명이 다하게 된다. 미심 단과 옥침 단을 세웠던 호흡법과 발성법을 활용해서 명문 기점을 자극
“그대는 앉아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부처가 되려고 합니다.”이 말을 듣고 남악 회양 선사가 기왓장을 들고 와서는 좌선하고 있는 마조 스님 앞에서 기왓장을 갈고 있었다.우리는 무엇을 참구하려고 할 때, 그 알려는 마음으로 인해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돌이켜 보지 않고, 자신이 부처가 되려고 하는 욕망 때문에 자신이 놓은 덫에 걸려들고 만다. 아마도 대부분은 무엇이 덫인 줄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걸려든다. 그리고 또 어떤 대상을 찾는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대상이 무엇인지 이해할 틈도 없이 출발부터 하기도 한다. 수행에서 대
여름철 더위를 식혀주는 대표적인 음식인 메밀은 마디풀과 메밀속으로 한해살이풀이다. 서늘하고 비가 알맞게 내리는 지역에서 잘 자라고, 꽃은 7~10월에 피는데 흰색으로 핀다.메밀은 최초로 고려시대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기록이 있으나 통일신라시대에 메밀종자가 검출된 기록이 있어, 그 이전부터 이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부위는 잎, 씨앗으로 식용 또는 약용하고, 또 차로 사용한다.성분과 약성메밀과 싹에는 오리엔틴(orientin), 호모오리엔틴(homoorientine), 비텍신(vitexin), 사포나레틴(saponareti
자존감은 자아존중감을 줄인 말입니다.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입니다. 자존감은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긍정’하는 것입니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을 두고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합니다. 모든 생명 있는 존재는 소중하고, 고귀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독불장군처럼 자기만을 내세우거나 최고라는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이 세상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유일한 존재요, 고귀한 존재입니다. 요즘 사람들
리좀은 시작하지도 않고 끝나지도 않는다. 리좀은 언제나 중간에 있으며 사물들 사이에 있고 사이-존재이고 간주곡이다. 나무는 혈통 관계이지만 리좀은 결연 관계이며 오직 결연 관계일 뿐이다. 나무는 ‘~이다’라는 동사를 부과하지만, 리좀은 ‘그리고…그리고…그리고…’라는 접속사를 조직으로 갖는다.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천개의 고원〉 서론 인드라망의 철학자, 질 들뢰즈21세기는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미셸 푸코의 말처럼, 그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철학자이다. 들뢰즈는
이사를 하려고 준비하다 보니 35년간 살았던 살림살이의 규모가 엄청났다. 버리고, 남 주고, 팔면서 그동안 보물인 양 모아놓은 것들이 어찌나 많은지 감당하기 힘들었다. 모르긴 해도 내가 버린 책들만 1톤 트럭 하나는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를 떠날 때의 마음은 ‘희망이 길을 안내할 것’이라는 희망 하나였다. 그래서 선뜻 떠나기로 했지만 그 긴 세월의 흔적을 지우는 데는 물질뿐 아니라 정신 문제가 더 크게 나타났다. 명상센터 운영과 관련된 사람들, 운영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이분들과의 관계에서 만들어낸 일과 사연들이 줄
…한국이란 나라에서 온 그림쟁이 오빠가 시오레 언니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안 것은 술집 생활을 시작한 지 꽤 지나서였다. 오빠가 처음 우리에게 접근했을 때 한국에서 들어온 여행객인 줄 알았다. 여행비가 떨어져 떠도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오레 언니가 빚이 있어 쫓기고 있었는데 그 빚을 오빠가 갚아 주었다. 이 바닥을 잡은 오빠들이 혀를 내둘렀다. 어릴 때부터 배운 선무도로 세 명을 때려눕히고 시오레를 구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보기에는 비실거려 보이는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다른 나라 사람이
백흥암 불단, 한국산사 불단의 백미백흥암은 팔공산에 깃든 비구니 도량이다. 도량은 청정하며 삼엄하다. 부처님오신날과 백중날(음력 7월 보름), 1년에 두 차례만 대중에게 산문을 개방한다. 폐쇄성과 삼엄함은 수행 사찰이 지닌 엄격함의 면모다. 극락전은 청정도량 백흥암의 중심 불전이다. 대세지보살-아미타불-관세음보살의 아미타삼존을 모셨다. 1643년에 중수한 조선 중기 건물이다. 그곳에 일찍부터 나라의 보물로 지정한 목조 불단이 있다. 법당인 극락전보다 18년이나 앞서 1968년에 보물로 지정했다.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은 백흥암
〈원문〉 그때 여래께서 법회를 마치려 하시다가 사자상(師子牀)에서 칠보의 책상을 당기시며, 자금산(紫金山)을 돌려 다시 와 기대시고 대중과 아난에게 고하셨다.“너희들 유학인 연각과 성문이 오늘 마음을 돌이켜서 대보리인 위없는 묘각(妙覺)에 나아가려 하므로 내가 지금 참된 수행법을 설했거니와, 네가 아직 사마타와 비파사나를 닦는 데 있어 미세한 마사(魔事)를 알지 못하나니, 마(魔)의 경계가 나타날 적에 네가 능히 알지를 못하면 마음을 닦는 것이 바르지 못하여 사견(邪見)에 떨어지게 된다.이 마(魔)라는 것이 혹 너의 음마(陰魔)이며
세 번째로 세워지는 단(壇)이 중극(中極)이다. 중극은 흉수 5번 신경이 시작되는 척수의 배쪽 면에서 세워진다. 중간 기둥의 세 번째 기점이다. 심장으로 영입되는 교감신경이 시작되는 자리이고 4선정의 사마타가 성취되는 자리이다. 3지, 4지를 엄지손가락으로 굴곡시킨 다음 나선 호흡으로 백회에서 흉수 5번까지 숨을 들이쉰다. 호흡 경로에서 뻑뻑하게 억제된 느낌을 인식한다. 그런 다음 모음 발성 히!이~~~! 발성으로 중극 기점을 자극한다. 후끈한 열기가 일어나면 중극이 자극된 것이다. 중극은 이다와 핑갈라, 슈슘나에너지가 합쳐지고 밝
‘나’라는 인식이 생겨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자신의 근원을 잊어버리고 ‘나’라는 인식으로 만들어진 과거의 관념에 초점을 모으고 살아간다. 이때부터 일어나는 모든 느낌과 생각은 우리의 본질과 상관없이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관념의 정보를 바탕으로 일어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게 된다. 생겨난 새로운 관념의 정보는 퇴색하여 필요 없는 정보와 바꿔가면서 자신에게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가는 세계가 실재하는 세계가 아닌 자신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세계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 우리가 이렇게 생
가을,새로운 계절이 시작됐다 싶더니 어느새 또 다른 계절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김없이 도래하는 시간과 시간 사이에서 ‘삶’이라는 명제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오늘의 대중은 많은 것들을 가지고 누리기 위해 점점 더 힘겨운 삶을 살아내고 있다. 그래서 부처님의 말씀처럼 타고난 본성대로 살아가는 일은 힘겨운 삶에서 크나큰 축복이자 공부라고 생각한다.힘겨운 오늘 ‘무위(無爲)’라는 말이 떠오른다. “우리의 삶은 스스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밝아지고, 스스로 옳다고 하지 않기에 훤히 드러나고, 자랑하지 않으니 자기 공로가 있게 되고, 스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