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영국의 첼시플라워쇼에서 한국의 작가 황지해는 ‘해우소 가는 길’이라는 작품으로 최고상의 영예를 얻었다. 첼시플라워쇼는 영국왕립원예학회가 주관하는 정원 및 원예박람회로 세계 최대의 권위를 자랑한다. ‘생명의 환원’과 ‘비움’이라는 한국의 전통화장실 문화가 가지는 철학적 함의를 정원디자인으로 재해석해서 승화시킨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해우소 가는 길’은 진정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말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작품이 아닐 수 없다. 해우소는 ‘근심을 풀어버리는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 비우지 못하는 것은 곧 근심과 걱정의 근원이고, 비우게 되면 그러한 근심과 걱정이 없어진다는 불교철학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장소인 것이다.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힘들
사찰에서 발생되는 쓰레기가 많아진다는 것은 사찰주변의 청정한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문제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 예로부터 불가에서는 청빈하고 검소한 삶을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였다. 그러한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발우공양이다. 스님들은 발우에 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소량의 음식을 담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비워냄으로써 비움의 미학을 불자들에게 보여주었다. 절에서 스님들이 해왔던 발우공양은 한국의 사찰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시작한 템플스테이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음식을 먹는 것도 어색할 텐데 발우공양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일단 신기해서 그렇겠지만, 한편으로는 자기가 먹을 수 있는 적당량의
바야흐로 무더운 여름이 시작됐다. 이제 우리나라도 기후변화로 인해서 아열대성 기후의 특징적 현상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지구온난화가 주된 원인이 된다. 여름이 되면 산사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행락공간으로 변한다. 사찰이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수행하는 스님들이나 신앙활동을 위해 사찰에 온 불자들에게는 휴가를 목적으로 사찰주변의 자연을 찾아온 많은 사람들로 인해서 몸살을 앓게 된다. 행락객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인해서 발생되는 교통 혼잡, 차를 세울 수 없을 정도로 꽉 들어찬 사찰의 주차장,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사찰주변의 산과 계곡, 유흥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소음공해 등은 여름철 사찰에 악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찰주변에서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큰 비가 내리거나 강한 바람이 불면 사람들이 공들여 만든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잃는 일들이 허다했다. 이러한 자연재해는 사람의 힘으로는 막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자연을 함부로 파괴하고 현상을 변경할 경우에는 발생되는 피해의 범위나 정도가 더욱더 심각해진다. 이러한 경우에는 천재라기보다는 인재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인데, 우매한 사람들은 지금까지 이러한 경우를 수없이 봐왔으면서도 아직까지 자연을 파괴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사찰이 산지에 그렇게 많이 지어졌으면서도 자연재해를 크게 입지 않은 것은 자연이 가진 생태적 수용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고 그 범위 내에서 자연을 이용하였기 때문이다. 건물의 크기도 터에 따라 적당한
우리나라 사찰의 계단 가운데에서 불국사의 청운·백운교와 연화·칠보교의 아름다움을 따라 갈만한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종교건축물을 대상으로 생각해봐도 불국사의 계단처럼 조형성과 상징성을 철철 넘치도록 표현하고 있는 대상을 찾아보기는 쉽지가 않을 것이다. 불국사가 창건된 것이 751년도이니, 불국사 계단의 나이는 1250살이나 된다. 그 시대에 만든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세련된 디자인은 누구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고, 그 계단에 그렇게 깊은 의미를 부여한 이는 과연 누구였던가! 청운·백운교를 오르면 자하문(紫霞門)을 지나 석가모니부처님이 상주하시는 불국정토로 들어가게 되고, 연화·칠보교로 오르면 안양문(安養門)을 지나 아미타부처님이 상주하시는 극락정토로 들어가게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전통사찰의 지정요건을 적시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시대적 특색을 뚜렷하게 지녀야하고, 한국 고유의 불교·문화·예술 및 건축사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특히 필요해야 하며, 한국 문화의 생성과 변화를 고찰할 때 전형적인 모형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전통사찰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한국사찰이 지녀야 할 진정성과 완전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고문헌이나 발굴자료를 통해서 살펴보면, 불교전래초기에 지어진 사찰들은 대체로 탑을 중심으로 금당과 강당이 축선 상에 배치되고, 회랑이 중심공간을 위요하는 형식을 가진다. 우리나라 사찰이 다른 나라의 사찰과 다른 것 가운데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역시 석탑과 석
우리나라 사찰은 한마디로 말해서 토종공간이다. 현대사찰의 경우 실내공간도 현대인들의 생활에 편리하도록 꾸밀 수 있지만, 전통사찰의 경우에는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온 고유성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우리네 사찰에서는 골기와를 씌운 지붕과 맨 땅으로 남겨둔 마당, 주변에서 주운 돌로 투박하게 쌓아올린 석축 그리고 화계나 화오에 심어진 목단과 작약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찰마다 특화 전략을 수립해서 다른 사찰들과 차별화하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다. 사찰주변 산야에 꽃을 심어 특별한 경관을 만든 사찰, 산나물과 약초를 심어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만들어 불자들에게 다가가는 등 특화전략도 가지각색이다. 사찰의 특화전략 가운데에서도 아름다운 사찰을 만드는 것은 가장
우리나라 사찰의 이미지는 때에 따라서 청량하기도 하고 그윽하기도 하다. 새벽녘 잠이 깨어 절 마당에 나갔을 때의 쨍한 상쾌감이 청량한 기분이라면, 석양 무렵에 느끼는 편안하고 온화한 기분은 그윽하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봄이 무르익으면서 온 세상이 꽃 잔치를 벌이고 있다. 매화를 필두로 동백,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로 이어지던 봄소식은 화사한 왕벚나무가 꽃을 피우면서 절정에 이르렀고, 이제는 철쭉이 제철을 맞아 꽃을 피운다. 조금 있으면 목단이나 작약이 마당 한가득 탐스러운 꽃을 피울 것이니 사계절 중에서는 이때가 가장 생동감이 있고 희망적인 계절이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 꽃이 피는 것은 절집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절집이 자리한 산자락에도 봄은 찾아와 온갖 꽃들로 가득하며, 절 마당에도 이것저것 많
부처님 오신 날이 가까워지면서 사찰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행사준비며, 사찰안팎 청소는 물론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하기 위해 연등도 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불가에서는 향, 등, 꽃, 과일, 차, 쌀과 같은 여섯 가지 의미 있는 것들을 부처님 전에 올려 부처님을 의지하고 그 공덕을 찬양하며, 유화선순(柔和善順)의 자비로운 마음으로 보살행을 다짐하는 불교의식을 치르는데, 이것이 곧 육법공양(六法供養)이다. 어렸을 적 부처님 오신 날 절에 가면 마당 가득 걸어놓았던 등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어머니와 같이 절 마당에 걸어놓은 많은 등 가운데에서 우리 등이 어떤 것인지를 찾았던 추억은 잊을 수가 없다. 대학에 다니던 시절 부처님 오신 날 연등을 들고 학교에서 조계사까지 걸었던 기억 또한 생생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은 그 문화재로 인해서 사격이 올라가기도 하지만 문화재를 제대로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문화재라는 것이 영구적으로 생명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재료에 따라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식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문화재를 과학적으로 보존처리하는 기술이 발달해서 예전과 같은 몹쓸 일이 생기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그래도 문화재는 아기 보살피듯 보살펴야 그 생명력을 오래 유지할 수가 있다. 문화재를 원형대로 오랜 시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사찰에서는 문화재를 보존처리하거나 해체·수리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렇게 보존처리하거나 해체·수리할 경우에는 가설 덧집을 씌우고 작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그렇게 하는
전통사찰은 우리나라 문화재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성지이다. 문화재는 다시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문화재로 구분하며, 문화재의 가치와 관리주체에 따라서 국가지정문화재와 시도지정문화재 그리고 문화재자료로 나눈다.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은 원형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문화재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원형을 보호하게 된다. 문화재로 지정된 불상을 보호하기 위해서 전각을 짓고, 외부에 노출된 마애불이나 비석 등 석조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서 보호각을 짓는 것 등이 바로 문화재의 원형유지를 위한 방법이 된다. 또한 석탑이나 석등, 노거수(오래된 나무) 등 외부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점적 형태의 문화재는 보호펜스를 둘러서 문화재의 원형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절 마당은 본시 비워둔 공간이었다. 법당이 작아서 치르기 어려운 행사나 외부공간에 적합한 의식은 마당에서 봉행하는 것이 상례였다. 괘불대에 괘불을 걸어놓고 야단법석을 여는 장소가 바로 절 마당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절 마당은 오랜 세월 그 자리에 덮여있던 흙 그대로이거나 흙 위에 마사토를 깔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포장방법이었다. 별로 특별한 기술이나 공법을 동원하지는 않았지만 아침에 일어나 싸리비로 쓸어놓은 마당을 보면 정갈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요즘 일부 사찰에서는 장식성이나 기능성을 높이고자 마당에 잔디를 까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잔디를 깔아서 마당을 아름답고 정갈하게 관리하려는 마음이야 높이 살만하지만 잔디를 관리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잔디는 매우 까다로운 식물재료라
최근에 여러 사찰에서 그 절에서만 볼 수 있는 특화된 매력요소를 도입하여 다른 사찰과 차별화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는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 구절초를 절 주변의 산에 심어서 볼거리를 제공하고, 꽃차까지 만들어 마실거리까지 풍성하도록 만든 사찰, 절 주변의 산에 부처님교화공원을 만들면서 철따라 아름다운 꽃을 피도록 하여 이곳을 찾는 불자들에게 꽃보시로 눈을 즐겁게 해주는 사찰, 절 주변의 밭에 연지를 만들어 연꽃의 아름다움과 진한 연향을 선물하는 사찰, 비료를 주지 않은 유기농 농산물로 만든 먹을거리를 제공하여 불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사찰, 절 주변에 찾아오는 철새들의 신비로운 생태를 만날 수 있도록 만든 사찰이 바로 그러한 사례이다. 사찰이 불법승 삼보를 모시고 수행과 기도와 재를 올리는 사찰 고유의
요즘 담뱃값 인상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담뱃값을 올리면 담배를 덜 피우게 될 것이라는 측과 담배를 덜 피우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담뱃값을 올리는 것은 소비자를 볼모로 잡는 좋지 않은 짓이라는 측의 의견이 팽팽하다. 담배가 해로운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각종 암이나 치명적인 병을 일으키게 만드는 좋지 않은 작용을 한다는 것쯤은 각종 매스컴이나 입소문을 통해서 익히 잘 알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담배로 인해서 6.5초 간격으로 사람이 사망한다고 한다. 어린 시절 담배피우는 아버지의 모습이 멋있어 보여 아버지 담배를 몰래 꺼내려다 들켜서 호되게 야단맞았던 기억은 얼핏 낭만적인 추억거리로 떠오르기는 하지만 그때는 담배가 이렇게 위험한 물건이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유난히 춥고 길었던 겨울이 봄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슬그머니 도망간 자리에 다시 봄이 찾아왔다. 남녘에서는 동백이며, 매화며, 산수유, 목련 같은 꽃들이 꽃망울을 열었고 조금 더 지나면 진달래, 철쭉, 개나리, 복숭아나무, 살구나무, 벚나무도 꽃을 피워 온 세상이 꽃 잔치로 떠들썩할 것이다. 예로부터 사찰에서는 꽃 공양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서 사찰주변은 물론이거니와 사찰경내에도 꽃이 피는 나무와 초화류들을 많이 심었다. 철따라 피는 꽃을 부처님에게 공양함은 물론 스님들도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자연을 가까이 하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몇몇 서적을 보면 지난날 사찰에 심었던 나무나 꽃들에 대한 기록이 있어서 흥미롭다. 〈동국여지승람〉을 보면 “화암사(花巖寺) 못가에 창포가 우거져 있고, 섬돌 앞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살아계실 때, 빔비사라왕이 지어드린 죽림정사와 수닷타장자가 지어드린 기원정사는 부처님이 제자들과 더불어 수행하시고, 설법하신 초기형태의 사찰이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다음에는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스투파가 중심이 되는 사찰이 지어지고, 불상이 만들어지게 되면 스투파의 중심에 불상을 모시게 된다. 인도의 불교가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전파되면서 삼보를 모신 사찰의 형식이 변화되는 현상을 보이게 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변형된 스투파를 중심으로 승원이 둘러싸는 형식으로, 중국에서는 파고다라는 또 다른 형식의 탑을 중심으로 하여 다양한 전각이 배치되는 형식을 보이게 된다. 사찰은 시대와 장소에 관계없이 불법승 삼보를 모신 성스러운 공간이라는 공통적 속성을 가진다. 그래서 이 공
2005년의 낙산사 화재는 우리나라 사찰의 화재사에 길이 기록될 대참사였다. 화마가 할퀴고 간 사찰은 그야말로 지옥과 같은 모습이었다. 낙산사가 불타기 이전에도 우리나라 사찰이 불에 탄 기록은 한 두건이 아니다. 그만큼 사찰은 화재에 취약하다. 목조건물이 많은데다 촛불이나 향불이 화재의 원인이 되며, 재를 지내고 난 뒤 여러 가지 것들을 태우면서 불씨가 날리면 화재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사찰주변은 불이 잘 옮겨 붙는 소나무림이다. 낙산사 화재 이후 산사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스님들과 종무원들은 신도들이 켜놓은 촛불이나 향불을 끄느라 분주했고, 재를 지내고 난 다음 마당에서 이것저것 태우던 것을 소대를 만들어 화재에 대비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만 가지고 화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문
? 올 겨울은 유난히 눈도 많고 날씨도 추웠다. 입춘과 우수가 지난 지금도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고 있으니 그야말로 엄동설한이라는 것은 이번 겨울을 두고 이르는 말이 분명하다. 이렇게 매서운 추위가 오면 사찰에서는 걱정거리가 많아진다. 특히 사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옥 때문에 생기는 걱정거리가 많다. 한옥이라는 것이 본래 벽이 얇고, 틈새가 많아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아 추위를 막아내기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걱정거리가 무엇인지 쉽게 알 수가 있다. 더구나 온돌을 놓지 않은 법당 같은 경우에는 법회를 열거나 기도를 하기조차 어려울 지경이어서 다른 건물에 비해 걱정의 정도가 심하다. 게다가 화재의 위험 때문에 법당을 따뜻하게 데울 전열기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실정이니 겨울이 되면
일본의 이름 있는 고찰에 가면 일본 고유의 양식으로 만들어진 정원을 볼 수가 있다. 일본정원은 못을 중심으로 조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야리미즈(遣水)라고 하는 구불구불한 물길을 만들어서 멀리 있는 물을 못으로 끌어온다. 바로 이 야리미즈 때문에 일본사찰에서는 항상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 사찰은 경역 내에 인공적으로 물길을 만들어 물을 흐르게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사찰주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계류가 있고, 사찰내부에도 작은 수로가 흐르는 경우가 많아 굳이 물길을 만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치수(治水)와 이수(利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 자연수로에 손을 대왔다. 사찰에서도 치수와 이수를 위해 사찰 내·외부의 물길에 손을 대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그
어느 절이나 불사가 없는 절은 없다. 오래된 건물이 퇴락해서 대보수를 하는 경우, 기와가 낡아서 번와를 하는 경우, 기둥이 썩어서 갈아 넣는 경우 등과 같이 기존의 건물이나 구조물 혹은 시설물을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경우도 있지만 필요에 의해서 새로 건물을 짓거나 구조물을 축조하거나, 시설물을 도입하는 경우도 있다. 오래전부터 사찰의 불사는 그 사찰의 스님들이나 신도들이 화주보살이 되어 불사금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중창이나 중건불사를 위해 건물을 해체하거나 탑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상량문이나 연기문을 보면 무슨 연유 때문에 누가 언제 시주를 했으며, 그 당시 주지스님은 누구이고 화주는 누구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오늘날에도 사찰의 불사는 일차적으로 그 절의 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