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라는?시간이?모두에게?주어진?듯하지만,?모두가?오늘이라는?시간의?온전한?주인은?아니다.?삶은?여전히?어려운?숙제이고,?일가를?이루는?일이란?기약이?없는?것이어서?‘오늘’이라는?시간은?그렇게?가깝고도?먼?시간이다. 더?자랄?것이?없어?보이는?나무도?오늘?또?자라고,?인간의?발밑에?놓인?돌들의?빛깔도?오늘이?또?다르다.?여법히?오늘에?닿아?있는?것들과?하루하루?이루며?서있는?것들을?바라보는?것,?그것이?오늘의?고뇌이다. ?
겨울숲은 고요하다.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지만 숲은 소란스럽지 않다. 흔들릴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겨울의 끄트머리, 더 이상 비울 것이 없어 보이는 숲은 오늘도 햇살 한 줌으로 제 몸을 또 비운다. 그토록 많은 겨울이 지나갔건만, 너와 나는 털 끝 하나 줄었던 적이 없으니…. 우리의 숲은 언제쯤 저 겨울숲을 닮을 수 있을까. 언제쯤 흔들릴 것이 없는 고요한 시절과 닿을 수 있을까. 코앞에 봄은 또 와있고 차가운 숲 너머에는 안타까운 부처의 그림자가 보인다.
겨울산길을 걷는다. 한 시간째 세상엔 아무도 없다. 그렇게 길은 깊어갔다. 깊어진 길에서 하얗게 마른 꽃들을 만났다. 꽃이었던 꽃들. ‘생(生)’과 ‘사(死)’ 사이에 저렇게 많은 글자가 있었다니. 어쩌다 나는 이 깊은 곳을 찾아와, 이 하얀 꽃들 앞에 서있는 건지. 어쩌다 이 설명할 수 없는 꽃들 앞에서 새로운 글자를 보는 건지. 이 알 수 없는 시간은 어떻게 내 앞에 와 있는 건지.
스쳐간 일언(一言)에 하루가 다 가는 사이. 문 밖은 설법으로 가득하다. 강에는 강물이 흐르고, 물새는 물 위를 날아오른다. 쉬운 듯 흘러가는 강물은 어제와 다른 것임을, 어제와 다른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을. 기어이 강물을 차고 날아오르는 물새의 날갯짓은 경이로운 일임을, 그 경이로움이 다름 아닌 ‘삶’이라는 것을. 쉬운 것은 어디에도 없고, 삶은 늘 경이로움인 것을. 스쳐간 일언에 여전히 답은 없고, 문 밖은 여전히 여법하고. ?
마음은 쓰는 것. 그래서 주고받는 것. 그래서 간직하는 것. 쓰면 쓸수록 줄지 않고 쌓여 가는 것. 그 어딘가에 반드시 쌓이는 것. 결국 내 앞에 쌓이는 것. 누군가 겨울 언덕 위에 그렇게 써 놓았다. 마음 심(心). 어디선가 새들의 발자국 소리가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