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하구나. 안락국이여. 유복자로 태어나 아버지가 그리워 천리만리 찾아가더니, 돌아와서는 이번엔 어머니를 잃었구나.” 소치는 아이의 처량한 노래를 듣고 안락국이 깜짝 놀라 연유를 묻습니다. “아버지를 보겠다는 그 아이가 하도 가여워서 잠시 보고 오라고 한 것이지 도망간 것이 아닙니다. 머지않아 꼭 돌아올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원앙부인이 간곡히 매달렸습니다. 하지만 노발대발한 장자는 “내가 돈을 주고 네 뱃속에 있는 것을 샀으니 내 소유이지 네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하고 부인의 머리채를 잡아끌어 보리수나무 밑으로 가서 칼로 세 동강을 내어 베어 던져버렸습니다. 안락국 도주를 안 자현장자 원앙부인 세 토막 내서 죽여 돌아온 안락국, 왕생게 염송 간절한 염원
원앙부인은 만삭의 몸을 이끌고 새벽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일했습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모진 학대를 당하는 속에서도, 왕생게를 외우는 염불의 힘으로 스스로를 유지하여, 무사히 아들을 낳게 됩니다. 아이의 모습은 어쩜 이렇게도 단정하고 예쁠까요. 아이를 본 자현장자는 “이 아이는 7·8살만 되어도 내 집에 종으로 있을 관상이 아니다”라고 중얼거립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가 사리분별력이 생기자 다부지게 묻습니다. “다른 애들은 모두 아버지가 있는데 왜 나는 없습니까?” 자초지종을 다 들은 아들 안락국은 “나를 이제 놓아 주소서. 아버지를 찾아 가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장자 집서 일하던 만삭의 원앙부인 학대에도 염불의 힘으로 아들 출산 영민한 안락국, 부친 찾기위해 도주 무사히 빠져나와보니 江 앞
연재를 시작하며 유명한 대승경전들 속에는 그 안에 매우 드라마틱한 서사적 구조를 갖는 이야기가 곳곳에 설해집니다. 대중적 교화를 위한 흥미로운 ‘방편의 묘(妙)’가 경전 곳곳에 발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방편의 묘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종교체험이란 실제로 차안과 피안을 넘나들기에, 무엇이 ‘서사적 허구’인지 ‘종교적 진실’인지, 섣불리 따질 수 없는 영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익히 잘 알려진 대표적 경전 속에는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지옥에 뛰어든 바라문의 딸 이야기, ‘보살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풀기 위해 구법순례하는 선재동자 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본 연재에서는, 우리의 국보급 불화(佛畵)와 함께, 차례차례로 이들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