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알기에 암자에 불이 나고 바로 떠났다고 하던데…?역시 조실이 고개를 끄덕였다.종정이 꾸었다는 꿈이 떠올랐다. 종정이 꾼 꿈. 그곳에서 보았다는 난타? 그 난타가 아들의 얼굴로 변하더라고….고개를 갸웃하는데 조실의 음성이 뒤늦게 들려왔다.-금어스님이 돌아가신 후 아들의 소지품을 뒤지다가 그가 혹시 스리나가르로 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스리나가르라고 한다면 그 성물이 있는 곳이고 그것을 찾아 떠난 것 같다 그 말씀이군요?-맞소이다.문득 종정 예하가 꿈속에서 보았다는 지안 금어의 아들이 생각났다. 갑자기 묘하다는 생각
전패, 세상에 기이한 보배패(牌)는 불교의례나 유교의례에 사용하는 의례 장엄구의 하나다. 보편적인 패가 영가의 신위를 새긴 위패(位牌)다.패 중에선 특별한 것도 있다. 불패와 전패, 원패가 그런 경우다. 불패(佛牌)는 불보살의 명호를 새긴 패이고, 전패(殿牌)는 왕과 왕비, 세자의 만수무강을 축원하는 패다. 원패(願牌)는 발원 내용을 새긴 패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시방삼보자존’명 패는 불패에, 통도사 성보박물관의 ‘왕비전하수제년’명 패는 전패에 해당하고, 안성 칠장사와 울진 불영사의 ‘우순풍조 국태민안’명 패는 원패의 일종이다.
〈원문〉부처님이 아난에게 고하셨다.“너희들이 연심(緣心)으로 법을 들으므로 이 법도 또한 반연(攀緣)된 것이라 법의 성품을 얻지 못하니 어떤 사람이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켜 옆에 사람에게 보여 주거든 옆의 사람이 손가락을 인해 달을 보아야 할 것이거늘 만약 손가락을 보고 달이라 한다면 이 사람이 어찌 달만 잃을 뿐이리요. 손가락까지 잃은 것이니라. 왜냐하면 손가락을 밝은 달이라 하기 때문이니라. 어찌 손가락만 잃었을 뿐이리요. 밝은 것과 어두운 것도 모른다 하리라. 그 까닭은 가리키는 손가락으로 달의 밝은 성품이라 하기 때문이니라.
〈법화경〉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것 중 하나가 팔해탈이다. 팔해탈은 대적정문을 바탕으로 대자비문을 수행하는 것이다.오늘은 8가지 중 비상비비상처해탈법에 대해서 상세히 다루어보고자 한다.비상비비상처해탈은 8선정의 과정이다. 비상(非想)이란 본성의 상태를 말한다. 비비상(非非想)이란 본성도 아니고 심·식·의도 아닌 것을 말한다. 본성의 간극에 머무르다 보면 밝은성품이 생성된다. 그때 생성되는 밝은성품의 형질이 비비상(非非想)이다. 심(心)과 식(識)의 바탕도 비비상(非非想)이다.식의 바탕은 맑고 투명하다. 심의 바탕은 텅 비워져 있다.
사물이 실재한다고 느끼는 것은 특정 집단의 공감과 동의에 의해 그것이 가능한 일이지, 사물이 실재하여 그런 것은 아니다. 그 공감과 동의라는 것은 다시 시공간적인 제약을 둘 때만 가능해진다. 왜냐하면 사물은 시공간의 상태에 따라 아주 많은 변화를 가지기도 하고, 사물의 상태에 따라 시공간이 변하기도 한다. 그러니 현재에 대한 시각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따라서 그 물질에 대한 정보는 완전히 다른 사물로 변한다.어디에 중심을 잡고 판단하느냐는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곳을 중심이라고 정한다고 해도 그것을 정한 관찰자가 존재
매화(梅花)는 눈발이 흩날리는 이른 봄에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운다. 대지에 생명이 깨어남을 알려주는 첫 신호를 매화로부터 듣는다. 매화는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수수하지도 않은 품격 높은 동양의 꽃이다.꽃의 색에 따라 흰색 꽃이 피는 것을 ‘백매화’, 꽃잎이 많은 종류 가운데 흰 꽃이 피는 것을 ‘만첩흰매화’, 붉은 꽃이 피는 ‘홍매화’라고 한다.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일찍 피는 ‘조매(早梅)’, 추운 날씨에 피는 ‘동매(冬梅)’, 눈 속에서 피는 ‘설중매(雪中梅)’라 한다. 매화의 꽃말은 ‘고결한 마음’이다.매화는 예로부터 난
언제부터인가 나는 내가 죽을 때 두려움 없이 편히 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래서 그 준비를 해야 한다는 삶의 과제를 갖고 있었다. 오래전 병고를 겪으면서 이대로 죽는다면 다음 생 역시 몸은 병들고 마음은 괴로울 것이 자명하여 이대로 죽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부처님께서는 분명 여기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하셨는데, 부처님을 따르면서도 또 많은 불교수행법을 접하면서도 나는 이 근본문제 해결의 길이 보이지 않았다.본격적으로 수행에 몸을 던지고 싶은 갈증은 있었지만, 평생을 교직에 몸담아 있었고, 맡은 일들과 일상이 시간을 휘감아
싯다르타 태자의 출가 소식은 이웃나라까지 알려졌습니다. 하루는 빔비사라왕이 숲 속에서 명상에 잠겨있는 싯다르타를 찾아왔습니다. “태자가 출가하였다는 소문을 듣고 놀랐소. 태자처럼 젊고 기품 있는 사람이 사문이 되어 고생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까운 일이오. 나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이 어떻겠소. 마음에 드는 땅을 드리고 편히 살 수 있도록 해 드리겠소.”그러나 싯다르타 태자는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저는 이미 세상의 모든 욕망을 버리고 출가한 몸입니다.” “그렇다면 무슨 목적이 있어 출가를 하셨소?”“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에서
요즘 발효(醱酵)라는 단어가 일반인 사이에서도 자주 쓰인다. ‘발효’는 간장, 된장, 젓갈, 유기산, 아미노산, 조미료, 의약품 등의 생산에 폭넓게 쓰인다. 식품 중에는 어떤 것이 발효인지, 삭힌 것인지, 숙성인지 명확히 구별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김치가 많이 회자 되기도 했다. 발효음식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실수로 상한 음식을 먹었다가는 탈이 나게 된다. 그러나 치즈나 요거트처럼 발효시켜서 일부러 상하게 해서 먹는 음식도 있다.발효란 미생물이 산소 없이 포도당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는 대사과
부처님의 깨달음에서 유래한 불교 명상법을 배워간 서구의 명상가들은 명상을 과학화하고 프로그램화하여 세계적인 치유 명상 붐을 일으켰다. 서구의 치유 명상 붐은 인류를 위해 좋은 일이다. 불교의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면이 많다. 명상의 본산이라 할 불교계에도 깨달음 명상을 알릴 시절인연이 도래한 것이다. 특히 영국의 식민지 경험으로 영어가 보급되었던 미얀마, 스리랑카 등 남방 상좌부 승가에게는 위빠사나 명상을 서구 세계에 전파할 기회가 열렸다. 중국의 강점으로 해외로 망명한 달라이라마의 티벳불교에도 명상 붐은 좋은 인연이 되었다. 하지만
극락왕생 또는 연화화생이란 ‘업장을 맑히고 새롭게 탄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무명(또는 업장)을 얼마만큼 맑혔나에 따라, 〈관무량수경〉에는 9품(9등급)으로 나뉘어 왕생한다. 이에 극락왕생을 9품 왕생이라도 한다. 업장을 맑힌 자리에는 깨달음이 드러난다. 청정해진 바탕에서는 청정한 에너지가 피어난다. 이것을 연꽃이 피어나는 것에 비유하기에 ‘연화화생’이라고도 한다. 시커먼 무명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투명한 연꽃에서 태어났다는 말이다. 중생은 업장의 습(習, 되풀이하여 행하다)대로 세세생생 자궁에 들어가 태생(胎生)의 과정
방위의 설정우리는 실제의 자연 방위와 무관하게 공간을 인식한다. 동서, 남북, 좌우 등으로 공간을 설정하는 것은 상징적인 행위이며 일종의 약속이다. 공간을 체계적인 세계로 구조화하는 것이기에, 출발점을 잊어버리면 질서가 흐트러지고 만다. 상징적인 의례를 행하면서 공간의 약속을 반영하지 않거나, 합당하지 않게 설명하여 혼란을 가중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에 공간에 대한 인식을 2회로 나누어 풀어나가고자 한다.동양문화권의 방위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쪽을 설정하는 일이다. 실제 방위와 무관하게, 그 공간의 주인공이 자리한 곳을 북
눈이 세상을 하얗게 덮고 있는 날 정적을 깨고 뉴스가 들려왔다. 오등동사지 발굴 보고 기자회견 소식이었다. 함께 하는 벗들 탐라유사팀과 현장으로 가보았다. 돌담을 따라 대나무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죽성길을 헤집고 갔다. 골프연습장과 개발 중인 공사물들이 가로놓인 길을 비집고 들어선 현장에도 하얗게 눈이 내리고 있었다.이곳 오등동사지는 예로부터 절왓, 또는 불탄터라고 구전되던 곳이다. 절에서 사용하던 샘물이 흐른다고 해서 붙여진 절새미에서는 여전히 다량의 용천수가 흐르고 있었다. 20여 년 전 지표발굴 당시 과수원 일대에서 고려 후기
뉴델리에서 며칠 ①사원은 조금 높은 둔덕 위에 지어져 있었다. 입구까지 차가 들어갈 수 있게끔 해놓았다. 차에서 내려 사원을 올려다보았다. 그 위용이 대단했다. 정말 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언젠가 런던에 있는 휴 사원의 모습을 그림으로 본 적이 있었다. 그 사원을 도안한 사람이 짓지 않았을까 할 만큼 절묘하게 닮았다. 허공 높이 올려진 지붕. 지붕을 받치고 있는 기둥과 단단한 벽들. 지붕은 하늘로 대담하게 솟아올랐는데 그 자제가 벽옥인지 대리석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작은 기둥들이 빙 둘러서듯 지주를 감싼 모습이나 날개 달
〈원문〉부처님께서 아난에게 고하셨다. “일체중생이 시작을 알 수 없는 옛적부터 가지가지로 뒤바뀐 업의 종자가 악차취(惡叉聚)와 같으니라. 수행하는 사람들도 위 없는 보리를 이루지 못하고, 성문이나 연각이 되거나 외도나 하늘의 마왕(魔王)이나 마의 권속이 되는 것은 두 가지 근본을 알지 못하고 착각하여 바로 닦아 익히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마치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과 같아서 미진수 같은 겁을 지나도 될 수가 없느니라.어떤 것이 두 가지인가? 아난아, 하나는 시작이 없는 생사의 근본이니 지금 너와 중생들이 반연(攀緣)하는 마음
언제부터인가 나는 ‘나를 내려놓아야 나도 세상도 편안해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왔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이제 내가 가야할 삶의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지난 번 칼럼에서 한라산에 올라갈 때는 백록담에 도달하겠다는 목표가 있지만 내려갈 때는 출발지가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제주국제명상센터에서 일을 할 때는 상담과 명상으로 ‘세상’과 함께 하는 것이지만 일을 멈출 때는 ‘참 나’를 만나는 일이라고 했다.이제 ‘참 나’를 만나러 가야 한다. 지금까지 명상센터를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이제 남은 일은 쉬면서 ‘참 나’를 만
원행지를 하면서 암마라식이 돈독해지면 어떤 경계를 만나더라도 본제의 구조가 흔들리지 않는다.그런 상태에서 밝은성품을 운용하니 본성과 각성 밝은성품이 서로를 여의지 않는다.본제와 본연을 함께 주시하면서도 다가오는 경계를 져버리지 않는다. 돈독한 쌍차쌍조로서 삼신구족행이 임의롭게 이루어지니 이 과정을 부동지라 한다.부동지에 들면 암마라식이 완성을 이룬다. 그렇게 되면 9식으로 이루어진 눈·귀·코·입·몸·생각이 갖춰진다. 처음 초지보살이 되었을 때 갖추고 있던 해탈지견은 각성이 주체가 되었던 진여식이다.암마라식은 각성이 주체가 된 의식이
사물이 눈에 비치게 되면 사물은 크게는 유(有)의 존재성, 무(無)의 존재성 그리고 유무가 아닌 비존재성의 존재성, 이렇게 세 가지의 모양으로 중첩되어 나타난다. 이 중에서 유무가 아닌 비존재성의 존재성만이 사물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모습이지만, 우리의 감각기관은 사물의 진정한 모습이 아닌 눈으로 보는 유의 유, 의식으로 보는 무의 유만을 사물의 모습으로 알고 있다.이것이 엄청난 착각인 줄을 알지 못한다. 이렇게 알고 있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공하지만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논리에 어리둥절하기만 할 뿐이다.우리의 의식은 개체의
오늘은 ‘염불(念佛)’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念(생각할 염), 佛(부처 불), 부처님의 모습과 공덕을 생각하면서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는 일, 사전적 풀이입니다. 나무아미타불, 석가모니불, 관세음보살, 약사여래불 등등. 중요한 사실은 염불을 한다는 그 자체가 공덕 속에 포함되어 있고 또 염불을 하면 호흡이 평상시보다 10배 정도 더 길어지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염불을 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심호흡이 되고 맥박이 평상시보다 느려지게 되므로 마음이 안정되고 장수하게 된다고 합니다.염불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방법들이 있겠지요. 그
雨요일/ 이승애길가 목마른 나무들서두르지 않아도 골고루 공양을 받는다하늘이 차려준 빗방울 밥상이 푸짐하다불이 꺼진 디지털플라자 간판불이 켜진 서부병원 간판도먼지 낀 얼굴을 씻고모처럼 비를 떠먹는다무량으로 내리는 비불빛에 반사된 풀잎들은방울방울 빗방울 연등을 켜고굽은 등을 펴고 있다굵어진 빗발들이짙은 어둠을 건너가는 소리탁발하듯 자동차 불빛이 따라간다골목에 젖고 있는 폐지들빗방울 경전을 읽는 중이다(이승애 시집, 〈둥근 방〉, 도서출판 지혜, 2022)그것참, “폐지들”이 “경전을 읽”고 있다니, “골목에”서 (빗방울에) “젖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