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대지에 가을빛이 완연하다. 학계ㆍ정계를 가리지 않는 비리 파문이나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 등으로 세상은 어지럽지만, ‘자연(自然)’은 우주의 법칙에 따라 곡식을 익히고 열매를 영글게 하고 이제 마지막 남은 기운으로 세상을 물들이고 있다. 10월 30일, 추수가 끝난 들판을 따라 완주 송광사를 찾았다. 지난해 9월 조계종 포교원장 소임을 내려놓은 도영 스님을 뵙기 위해서다. 포교원이 별원으로 승격된 후 처음으로 5년 임기를 채운 스님은, 이곳에서도 ‘포교’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날도 두 차례의 법회와 약속 사이에 어렵게 시간을 내 기자를 맞았다. “여전히 바쁘십니까?” “에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요 내일은 다가올 오늘이다. 오늘 최선을 다하는 삶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다’는 말이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상호 비방과 합법적이지 않은 수단을 사용 않을 것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 하지 않을 것’ 마곡사 차기 주지 선거에 출마한 양산, 법용, 무일, 원혜 스님이 이 3가지를 서약했다. 구두 서약이 아니라 서약서에 서명을 했다. 10월 24일 총무원장 지관 스님 앞에서다. 공정선거 투명한 선거에 대한 의지가 대단하다. 마곡사 주지 선거는 이미 그 타락상이 전국에 알려져 버렸다. 거기다 주지 스님이 비리로 구속되는 바람에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깨끗한 선거 잡음 없는 선거는 종단의 위신과도 직결되어 있다. 입후보 한 스님 네 분이 이의 없이 공정선거에 서약을 했고 총무원장 스님의 각별한 부탁도 있었다니, 마곡사의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의 장점과 효율성을 유감없
해마다 10월이면 가슴이 아파오는 스님들이 있다. 1980년 10월 27일을 잊지 못하는 불자들이 있다. 무장 군인들의 무자비한 군화발이 법당을 휩쓸고 다니고 스님들이 강제로 연행돼 고문과 구타에 망신창이가 된 그 날의 기억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 아픈 기억은 세월이 가도 새록새록 한데, 그날의 ‘역사’는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역사 속으로 묻혀가고 있다. ‘10ㆍ27 법난’으로 이름 지어진 그 참람한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응분의 조치를 취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극히 미진했고 불교계의 명예회복 노력 역시 미약했다. 어느새 20년이 지났지만 이제 겨우 사건 뒤의 사건들을 파헤치는 일련의 성과가 발표 되었을 뿐이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과거사위)가 10월 25일 그간 진행해 온 10ㆍ2
{image1}보문선원으로 가는 길은 아름다웠다. 길가의 벚나무들은 어느새 불그레한 빛을 띠고 있다. 저 멀리 남산이 보이고 거칠 것 없이 툭 펼쳐진 들녘은 노란빛이다. 보문선원에 들어서자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있는 포대화상이 먼저 반겨주었다. 대허 스님의 미소 또한 온화하여 사람을 편하게 해주었다. 대허 스님은 옛날에 불교를 꽃피웠던 경주가 좋아 23년 전에 이곳에 터를 잡았다. 보문선원 부근에는 신라 때 2000여명의 스님들이 살았던 ‘보문사’라는 절터가 남아 있다. 또 보문사 절터 가까이에는 진평왕의 무덤이 있는데, 진평왕은 2000명이나 되는 대중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많은 불사를 하였다고 전한다. “세상은 속일 수 있어도, 자신은 못 속입니다. 협존자는 3년 동안 앉지도 않고 눕지도
{image1}10월 5일 늦은 오후에 도착한 한반도의 최남단 한려수도의 중심에 위치한 경남 남해. 시원한 숲과 푸르른 바다, 그 위에 떠 있는 크고 작은 섬과 기암괴석의 산을 갖춘 아름다운 경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을 지은 서포 김만중을 배출한 충효의 고장인 이곳에는 유명한 관음성지인 보리암과 화방사, 용문사가 있어 더욱 과객의 마음을 끈다.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망운산(望雲山)에 둥지를 튼 화방사(花芳寺ㆍ주지 효천)는 화방복지원을 설립해 무료노인복지시설인 화방동산과 자활후견기관인 삼베마을, 하동군청소년수련원 등을 성공리에 운영 중인 절이었다. 자비심 가득한 효천 스님을 만나 뵈니, 경남 제일의 불교 복지법인을 경영하는 원력을 짐작할 수 있다. 저녁 공양 후, 주지스님
올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불교계의 움직임이 바쁘다. 정치권은 ‘불심’을 잡기 위해 불교계 공약을 준비하고 있고, 불교계 또한 대선 공간을 이용해 불교계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6월 조계종 총무원과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발족한 ‘불교정책기획단(공동대표 조계종 기획실장 승원 스님, 허경만 불교인재개발원 이사장)’이다. 본지는 올 대선에서 영향력을 미칠 ‘불교계 10대 공약’을 선정했다. 불교계 10대 공약 1. 가야산 등 수행환경문제 해결 2. 전통사찰 중첩 규제 완화 3. 문화재관람료 문제 해법 제시 4. 농지법 개정 5. 북한 사찰 복원 등 대북교류 활성화 6. 불교문화재 보존 및 관리정책 강화 7. 수목장 문제 해결 장사법 개정
오는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후보들의 불교정책과 종교관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종교는 ‘개신교’,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종교는 ‘가톨릭’이었다. 세 후보 모두 올 대선에서 후보의 종교가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으며, 후보에 대한 불교계의 호응도 또한 ‘높은 편’이라고 장담했다. 문화재관람료 징수 문제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국가가 보존과 관리를 지원하는 것을 당연한 일”, 정동영 후보는 “등산로 단독 이용권과 등산로 이용+문화재관람료 동시 이용권 2가지로 분리하는 방안 검토”, 권영길 후보는 “국가와 시민단체, 조계종이 협의체를 구성해 세부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전통사찰에 대한 중
손 혁 재(경기대 정치교육원장) 2월에 치러질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불교는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특히 서울시봉헌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라 불교계의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불교계에서는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 관심을 갖고 있지만 불자 대통령 또는 불교에 우호적인 대통령의 선출이라든가 이에 따른 불교계의 위상향상을 주장하는 정도이다. 다른 종교도 그렇겠지만 한 동안 불교는 선거에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과거 정치권에서는 ‘조계종 총무원만 잡으면 불교계는 끝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후보들이 불교계에 약속한 정책을 굳이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이는 불교계 스스로가 자초한 업보다. 불교계가 불국토 실현이
1994년 10월 15일 불교계에 ‘하나 더 있어 좋은 신문’을 표방하며 현대불교 신문이 창간됐다. 불교의 생활화 현대화 세계화를 사시로 걸고 인류의 행복과 깨침의 길을 여는 선구자의 길을 가고자 하는 원력을 세웠다. 그리고 누가 해도 할 일이면 현대불교가 하려고 노력했고 언제해도 할 일이면 그 즉시 실행하려 했다. 또 기왕 하는 일이면 최고로 하고자 정진했다. 그런 다부진 각오로 시작한 현대불교는 불교계의 언론 환경을 몇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을 들으며 불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기존의 신문에 비해 편집과 기사의 중량이 돋보였고 각종 사업을 통해 포교와 불자의 문화생활 증진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무엇보다 인터넷 세상이 열리는 때를 미리 감지하고 온라인 관련 인프라 구축에 발 벗고 나섰다
“우리도 열세 살이에요!” 9월 30일, 조계사 학생회의 13세 법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1994년 현대불교와 함께 태어나 ‘참 불자’로 성장해가고 있는 이들처럼 현대불교도 더 큰 도약과 성장을 통해 ‘참 언론’으로 다가갈 것을 독자 여러분께 약속한다. 글/사진=박재완 기자
{image1 center} 선래 스님이 유치원 현관문을 들어서자 원생들이 달려와 스님에게 마구 매달린다. 아이들과 선래 스님 사이에는 거리감이 없어 보였다. 선래 스님은 1981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법륜사를 지켰다. 20여년 선방을 돌면서 공부하였으니 이제는 종단을 위해서 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법륜사 주지를 맡았다. 주지로 부임해서 신도들에게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것이 유아교육기관임을 알고서는 1983년 유치원을 지었다. 그래서 시작한 유치원 역사가 벌써 25년이다. 유치원을 졸업한 원생이 이곳에서 유치원 교사를 하고 있으며, 유치원 자모였던 사람들이 법륜사에서 신도회 활동을 하고 있다. 옛 인연을 이어서 또 다른 인연을 맺어가는 불교의 인연법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유치원 아이들에게 직접 불교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 합의함으로써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틀을 마련했다. ‘10·4 선언’에서는 6·15선언 이후의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아왔던 장애요소를 제거하고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 민족공동번영을 위한 경제협력, 인도적 문제 해결 등 남측이 준비한 의제를 거의 모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문은 6·15공동선언 채택 이후 남북관계 발전을 평가하고, 장애요소를 제거하면서 긴장 완화와 냉전 종식을 위한 기초를 다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북핵문제에 관한 연내 불능화를 합의한 직후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전반에 관한 발전을 구체화할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정범 스님이 홀로 동국대 교정에 섰다. 학교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한 석가모니 부처님 앞이다. 이유는 동국대에서 촉발된 신정아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불교계와 동국대의 위신이 추락할 대로 추락하는데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는 현실이 너무 부끄럽고 죄스러워서다. 시나브로 졸업과 입학시즌이 다가오는데, 동국대 졸업생들이 세상에 나가 이력서라도 내려면 학교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가 회복되어야 할 것이고 우수한 인재들이 원서를 들고 몰려오려면 보다 건강하게 거듭난 학교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책임론은 무성한데 책임을 질 사람은 없고 성명서와 비판은 날카롭지만 수용할 주체의 자세는 두루뭉수리 그 자체다. 때문에 인과의 법칙도 상실된 느낌이라
미얀마의 스님들이 군부의 부자비한 군홧발 아래서 신음하고 있다. 최근 몇 주째 계속 되던 미얀마의 민주화 요구 시위는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지만 스님들과 군중에 대한 탄압의 고삐는 늦춰지지 않았다. 이미 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000명 이상이 구금 납치 됐다고 한다. 미얀마의 내부 사정은 외신이 전하는 것보다 훨씬 참혹할 것이다. 우리도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겪었던 일이다. 민주화는 민주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고 탄압과 폭력에 맞선 싸움의 뒷길에서 만나는 것인가? 한국불교계가 미얀마의 스님들에게 ‘부처님의 자비를 나누는 형제’임을 천명하면서 그들의 용기를 지지하고 나섰다. 중앙신도회와 여러 단체들이 성명을 내고 미얀마 군부의 탄압을 중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미얀마의 스님들을 위해
더위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9월, 서울 종로구 도심 포교당 아미타사는 강릉 성원사 회주 주경 스님을 초청해 법회를 열었다. 산 속에 있다 오랜만에 도심으로 나온 스님은 서울의 답답한 공기가 몸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법문이 시작되자 스님은 불자들에게 열정적으로 법어들을 토해 냈다. 20여평 남짓 비좁은 공간에 꽉 들어찬 1백여 불자들이 내뿜는 숨과 체온 때문에 법당의 실내 공기는 탁하고 후덥지근했지만, 스님이 내뱉는 맑고 청아한 언어들은 불자들 마음을 서늘하고 시원하게 해주었다. 늦더위를 식혀줄 만큼. 스님의 법문을 지상 중계한다. (편집자주) 우리 중생들은 살아가면서 입만 떼면 업(業)을 짓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확히 업을 소멸하거나 닦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
1983년, 12월. 국가보안법으로 2년형을 받아 안양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다. 그해 겨울은 엄청 추웠다. 감방의 마실 물은 금방 얼어붙었다. 한낮의 햇볕은 그만큼 고마웠다. 낮 시간, 교도소의 너른 마당에서 해바라기 삼아 천천히 걷는데 일반수 가운데 한 무리의 젊은 청년들이 눈에 띄었다. 도무지 남에게 해코지를 할 인상이 아닌 청년들이었다. 네다섯 명 씩 모여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며 나처럼 운동장을 돌고 있었다. 나를 감호하던 교도관에게 그네들의 정체를 물었다. 알고 보니 그네들은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이었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사내’라면 ‘병역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 어기면 감옥 간다. 하여 눈물을 삼키며 입영열차를 타야 한다. 나라는 어떻게든 ‘군인의 길’을 충실하게 걷도록 국민을 계몽한다.
전통사찰에 문화재 보존과 수리 및 환경보전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교부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신정아 사건의 후폭풍인 셈인데, 문제는 이 사건에 연루되어 제기되는 교부금관련 의혹들이 교부금 자체의 신선도를 부패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변양균 前 청와대 정책실장이 일으키고 있는 사회적 파장은 메가톤 급이다. 이 사건과 관련 연일 터져 나오는 이슈는 대개가 의혹과 진실 찾기 게임으로 맥을 함께 한다. 거기에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 교부금 문제다. 동국대 재단 이사 스님들이 소속된 사찰로 적지 않은 금액의 교부금이 지원됐고 흥덕사의 경우 압력행사가 인정되고 있어 교부금 지원이 비리의 결과물들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교부금은 어디까지나 정당한 법적 통로를 통해 정당하게 요청되고 적법하게
동국대 교수들이 이사회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썼다. 자발적인 서명운동으로 교수들의 요구가 형성됐다. ‘신정아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는 와중이라 동국대 교수들의 요구는 각이 매섭다. 이제 신정아씨의 예일대 박사학위가 진짜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신정아씨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군 상황이 아닌가. 거기에 영배 스님이 창건한 흥덕사와 변양균 실장이 재적 신도로 등록된 보광사 동국대 전임 이사장과 현 이사가 소속된 월정사 등에 일정 기간 집중적으로 교부금이 지원된 것에 대한 의혹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고 보니, ‘신정아 사건’은 불교계에 매우 위험한 불길로 번지고 있다. 학력의 진위가 발단이지만 이제 사건은 학력의 문제를 떠나 권력의 비호라는 영역 속에
{image1}태풍주의보가 내렸다.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빗물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완주군에 들어서서도 지도에 없는 요덕사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앞으로 더 나아가면 길이 없을 것 같은데도 모롱이를 돌면 길은 이어지고 그 길의 끝에 요덕사가 있었다. 세찬 비바람 속에서 대나무는 몸살을 앓고 있었고, 단국화는 이미 고개를 꺾고 말았다. 이렇게 줄기차게 내리는 우중에 대선 스님을 찾았으니 객이 더 민망스럽다. 법문을 요청하자 대선 스님은 “요즈음 공부도 별로 안했고 해서 법문 할 것이 없어. 그리고 훌륭한 스님들이 좋은 법문 다 했는데, 내 같이 어설픈 법문은 안하는 것보다 못해”라고 대답하신다. 대선 스님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라성 같은 선지식들- 해인사 성철 스님, 춘성 스님, 금오
2020년 8월, 글로벌 기업의 임원인 조현주씨(가명, 35세)는 싱가폴에서 근무 중이다. 그러던 그녀에게 이른 아침 어머니가 보내준 영상메일로 아버지가 운명하셨다는 부음(訃音)이 들려왔다. 슬픔을 느끼기도 잠시, 황급히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른 그녀는 랩탑을 통해 퓨너럴 컨설턴트로부터 생전에 아버지가 정한 장례일정과 방법 등을 제안 받는다. 어머니와 통화를 통해 몇 가지 사항을 검토 후 확정하여 컨설턴트에게 주지시킬 점들을 적어 회신한 후 애써 잠을 청했다. …. 한국에 도착한 그녀는 서울 도심에 위치한 장례전문 도량인 지장사(가칭)에 모셔진 아버지의 빈소로 향했고, 담당 퓨너럴 컨설턴트인 이재용씨(가명, 35세)가 그녀를 맞이했다. 그는 통합사회보험(과거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