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곳에 도착한지 아홉 번째 날(2012년 1월 30일)이다. 간밤에 오후 8시가 넘어 잠들었던 것 같다. 총림 진료실에서 처방받은 미얀마 기침약의 약기운이 강해서 인지 금방 졸렸다. 새벽 3시 30분 긴 목어소리를 들으면서도 일어나지 못했다. 아침공양 시간까지 넘기고 말았다. 대신 점심 공양시간은 조금 일찍 나갔다. 입구에서 미얀마 재가자들이 출가스님들이 발우를 들고 들어오면 발우를 손으로 받아들어 다시 돌려드리는 의식을 치른다. 혹시 발우에 함께 할 생명체나 잔식(殘食) 등과 관련해 율을 범할 소지를 재가자가 대신 해 드린
‘파사현정(破邪顯正)’은 ‘그릇된 것을 깨뜨리고 바른 도리를 드러낸다’는 뜻이다. 삿된 가르침, 잘못된 가르침을 타파하고 바른 가르침, 정법을 높이 선양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불교를 비난하는 이교도들의 행동 또는 불교 내에서도 정도가 아닌 사도(邪道)를 설하는 이들을 비판함과 동시에 붓다가 설한 정법의 진리를 확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邪)’는 ‘바르지 못한 것’ ‘정도가 아닌 것’ ‘사도(邪道)’ ‘사견(四見)’을 가리킨다.파사현정은 조선시대 숭유억불시대 때 극에 달했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고승이라고 할 수 있는 함허(涵
[古則과 着語]?, 趙州問婆子 “什?處去” (撞着?頭漢) 婆云 “?趙州?去” (據虎頭也 不?分外 又云 也是本分?虎鬚) 州云 “忽遇趙州又作?生” (險) 婆便掌 (好打) 州便休 (莫道趙州休去也 有陷虎之機)조주(趙州, 조주종심, 778~897)가 노파에게 물었다.“어딜 갑니까?” [말을 삼가지 않는 사람과 서로 맞부딪쳤다.]노파가 말했다.“조주의 죽순을 훔치러 갑니다.” [호랑이 머리에 걸터앉는군. 그렇다고 분수를 넘으려는 것은 아니다(본분 밖의 일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또 말했다. 본래 호랑이 수염을 뽑으려는 수작이다.]조주가 말했
인간은 주위 환경이나 문화에 영향을 받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종교 내에서도 시대나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생각들이 표출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다른 생각들이 충돌하게 되면 사람들은 논쟁을 벌이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서로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이것을 삐딱하게 볼 필요는 없다. 그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인류는 다양한 사상과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불교 역시 예외는 아니다.붓다의 입멸 후 100년 동안 교단은 별다른 문제없이 유지되고 있었다. 붓다의 가르침도 그 원형을 유지하면서 비교적 잘 전승
영양 보충이 호르몬 보충1주에 200분 운동적 활동 의학에서 노화는 질병이고 노화도 치료될 수 있다고 접근한다.사람이 늙는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이다. 과거에는 과도한 노화를 질환이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의학을 하는 의사들에게 큰 관심이 없었으나, 현재 장수 고령화 사회에서 노화에 대해 일반인이나 의료인에게 큰 관심사가 되었다.일반적으로 사람이 성호르몬이 분비되는 사춘기가 되면 성장의 가속도가 붙어서 1년에 7~12cm 정도로 급성장을 약 2년간 보이다가 성호르몬이 성장판을 완성하여 닫으면 키 성장을 멈추고
잔잔한 연못에 비친 파란 하늘과 물결에 반짝이는 아침 햇살이 문득 삶에 대한 작은 경이감을 불러 일으키듯, 어떤 순간 우리에게 다가오는 물의 심상은 때로는 인간의 내면에 깃든 정서를 일깨운다. 물은 생명과 창조의 근원적 상징이며 시간의 흐름, 변화와 사멸 그리고 부활과 재생의 메타포이다.커다란 화폭에 물이 흘러내린다. 어두운 배경에서 돌출된 빛나는 흰 물줄기는 무언가에 부딪쳐 무수한 포말과 물방울을 만들어 내기도 하며, 마치 화폭을 벗어나 아래로 끝없이 떨어질 것처럼 느껴진다. 평면인 화폭에서 공간감을 자아내는 기법은 전통적으로는
손의 인상은 우연한 순간에 홀연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것은 오래도록 존재해 왔으나, 의식의 여백 어딘가에 밀쳐져 있다. 어느 순간 작은 섬광처럼 인지의 영역 안으로 불쑥 들어서는 낯선 방문객과 같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할 때 시선은 가장 먼저 얼굴로 향한다. 시간이 흐르고 짧지 않은 대화의 한 모퉁이에서 시선의 언저리에 무심히 방치되어 있던 손은 의도하지 않았던 시점에, 불현듯 자신의 참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현대 미술에서는 굳이 예술가가 손을 사용하지 않아도 작품을 제작할 수 있지만, 전통적으로 예술가의 손은
남해에는 숨겨진 자랑거리가 많다지난 주 남해에서는 넉넉한 가을만큼이나 풍성한 들을 거리와 볼거리 행사가 비단결처럼 펼쳐졌다. 우리나라 사람이 옛날부터 음주가무(飮酒歌舞)를 즐긴다고 중국 사람들도 혀를 내둘렀지만, 남해 분들처럼 흥이 많고 신명 잡히면 엉덩이를 가만히 두지 못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싶다. 국군의 날이었던 1일에는 오랜 만에 남해에서 ‘전국노래자랑’ 녹화가 있었고, 개천절인 3일부터 5일까지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독일맥주축제’가 성황리에 진행되었다.묘하게도 그 사이에 태풍이 한 차례 지나가 이 뜻 깊은 행사에 차
추석 때 읽은 두 편의 단편소설남들은 차례와 성묘, 고향 찾기로 분주했던 추석 연휴 때, 나는 남해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 찾아뵐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것도 아니고 가야 할 고향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내 개인적인 사정으로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나흘 연휴를 집에만 있자니 좀이 쑤셨다. 남해에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들 고향을 찾아온 친구와 친지들을 만나느라 바빴다. 외지 사람인 나로서는 끼어들기가 어려웠다. 그저 나를 무사히 사바세계에 살게 해주신 조상님들께 마음으로 차례를 올렸다.원효형 인간과 의상형
우주에 있는 모든 존재를 인식하는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시간적인 관점에서 존재를 이해 하는 방법과 공간적 관점에서 존재를 이해하는 방법이다. 또 시공간이 통합된 관점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오온 연기는 공간적 관점에서 연기를 보는 것이며 12연기는 시간적 관점과 공간적 관점을 통합해서 이해하는 방법이다. 연기에 대한 인식 시간연기에 대해서는 제18장 일체동관문에 잘 나타나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수보리에게 물었다. “부처는 육안이 있느냐?”그러자 수보리는 “예 육안이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석가모니 부처님은 천
순례자들에게 무료 숙소 츠야도를 제공하는 ‘토요가하시(十夜ヶ橋)’는 ‘에이토쿠지(永德寺)’라는 사찰의 별명이다. 토요가하시를 우리말로 옮기면 ‘열흘 밤의 다리’라는 뜻이다. 사찰의 연기 설화에 따르면 코보대사가 시코쿠를 돌던 어느 날 마땅한 잠자리를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다리 밑에서 밤을 지새우게 됐는데 그 하룻밤이 마치 열흘 밤과 같이 길게 느껴졌다고 해서 ‘열흘 밤의 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다리 밑에서 코보대사가 잠을 잔다는 전설에서 시코쿠 순례의 독특한 풍습이 하나 생겼는데, 바로 ‘다리 위에서는 지팡이를 짚지
싫은 사람의 장단점 글쓰기살다보면, 별다른 이유 없이 ‘그 사람’이 싫을 때가 있다. 까닭 없는 눈물처럼 슬그머니 지우고 싶은 사람. 말 한마디 섞어보지 않았지만 어쩐지 외면하게 되는 사람도 있다. 며칠 전 논쟁으로 인해 아예 꼴 보기 싫은 친구도 있다. 내가 왜 이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하나 싶으면서도, 막상 만나면 둘도 없는 사이처럼 호들갑 떠는 관계도 있다. ‘나는 왜 싫어하면서도 싫다고 못하는 거지? 내가 싫어하는 거 맞긴 해?’‘싫은 사람의 장단점 찾기’는 그런 점에서 내가 왜 그를 싫어하는지, 제대로 살펴보자는 의도가 깔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