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황사에 가면 황룡사가 그립다. 본 적도 없는 황룡사가 그립다. 아무것도 없는 ‘그 쪽’을 바라보고 있으면 모든 것이 아깝다. 그 쪽으로 불어대는 바람도 아깝고, 그 쪽으로 날아가는 새들도 아깝다. 그 쪽으로는 불지도 말고 날지도 말았으면 좋겠다. 그냥 그 쪽으로 가는 것들을 보고 있으면 황룡사가 아깝다. 황룡사는 없는데 분황사에만 가면 황룡사가 있다. 아무것도 없는 ‘그 쪽’으로 걸어가면 아무것도 없는 황룡사가 그립다. ‘그 쪽’에 서서 분황사를 바라보고 있으면 모든 것이 또 아깝다. 그 쪽으로 불어대는 바람도 아깝고, 그 쪽으로 날아가는 새들도 아깝다. 그냥 그 쪽으로 가는 것들이 황룡사처럼 아깝다. 분황사에 가면 황룡사가 그립다. 아무것도 없는 ‘그 쪽’을 바라보고 있으면 분황사가 다행이다. 그나마
종로노인종합복지관(관장 정관)은 4월 6일 복지관 앞 마당에서 장기이용회원 소속감증진 및 신노인상 실천 프로그램인 ‘종로만이야(mania) 3탄’을 개최했다. 개관 5주년 기념 행사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종로만이야’ 1,2탄에 참여했던 250 명의 어르신들이 종로구 노인복지기금 조성을 위해 그 동안 각자 모아온 동전 저금통을 선물상자에 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1차 모금액은 3,715,061원으로 모금은 계속될 예정이다. ?
조계종 제13대 종정 진제법원 대종사가 3월 28일 추대식에서 총무원장 자승 스님으로부터 봉정받은 주장자를 대중에게 들어보이고 있다. ?
겨울이었다. 혼자서 야간산행을 한 적이 있다. 일출을 바라보는 마애불을 찍기 위해 아침 해보다 먼저 산에 올라가야 했다. 전날 낮에 올라가 길을 익히고 내려왔다. 40분 길이였다. 다음 날 손전등 하나를 들고 새벽길을 나섰다. 아무도 없었다. 이 세상엔 나 밖에 없었다. 나 밖에 없는 새벽길은 무서웠다. 어둠은 내가 알던 어둠이 아니었고, 그 어둠 속에서 두려워하고 있는 나의 모습도 내가 알던 내가 아니었다. 어둠 곳곳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 하나하나가 두려움이었다. 낙엽이 내는 소리마저도 무서웠다. 길은 걸을수록 어두웠고, 일출은 너무나 멀었다. 되돌아갈 수도 없었다. 앞뒤로 어둠뿐이었다. 어둠을 벗어나는 길은 걷는 것뿐이었다. 마침내 날이 밝기 시작했다. 어둠의 턱 밑에 아침 해가 있었다. 전날 걸었던
불교계 재가불자로 구성된 축구동호회 FC붓다(회장 이동격)가 캄보디아 초등학교에 축구공과 유니폼을 비롯한 축구용품을 지원해 스포츠를 통한 자비행을 펼쳤다. FC붓다는 ‘자비를 나르는 수레꾼’이 설립ㆍ후원하고 있는 캄보디아 북쪽 국경오지마을 오다르민쩨이주 뗍뽀디봉 마을, 뗌뽀디봉 초등학교 축구부에 축구용품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축구부 전원 유니폼과 축구공 등을 전달했다. ?
청도 운문사(회주 명성, 주지 흥륜)는 3월 13~15일 美 조지아대 학생 17명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를 진행했다. 이들의 방문은 운문사 회주 명성 스님과 조지아대 이향순 교수와의 인연으로 진행되고 있다. 운문사를 찾은 조지아대 학생들은 주 정부가 선발한 국비 장학생으로 2년마다 한국 전통사찰을 찾아 한국 및 불교문화 체험을 하고 있다. 조지아대 학생들은 운문사에서 법고 관람, 조석예불, 발우공양, 연꽃등 만들기와 만다라 그리기 등을 통해 한국불교 문화를 체험했다. ?
마음은 깊은 곳에 있었으면 좋겠고, 마음 깊은 곳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눈빛은 늘 아침 같았으면 좋겠고,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부는 많이 안 됐어도 게으르지만 않았으면 좋겠고, 할 수 없이 내는 말은 흙이 내는 풀잎 같았으면 좋겠다. 생각은 등불 같았으면 좋겠고, 오늘 생각이 어제 생각보단 밝았으면 좋겠다. 어쩌다 흐르는 눈물은 그 무엇보다 뜨거웠으면 좋겠고, 어쩌다 품은 용기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날이 저물어도 급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침이 와도 당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늘 독백으로 가슴이 뛰었으면 좋겠고, 힘든 고백 뒤엔 부처님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는 게 힘들어도 ‘나’는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는 힘들어도 나의 ‘자리’는 변함없었으면 좋겠다. 잠
조계종(총무원장 자승)은 3월 9일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성철스님 일대기 특별전 ‘자기를 바로 봅시다’를 개최했다. 조계종 출범 50주년과 성철 스님 탄신 100주년을 맞아 마련된 특별전에는 스님의 유품과 유필, 사진 등 50여 점과 10여 편의 영상물 등이 전시 상영된다. 개막식에서 20여 년간 스님을 시봉했던 원택(백련불교재단 이사장) 스님이 스님의 유품 중 누더기 두루마기를 관람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전시는 6월 3일까지 열린다. ?
3월 7일 원적에 든 조계종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수산 지종 대종사의 영결식과 다비식이 3월 11일 오전 10시 장성 백양사에서 10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한 가운데 봉행됐다.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진행된 영결식에는 원로회의 부의장 밀운 스님을 비롯한 원로의원과 총무원장 자승 스님, 종회의장 보선 스님, 교구본사 주지 등 종단 주요 스님과 박준영 전남도지사, 이낙연 국회의원 등 정관계인사 등 사부대중 1000여 명이 스님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영결식은 명종타종과 삼귀의, 문도 스님들의 헌향과 헌다, 행장소개 순으로 진행됐다. 원로의장 종산 스님은 혜승 스님이 대독한 영결사에서 “큰스님의 가르침 만세에 남을 만큼 검박하고 위없어 보이
서울노인복지센터(관장 청원)는 3월 1일, 93주년 3.1절을 맞아 복지센터와 종로 일대에서 ‘1ㆍ3세대가 함께 하는 3.1절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200여 명의 어르신과 청소년, 코이카(KOICAㆍ국제협력단)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한 이날 행사에서는 기념식과 독립운동 재현 거리행진, 대형 태극기 퍼포먼스 등이 진행됐다. 거리행진에 동참한 참여자들이 그날의 외침을 재현하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있다. ?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새소리 바람소리도 가파르게 들려온다. 산길과 친해질 때 쯤 작은 부도밭을 만났다. 낙엽 위에 서있는 이름은 ‘정관’, ‘설파’, ‘백파.’ 아! 그 이름들이 거기 있었다. 돌담 하나 두르지 않은 부도 3기의 부도밭은 조금 쓸쓸해 보였다. 부도밭이라기보다는 사람의 발길을 잊은 ‘숲’이었다. 도량이 보인다. 구암사다. 주지(지공) 스님이 방문을 연다. 작은 도량. 객이 하나 왔을 뿐인데. 도량은 금방 태가 난다. 법당 하나. 지붕 위로 구름 하나. 오늘은 객이 하나. 찻잔 앞에 앉았다. “스님, 구암사에 오래 계신 것으로 아는데요, 특별히 구암사에 계시는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스님이 말없이 찻잔을 들었다. 침묵이 차 한 잔을 마셨다. 빈 찻잔에 다시 차를 채운 스님은 먼 시선 끝에다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2월 23일 직지사(주지 성웅). 104명의 행자들이 차가운 아침 안개 속에 뜨거운 입김을 쏟아내며 부처님을 부른다. 목탁소리 한 번에 땅 한 번 끌어안고 옮기는 세 걸음은 멀고도 먼 길이다. 길 위에 선 행자들이 몸과 마음을 씻는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이날의 삼보일배는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이 11~25일 김천 직지사에서 실시한 제42기 사미ㆍ사미니 수계교육 과정 중의 하나로, 부처님출가절(음.2.8)을 앞두고 있어 행자들의 삼보일배가 더욱 간절한 발원으로 다가왔다. 25일 회향식에서 남행자 64명, 여행자 40명이 사미ㆍ사미니계를 받았다. ?
무슨 생각을 그리 했을까. 낙수와 낙수 사이에서 겨울바람은 어쩔 수 없었다. 한 생각이 될 수밖에. 사라져야 하는 찰나와 찰나 사이에서 겨울바람은 어쩔 수 없었다. 숲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겨울은 자연이 많은 생각을 하는 시간인 것 같다. 처마에 매달린 고드름을 봐도 그렇고, 숲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한 생각에 매달린 겨울바람을 봐도 그런 것 같다. 겨우 머리와 손톱을 길러내는 동안 숲은 바람을 기다리며 야위었고, 바람은 숲을 그리며 견디고 있었다. 고드름이 녹기 시작했다. 겨울바람은 숲으로 돌아가고 낙수는 미련 없이 찰나를 따라갔다. 무슨 생각을 그리 했을까. 낙수와 낙수 사이에서 겨울 햇살은 어쩔 수 없었다. 한 생각이 될 수밖에. 사라지는 찰나와 찰나 사이에서 겨울 햇살은 어쩔 수 없었다. 바람의
선묵 혜자 스님이 한국에서 제작한 탄생불이 1.5m의 높이로 4.5m 가량의 사리이운 평화기원 대법회 기념비 위에 안착됐다. 그 주변을 3333개의 연등이 세계평화와 불국정토를 기원하며 환하게 빛나고 있다. 선묵 혜자 스님은 2008년 인도 쿠시나가르 마하파리 니르바나 스투파에서 1910년 출토된 부처님 진신사리 8과를 인도 대열반사 주지 가네쉬와르 스님으로부터 봉양 받았다. 그 중 부처님 진신사리 3과를 이번 행사를 통해 봉안했다. ?
단청도 현판도 없는 당우 하나가 여백 끝에 찍힌 낙관처럼 산기슭 한 편에 서있다. 극락전이다. 곧 사라질 당우다. 떨어질 때가 된 마른잎처럼 시간 끝에 매달린 당우는 대웅전으로 고쳐 지어질 예정이다. 겨울새가 날아간 하늘 끝은 차갑기만 하고, 이름마저 놓은 당우의 그림자는 무념에 들었다. 부처님 진신을 모신 법흥사다. 법흥사는 643년(신라 선덕여왕 12) 당나라에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고 돌아온 자장(慈藏 ; 590~658) 스님이 창건했다. 그 때는 흥녕사였다. 헌강왕 때 절중 스님이 중창하여 구산선문 중 사자선문의 중심 도량으로 삼았고, 이후 조선시대까지 소실과 중창을 반복하며 명맥을 이어왔다. 폐사 직전 까기 갔던 흥녕사를 1902년 비구니 대원각 스님이 법흥사로 개창해 지금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상임이사 퇴휴)와 티베트 독립 지지단체인 랑쩬, 티베트하우스코리아(대표 남카)가 인사동 북인사마당에서 중국의 유혈진압 규탄 집회를 2월 8일 열었다. 집회에 모인 참가자들은 ‘더 이상 죽이지 마라’는 뜻의 티베트어 ‘미마쉐’를 외치며 중국정부를 규탄했다. 집회 후에는 조계사 대웅전에서 불교시민사회연대(대표 퇴휴 스님)가 추모법회를 열고 희생된 티베트인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
극락 문 앞이 어수선하다. 언제 십만 억의 불국토를 지나왔을까. 아득하다 못해 기억 속에 담을 수조차 없는 그 어마어마한 시간과 공간을 지나 우리는 이제 극락 문 앞에 섰다. 눈보라치는 세상에서의 마지막 발자국들을 스님이 쓸어내고 있다. “어여 들어와!” 하지만 날리는 눈발처럼 극락 앞에 선 우리는 생각이 많다. 부처가 있는지 없는지. 나는 누구이고, 너는 누구인지. 극락이 눈앞인데도 극락이 있는지 없는지. 그 어마어마한 시간과 공간을 지나 왔음에도 우리는 아직도 생각이 많다. “어여 들어와!” 누군가 늘 우리를 부르고 있고, 우리는 아직도 문 밖에 있다. 극락이 바로 앞인데…. 부처를 찾는 사람. ‘나’를 찾는 사람. 극락을 찾는 사람. 극락 문 앞이 어수선하다. ?
일주문을 지나자 부도밭이 나온다. 그야말로 부도 ‘밭’이다. 부도 54기와 탑비 27기. 서산대사(휴정, 1520~1604)를 비롯해 풍담에서 초의까지. 만화에서 완호까지. 그 밖의 이름들. 조선조 억불의 시절을 살아낸 불명(佛名)들이 시절을 용서한 듯 음각(陰刻)의 깊이를 낮추고, 용서마저도 떠난 이름들은 하나 둘 부도를 떠나기 시작했다. 겨울바람이 장송의 그림자를 흔들고, 스승과 제자의 이름이 한 햇살에 젖고 있다. 땅 끝에 있는 대흥사다. 대흥사의 창건 연대는 정확하지 않다. 426년 신라의 정관 스님이 창건한 만일암이 시작이란 설과 544년 아도의 창건설, 508년 이름이 전하지 않는 비구가 중창했다는 설이 있다. 임진왜란 때 서산대사가 거느린 승군의 총본영이 있었으며, 1604년(선조 37) 서산
불교여성개발원(원장 김애주)은 1월 2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제5차 여성불자 108인 선정기념식을 개최하고, 임명장을 수여했다. 조계종 포교원장 지원 스님, 전국비구니회 회장 명우 스님, 제5차 여성불자로 선정된 108인 가운데 80여 명을 비롯한 사부대중 300여 명이 참석한 기념식에서 지원 스님은 “종단을 외호하고 부처님의 정법을 실천하는 신실한 우바이로서 모범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여성불자 108인은 “만남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여성불자 108인의 긍지를 살려 교류 협력하고 부처님의 바른 법을 널리 펴겠다.”고 선서했다. ?
힘든 세상이다. 집을 나선 아이들이 학교에서 죽음을 생각하는 세상. 태풍을 견디지 못한 낙과처럼 읽을 수 없는 유서들이 뒹구는 세상. 문 밖에 무엇이 있기에 밤보다 낮이 더 무섭고, 저녁이 되어도 두 다리보다 마음이 더 고단할까. 힘든 세상. 나는 나여서 너는 너여서. 속세는 속세대로. 산중은 산중대로. 생각은 만 가지. 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불타는 집은 여전하다. 아니 점점 더 뜨겁다. 금오선사 법문집 ‘꽃이 지니 바람이 부네’ 중에서 가져다 쓴다. “괴롭고 괴롭다. 고해(苦海) 중에 빠진 몸이여! 화택 중에 타는 몸이여! 괴롭고 뜨겁구나. 천하의 인류가 끝내는 어디로 가는가. 세상만사를 살펴봐도 모두 허망하고 괴로울 뿐이다. 백천 가지 고통 중에도 유독 생사의 괴로움이 제일 크구나.” 산중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