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꽁꽁! 발이 꽁꽁!겨울바람 때문에 몸이 추위에 떨지라도 마음은 떨지 않기를 따스한 마음을 내어 서로 온기를 나눠주세요
겨울이 깊어지면 동글동글 붉은 팥알을 모아 보글보글 끓이기 시작한다. 삶은 팥의 구수하고 달큰한 향기가 사방을 채울 때면 어느새 겨울의 냉랭한 얼굴도 조금은 유순해지기 때문이다. 시간을 들여서, 오랜 시간 뭉근히 끓여 내야 하는 팥은 온기도 그만큼 오래오래 남는 법이다. 끓는 솥단지의 열기가 공간을 데우고, 구수한 냄새에 취해 노곤해질 즈음이면 어느새 동장군마저 곁에 앉아 졸고 마는 시간. 지독한 겨울밤의 냉기도, 깊은 어두움도 어느새 그렇게 지나쳐간다. 빛과 생명력의 상징, 팥우리에게 팥은 단순한 먹을거리를 넘어 좀 더 큰 임무를
신라 자장 스님(590~658)은 643년(선덕여왕 12)에 당나라 오대산 태화지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석가모니 부처님 진신사리와 가사를 전해 받았다. 이후 신라로 돌아와서 인연 있는 곳에 사리를 봉안하였다. 그중 다섯 곳인 양산 통도사, 오대산 중대(상원사),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설악산 봉정암 등을 5대 적멸보궁이라 한다.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은 상원사에서 걸어서 50분 정도 걸리는 데다 그렇게 급경사도 아니다.상원사는 문수보살이 계신 문수도량이다. 흔히 상원사는 중대 적멸보궁이 세워진 643년에 건립되었다고 한다.
영화 ‘소원’을 보고나서 가슴 깊이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울적함으로 한동안 괴로웠다.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문득 영화 속 아이의 얼굴이 떠오를 때면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외면하고 싶었다. 영화 ‘소원’은 9살 소녀가 학교를 가던 중 술에 취한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트라우마를 겪는 아이의 심리적 치유와 건강을 위해 가족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이 영화를 보고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수많은 트라우마 사건으로 평생을 괴롭게 사는 내담자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영화 속 소원과는 달리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내가 하필 그
어느 날 해질 무렵 개천가를 거닐고 있었다. 징검다리 저 멀리에서 자전거를 타던 다문화가족 초등학생이 나를 보더니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하며 건너왔다.“스님은 어디 살아요?”“절에 놀러가도 되냐”고 물으면서 옆에 있던 엄마와 어린 동생을 뒤로한 채 졸졸 따라오는 아이.“스님! 삭발은 왜 해요? 친구는 있어요? 뭐 먹고 살아요?”호기심 가득,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질문을 퍼붓는 아이가 새삼 반가웠다. 아이는 “나중에 친구들을 데리고 오겠다”며 웅장원을 둘러보고 갔다. 다시 찾아올 아이를 위해 법당에 간식 코너도 만들고, 냉장고
새해가 오자마자 이라크페만 사건이 벌어지고, 뭐, 예견했던 바이지마는 그렇게 속성과로 일어날 줄 몰랐습니다. 몰랐다면 말이 안 되지마는 아무튼 사람들이 많이 놀랐을 겁니다. 예전에도 여러분한테 얘기한 적이 있죠. 여러분이 여러분 스스로 완성을 해야만이 외부의 모든 것들을 다 한마음으로 할 수 있는데, 한마음은 빛보다 더 빠르다고요. 빠르게 오고 가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지만, 지금 시대는 보는 것도 컴퓨터나 미사일이나 또는 인공위성을 띄워서 두루 하면서 보는 그 견해가 얼마나 많이 발전이 됐는지, 그 먼 거리를 눈앞에 보고 있는 시대
이제 걷기는 교통이라는 본원적 기능보다는 치료 및 예방, 운동 그리고 명상이라는 파생적 기능이 더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것은 어찌 보면 인간이 선택한 것이 아닌 육체적 활동으로는 유일하기 때문이다.근골격계의 약화뼈, 근육 그리고 관절은 우리 몸을 지탱하는 기본 요소이다. 나이가 들면서 체지방량이 늘고 근육량이 줄고 골밀도가 낮아진다. 근골격계 질환으로는 요통, 경부통, 오십견, 퇴행성 관절염 등이 있다. 이러한 질환이 발생하면 일상생활 동작에 제한을 줄 수 있어 삶의 질이 떨어진다. 이는 곧 일상생활에 있어 신체적으로 불완전한
모든 만물들은 들어라나는 완전한 주인이 되었으며나는 완전한 자유를 얻었도다나의 빛은 끊임없고 온세상을 비추리니 진실을 밝게 비출뿐이라
얼마 전 어느 법우님으로부터 금강경 공부를 하면서 달라진 점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분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불교를 만났고, 금강경 공부는 난생 처음이었다는데 그분의 말씀을 전해본다.“저는 평소 남에게 약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제압하려는 언행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상대방이 위압감을 느꼈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 뒤돌아서서 곧바로 반성하게 돼요. 또 ‘너의 불행은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는 생각도 은연중 많이 했는데 금강경을 읽으면서부터는 ‘너와 나는 차별이 없다’ ‘동등하다’ ‘상대방을 대
얼마 전 상담을 나누었던 선희(가명) 씨는 여러 병이 겹쳐 15년간을 침대에 누워 살아야만 했다. 오랜 지병으로 명절에 시댁에 가지 못할 때도 많았지만, 그럴 땐 정성을 담아 전이랑 음식 몇 가지를 만들어 남편 편에 보내곤 했다. 몇 년 전에는 몸의 컨디션이 좋아져서 시댁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차례를 마친 뒤 잠시 쉬고 있는데, 시어머님께서 멸치볶음을 해서 시누이에게 서둘러 주시는 것을 보고 말았다.직장 생활을 하는 시누이를 위해 챙겨주시는 엄마의 마음은 백분 이해되지만, 마음 한구석에 속상함이 불쑥 올라왔다.“저는 그때 밥도 못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돼 점차 기승을 부리던 따뜻한 봄날에 산문 밖을 나섰다. 고여 있는 물은 썩는 법이라. 〈금강경〉과 〈법화경〉을 짊어지고 흐르는 물이 되어 보살행을 몸소 실천하고자 만행을 계획했다.하산하던 날, 온 대중은 만행을 결정한 나를 의아해했다. 선방이나 율원을 간다면 능히 격려하며 보내줄 터이나 홀로 만행을 한다고 하니 은사스님은 상좌가 풍진 세상으로 들어가 행여나 악업에 물들까 전전긍긍하셨다. 그럼에도 나의 결정은 단호했다. 번잡한 시장에서도 그 마음을 청정히 하면 그곳이 곧 절이고 수행자라 하지 않았던가.화광
금정산(金井山)은 금빛 물고기가 내려와 산 정상의 샘(井)에서 놀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그리고 그곳에 건립된 사찰이 범어사(梵魚寺)다. 해동의 화엄십찰 중 하나로 창간된 범어사는 수많은 고승대덕들을 배출한 명실상부한 한국의 명찰이며, 지금도 부산과 경남 일원의 수행·전법 도량이자 총림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금정총림을 새로 이끄는 선지식이 여산 정여 대종사다. 새해를 앞두고 정여 대종사를 찾아 뵙고 가르침을 받았다. 산중도 한파 속에 있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선지식의 푸른 안목 때문인지, 무애한 그림자 때문인지, 출세간의 하루는 그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