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심으면 고욤나무가 나오기 때문에 감 줄기를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야 감이 열린다. 접을 붙여야 감이 열리는 이치는 우리의 인생철학을 담고 있다. ‘사람은 두 번 태어나야 하는 것이다. 한 번은 육신(肉身)이 나고, 다음은 정신(精神)이 깨어나야 한다’는 것이고, 또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모두 사람이 아니라 성인의 말씀을 배우고 익혀야 사람이 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에서는 “낳고 낳은 것을 역(易)이라 이르고”(生生之謂易)라 하여, 진리는 거듭남을 통해 깨우치는 것이라 하였다.또 대추 조(棗), 밤 율(栗), 배 이(
비가 참 많이도 오는 장마다. 이때가 되면 제주는 더욱 아름다운 섬이 된다. 건천으로 말라 있던 하천들이 한라산 정상으로부터 물이 넘쳐흐르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한 줄기, 돈내코 원앙폭포로부터 바다로 흘러 쇠소깍에 이르는 효돈천의 풍광은 더욱 그럴싸하다.효돈천의 옛 이름은 영천천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탐라지〉를 보면 ‘영천천(靈泉川)’으로 돼 있는데, 조선 말기 〈조선지형도〉에는 ‘효돈천’으로 표기되어 있다. 영천천의 이름은 사찰명에 유래해서 불리다가 조선 중후기 불교의 흔적을 지우는 일환으로 그 이름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나는 매일 제주에서의 삶을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래서 적당한 시기에 떠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떠나려는 이유는 이곳이 부적절한 곳이 되어서다. 제주국제명상센터의 이사장직을 그만둔 입장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방을 계속 사용할 수도 없거니와, 더 이상 나의 역할이 명상센터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매주 1회 명상지도사 자격과정을 강의하는 것과 토요일마다 하는 전문상담사 슈퍼비전이 있어서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일을 수행이라고 생각하며 수행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고자
스님들의 소풍노스님들이 들려주는 단오문화는 다채롭기 그지없다. 예전에는 단오가 스님들의 소풍날이기도 했다. 설ㆍ추석을 제외하면 명절을 금하여 ‘단오’를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사찰도 있었지만, 대개 출가수행자들도 삶에 기반을 둔 자연 세시(歲時)의 변화를 함께 즐겼다. 근현대로 접어들면서 단오에 조상제사를 지내지 않아 사찰에 재가 없으니, 이날은 수행자 중심의 명절을 보낼 수 있었던 셈이다.스님들의 소풍은 곧 산행을 뜻한다. 여름이 시작되는 단옷날 마을에서 씨름ㆍ그네 등의 놀이를 하듯이, 더위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스님들도 산에 오
저는 요즘 매주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까지 어머님이 계신 곳에 머물며 어머님과 이곳저곳 나들이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구순의 어머니, 체력도 약해지시고 움직임도 예전보다 부족하시고, 또 ‘치매’ 증상도 보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어머이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사랑’이란 말에 웃으시며 저에게 “우리 아들, 나도 사랑한다이”라고 하십니다.‘사랑’, 그냥 듣기만 하여도 마음이 즐거워지고 환해지는 말입니다. 우리 불교에는 이 있지요. 이 경전에서는 부모님의 은혜가 한량없이 커서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리나가르로 떠나야 할 것 같아서.전화를 끊고 돌아앉으니 송 서화가가 신문을 보고 있었다. 나는 송 서화가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스리나가르로 출발하자고 했다.-길이 막혔는데 어떻게?그가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우회해서 걸어서라도 가야지요. 마냥 기다릴 수 없고 보면….짐을 꾸리고 있는데 오오스마 기자가 왔다.-벌써 떠나시게요?-이석원도 그렇고 먼저 그곳으로라도….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지안 금어의 제자를 스리나가르에서 보았다는 풍문이 있습니다.-그래요?-확실한 건 아닌데 신문사 출입하는 어떤 이가 그가 아닐
〈원문〉“그때 부처님이 라후라를 시켜 종을 치게 했다. 그리고 아난에게 물었다. 네가 지금 듣느냐, 못 듣느냐? 아난과 대중이 ‘듣습니다’고 말했다. 종소리가 쉬어 소리가 없어지자 부처님이 또 물었다. ‘지금은 듣느냐, 듣지 못하느냐?’ 아난과 대중이 듣지 못한다고 말했다. 라후라가 또 종을 쳤다. 종이 울리자 부처님이 또 물었다. ‘듣느냐, 듣지 못하느냐?’ 아난과 대중이 또 듣는다고 말했다. 부처님이 아난에게 ‘너는 어떤 것을 듣는다 하고, 어떤 것을 듣지 못 한다 하느냐?’ 물었다. 아난이 ‘사뢰되 종을 쳐서 소리가 나면 듣는
황정을 통해 꼬리뼈 순화를 이루고 나면 심·식·의간에 다툼이 일어나지 않는다. 본성을 인식하는 각성이 투철해지고 깊은 편안함에 머무르게 된다. 편안함을 누리면서 지극하게 황정을 주시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때부터 회음부에서 자극이 올라온다. 움찔거리고 저르르하는 자극이 황정으로 올라온다. 양기가 동하면서 황정이 후끈하게 달아오른다.양기가 동하는 때를 ‘활자시(活子時)’라 한다. 생식호르몬이 생성되는 경로가 완전하게 제도되고 꼬리뼈 순화가 이루어지면 활자시가 되어도 욕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욕정이 제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삼라만상은 짝으로 존재하지만, 오직 스스로는 짝이 없다. 짝이 없다는 것은 인지하는 것도, 인지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 개념 자체가 없는데, 감각 기관으로 짝이 없는 그것을 찾아 나선다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하지만 그것이 우스운 일인 줄 모르니 계속 찾는 것이다. 훗날 그 모든 행위는 참으로 우스운 일이 될 거라고 스스로는 그들에게 말한다. 그리고 그 한 번의 웃음이 끝이라고 말해준다. 찾는 자는 이 말을 듣기는 하겠지만 어리둥절하여 먹먹할 것이다. 그 알지 못하는 그 자리에서 우뚝 일어나야 하지만 더 철퍼덕 주저앉아 버린다
경주/ 심재휘가을 경주에게는 불국사로 간다는 버스가 있어서 낙서하듯 몸 하나가 덜컹거려도 긴 이야기가 된다 지나쳐온 정류장들도 기와를 얹은 집 모양을 하고 있다 낯선 길에 내려 찡그린 얼굴을 햇살에 새기면 시월은 몇 층짜리인지 헐리지 않도록 바람 속에 쌓은 돌 그 돌 위에 돌을 쌓으며 좁아져가는 생애가 내 발자국들을 죄다 모아서 석탑 위에 얹어준다 내 이름은 탑이 가리키는 곳으로 올라갈 만하다고하지만 박모의 하늘에매일 조금씩 덧칠해온 얼굴 하나가 붉게 떠서오늘밤에 나는 불국에 이르지 못하고왕릉 곁의 막걸리집에 국물 자국처럼 앉으면경
사마타 수행과 그것의 과정에 대해 간략히 지난 연재에서 언급했다. 붓다께서 말씀하신 ‘심-사-희-락’의 초선정으로 가는 과정을 〈관무량수경〉에 기술된 비유와 함께 쉽게 풀이했다. 사마타 수행은 선정 수행 또는 (특정 대상에 집중하기에) 집중 수행으로도 불린다. 사마타 수행을 할 때 펼쳐지는 주요 풍경 2가지를 더 살펴보기로 하자. ‘보배 구슬’ 보주의 향연 아미타3부경(무량수경·아미타경·관무량수경)에는 무수한 ‘보주(보배 구슬)’에 대한 언급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보주로 장엄된 땅·당(幢)·누각·나무·연못·동자·연화대 등. 중중
서구 문인들 중에서 동양의 불교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던 이를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현대 미국 시인 게리 스나이더(Gary Snyder, 1930~, 사진)만큼 그 관심이 실제 행동과 실천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나타났던 이를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게리 스나이더는 1930년 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에 면한 캘리포니아주 샌 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의 가족이 곧 보다 더 북서부에 있는 워싱턴주와 오레곤주로 계속 옮겨 다님으로 그도 젊은 시절을 그런 지역으로 가족을 따라 함께 옮겨 다니게
독자 여러분은 최근 환갑잔치에 초대받은 적이 있는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환갑나이는 61세. 1990년대만 하더라도 동네에서는 환갑잔치를 많이 했었다. 건강하게 오래 살았고 앞으로도 장수하라는 의미에서 가족과 친인척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 다 같이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 전체 평균수명은 1970년에는 62.3세, 1990년에는 71.7세였다. 2021년 생명표에 따르면 2021년 출생아의 기대 수명은 83.6세로 집계되었다. 50년 전인 1970년대 비교해보면 우리 국민의 기대 수명은 무려 21
우리에게 윤회는 너무나 익숙하고 공감되는 생사관이다. 윤회 이야기는 사랑과 함께 영화나 드라마, 음악에서도 자주 접하는 주제이다. 특히 한국 사람들에게 윤회는 종교를 막론하고 수용하고 있는 생사관으로 보인다. 유교의 제사나 불교의 49재는 거의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지금은 천주교에서도 49재를 지낸다. 아시아인들이 생사 윤회를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시간관 때문이다. 시간이 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고 보고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흘러간다고 본다. 그래서 사람이 태어나 늙고 죽으면 그 영혼이 다음 세상에 태어날 것이라고
용가(龍架), 용 형상의 횃대한국산사 몇몇 법당 내부의 대들보엔 특이한 목조각이 달려 있다. 용 형상을 갖춘 원형, 또는 사각형 긴 나무막대다. 용 형상의 간짓대는 대들보 방향으로 앞뒤 두 쇠줄에 매달려 있다. 천정에 매달린 막대 조형은 횃대 이미지와 겹쳐진다. 횃대는 옷을 거는 긴 나무막대다. 때때로 대나무로 제작하기도 한다. 법당 대들보에 길게 걸려 있는 횃대는 ‘용가(龍架)’라 부르는 불교 목조각이다. ‘반야용선대’라고도 부른다. ‘용가’라는 개념은 ‘용 형상의 횃대’라는 의미다. 개념에 조형의 생김 그대로를 반영했다. 용가
그래도 이석원은 머리를 내젓다가 자꾸만 귀찮게 하자 어느 날 난타가 남겼다는 칼을 찾아 떠나버리고 말았다.정우 스님은 떠나는 이석원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그렇습니다. 그대의 칼을 찾아오십시오. 그 칼이 주인을 만나 스스로 몸을 열 것입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도대체 무엇을 알고 있다는 것이오?-왜냐면 우리들의 법만이 진실하기 때문입니다. 그대는 돌아와 불법을 망치는 마구니들을 그 칼로 베어내야 할 것입니다.여기까지 말하고 조실스님은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입을 열었다.-정우 스님은 그길로 한국으로 떠났는데 아마 지금도 이
〈원문〉“아난아, 만약 인지(因地)에서 생멸심(生滅心)으로 수행할 인(因)을 삼고 불승(佛乘)의 불생불멸(不生不滅)을 구한다는 것은 옳지 않으니라. 이렇기 때문에 네가 마땅히 기세간(器世間)을 비춰 밝혀보라. 만들어진 법은 모두 변하여 없어지는 것들이니라. 어느 것이 변하지 않느냐? 그러나 허공이 문드러져 부서진다는 것은 듣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허공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처음부터 끝까지 부서져 없어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니라. 너의 몸 가운데 단단한 것은 지대(地大)요, 축축하게 젖는 것은 수대(水大)요, 따뜻한 감촉은 화
요수 1, 2번의 다리 경로이다. 가슴신경을 세수하면서 갈비뼈 안쪽의 장부 감각들을 느껴본다. 심장박동을 활용해서 의도하는 장부로 들어가고 그 자리에 멈추어서 장부 상태를 주시한다.엄지 억제 요수부 관법요수 5번까지 호흡을 들이쉰다. 천천히 내쉬면서 심장박동을 느껴본다. 날숨과 함께 심장박동을 발쪽으로 끌고 간다. 고관절, 엉치뼈, 대퇴골의 상태를 살펴보고 무릎과 정강이뼈의 상태도 살펴본다. 발목과 엄지발가락의 상태까지 관찰한다. 이상 자극이 느껴지면 그 자리에서 멈추고 해소될 때까지 관찰한다. 다른 부위의 공명점도 함께 관찰한다.
모든 갈등의 시작이며 돌고 돌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면 되짚어보는 물음이 있다. ‘평등한가?’ 삶 가운데서 적지 않은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이다. 하지만 삶에서 평등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어떤 것에도 차별 없이 고르고 한결같은 평등은 무엇인가? 잠시 우리가 놓치는 부분을 찾는다면 시점과 기간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까지를 정한 다음 사용하여야 하는데,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평등하다’는 단어는 그러한 기간 없이 바로 지금만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평등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전
이번 호는 푸른빛의 잎사귀 사이로 펼져지는 뽀얀 꽃봉우리에서 펴져나오는 달달한 향기에 다시 한 번 눈길을 보내게 되는 아까시꽃차이다. 아까시나무는 5월이면 순백의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향긋한 꽃향기를 선사하며, 풍부한 양의 꿀을 제공하여,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매력적인 나무이다.우리가 알고 있는 아카시아나무의 정확한 이름은 ‘아까시나무’이다. 까시가 있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지은 이름이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우리나라에는 1900년대 초에 수입하였다.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고, 뿌리혹박테리아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