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다. 차창 밖으로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하얀 풍경만이 펼쳐진다. 월정사를 품은 오대산이 그려내는 설경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깊이 침잠하게 한다. 신라 자장 스님이 문수보살 성지를 찾아 7년이란 긴 세월을 주유한 끝에 낙점한 오대산. 오대산은 문수보살이 있어 1만 보살을 거느리고 항상 설법하는 성산(聖山)이다. 속진의 세계에서 성(聖)의 세계로 성큼 걸어 들어갔다. 천왕문을 들어서자 적광전과 동별당 서별당을 비롯한 전각들이 설법을 들려주는 듯하다. 한암 스님과 탄허 스님이 주석하며 1600년의 역사를 가진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가 강세한 서양에서 청년들이 불교에 대한 철학적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가톨릭 문화가 깊은 스페인에 대규모 전법중심도량이 조성된다. 지난 1월 5일 홍콩의 ‘비엔엔 브레이킹’은 스페인 카세레스 마을에 대규모 전법중심도량 조성 소식을 전했다.스페인 카세레스 마을은 스페인의 유명한 성지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 길목에 있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벽 도시다. 이 지역에 9만 평에 달하는 대규모 전법중심도량을 조성하는 ‘위대한 부처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불교문화 단지에는 높이
남해 미륵암(주지 청운스님)은 갑진년 정월을 맞아 수륙대재 용왕방생법회를 봉행했습니다.2월 17일 미륵암 신도 100여명이 동참한 가운데 남해 물건리 어부림 바닷가에서 봉행된 방생법회는 불탑뉴스신문사 후원으로 봉행됐다.이날 방생법회는 신도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이들을 위한 국태민안과 제주도 및 문경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천도재로 그 의미를 더했다.이날 방생법회를 주관한 주지 청운스님은 “방생은 단순히 생명을 살리는 것에 머물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 대로 자비와 나눔의 삶을 살겠다는 서원을 되새기는 계기
조계종 제18교구본사 백양사 주지후보에 현 주지인 무공 스님이 단독 입후보하면서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다.제18교구본사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월 19일 백양사 새 주지후보 입후보 결과 무공 스님이 단독 입후보했다. 이에 따라 무공 스님은 2월 26일 열리는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격심사를 거쳐 29일 백양사 산중총회에서 당선이 확정된다. 무공 스님은 백양사 현 주지인 만큼 자격심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무공 스님은 지근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79년 백양사에서 서옹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84년 범어
40년 만에 재회한 어머니의 소원을 이뤄드리고자 한 마가 스님의 여정을 담은 최진규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불(佛)효자’가 미 동부에서 관객을 찾아간다. 부디스튜디오는 2월 18일부터 3월 17일까지 미국 동부 지역에서 영화 ‘불(佛)효자’ 콘서트를 진행한다. 콘서트에 참여한 관객들은 영화를 감상한 후 마가 스님과 붓다 라마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된다. 대화는 △미안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세 가지 주제로 진행된다. 이후 붓다 라마의 기타 연주에 맞춰 노래 ‘심우도’를 부르며 선화 심우도를 음악으로 감상하는 시간을
달아 달아 밝은 달아정월에 뜨는 달은 새로운 희망을 주는 달이라다같이 달 바라보며 밝고 맑은 마음으로 소원을 빌어보세
얼마 전 설이었다. 합동차례를 지내는 가족이 많아져 아이부터 어른까지 절은 여느 때보다 북적였다. 1년에 두 차례, 여러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날을 맞아 입춘 때 준비해둔 입춘부와 소원성취부를 나눠주며 안부를 물을 때였다.“스님! 잠시만 대화할 수 있을까요?”점심시간이 지나고 여러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와중에 한 보살님이 다가와 물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안색은 어둡고 무언가로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이미 정해진 일정들이 있어 갑자기 짬을 내기 부담스러웠지만 상담을 뒤로 미루기엔 보살님의
정상에 홀로 세운 돌탑 셋산행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처음 치악산을 오르면, 대부분은 ‘진짜 이름 그대로 치가 떨리고 악이 바친다는 말이 맞구나’ 생각하게 된다. 치악산의 주능선은 북쪽 비로봉(1282m)에서 남쪽의 남대봉(1182m)까지 10㎞ 정도며, 설악산, 월악산과 함께 3대 악산으로 꼽힌다. 특히 치악산은 당일 산행만 허용할 만큼 험하다.어느 해 겨울 치악산 능선을 종주하고 비로봉에서 하산할 때였다. 비로봉 바로 아래 산장 직원은 우리의 늦은 하산길이 걱정되어 그곳에서 묵기를 청하였다. 비로봉 아래에서 하룻밤이라, 조심스럽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같은 반 학부모로 만난 여섯 명의 엄마들이 모여 모임을 결성했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만나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며 자녀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시간을 정해 각자의 전공을 살려 품앗이 교육을 하기도 하고, 주말이나 방학 때는 함께 견학이나 체험활동을 다니며 친분을 쌓았다. 서로 성격은 다르지만 조금씩 배려하고 양보한 덕분에 의견 조율이나 화합이 잘 이루어졌다. 이는 곧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그러던 어느 날 모임에서 두 엄마가 아이들 교육 방향성을 놓고 의견
“육바라밀을 행하지 않으면 보살이 될 수 없고 부처도 될 수 없습니다. 결국 괴로움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2월 18일 봉은사에서 봉행된 정초7일 산림기도 회향법회에 법사로 나서 사부대중에게 육바라밀 실천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육바라밀 실천 없이는 성불할 수 없다고 말한 진우 스님은 육바라밀행으로 분별심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지난해 3월 봉은사 백고좌법회에서도 마음의 분별심을 없앨 것을 강조한 바 있다.진우 스님은 “좋은 마음이 있으면 동시에 나쁜 마음도 생긴다. 부처님은 이런 분별
부산 사하구 약수사(주지 혜우 스님)가 2월 16일 한우리 요양병원을 방문해 효잔치공연 및 간식을 전달했다.새해를 맞아 어르신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약수암 주지 혜우 스님, 옥련암 주지 지연 스님, 채창섭 사하구의회 의장, 성창용 부산시의회의원, 조재영 사하구의원을 비롯해 약수암 신도가 동참했다.혜우 스님과 내빈들은 어르신을 위한 잔치 한마당을 개최하며 흥겨운 시간을 선사했고, 병원을 방문해 간식을 손수 전달했다. 이날 간식은 과일, 빵, 음료수 등 200인 분을 마련했다.약수사는 한우리 요양병원 개원 당시부
사람은 태곳적부터 땅과 접촉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면서 늘 지구와 전기적으로도 연결돼 있었다. 모든 전기제품은 접지선이 있다. 접지는 전기회로나 전기기기를 땅에 연결하여 이상전압이 발생했을 때 고장 전류를 대지로 흘려보내서 기계와 땅이 같은 전기적 상태인 ‘0’볼트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이나 모든 생물도 마찬가지로 늘 땅과 접촉해 있으면서 ‘0’볼트의 전기적 상태를 유지해왔다.그런데 수십 년 전부터 사람들이 고무로 된 신발을 신기 시작했다. 고무는 가장 대표적인 절연체이다. 게다가 땅에는 아스팔트가 깔리면서 환경 전체가 절연체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남인도 불교문화를 엿볼 수 있는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가 전시 중이다. 장애인 10여 명과 관람 계획이 있어 전시의 장애인 편의 제공에 대한 문의전화를 했다. 대표전화로 전화를 했을 때 대략적인 설명을 해준 후, 전시담당자에게 연결해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에 대한 배려내용을 친절히 안내해줬다. 그 친절함은 요새 장애인 등 문화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박물관의 변화 노력에 첫 문을 들어선 것 같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불교문화유산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어 장애인들
새해가 되었어도 연일 뉴스에 청년실업과 취업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여유로운 시대가 되었어도 정작 그 시대를 풍미하며 지내야 할 젊은 세대에게는 다른 나라의 소식인 듯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이용하는 SNS에는 여행지의 소식이나 명품을 자랑하는 등 화려한 모습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이러한 이중적인 모습은 이 시대의 아이러니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인터넷의 화려함과 현실의 불안감이 겹쳐지며 청년들은 더욱 혼란 속에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동국대에서도 학생들을 지도해 만날
조계종 군종특별교구가 체계적 군불자 관리 시스템 구축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수계 장병 DB구축을 통해 군포교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청년 전법 활성화를 위해 군종병 관리도 적극 수행한다는 것이다.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조계종 포교원-군종교구-상월결사 대학생전법위원회가 TF팀을 구성하고 수계 장병DB 구축에 나선 것이다. 기실, 신병교육대에서 수계를 받고 예하부대에서 신행생활을 열심히 했어도 막상 전역하고 난 뒤에는 이 같은 신행이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 군포교의 문제점이었다. 소위 전법포교의 애프터서비스가 없었던 것이다. 이 같
설 연휴 첫날인 2월 9일 오전 6시 상월결사 인도순례 참여 대중 30여 명은 순례 입재 1주년을 기념하는 걷기명상 정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1년 전 그날처럼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부처님께 정진을 다짐하는 고불문을 올리고 정진했다.1년 전 비구 56명, 비구니 12명, 우바새 6명, 우바이 6명 등 총 108명의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를 슬로건으로 부처님 8대 성지와 1167km를 43일 동안 걸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2019년 진행된 ‘상월선원 천막결사’ 이후 이어진 2020년 ‘국난극복
긴장과 불안에 노출된 사람의 심리 상태를 안정시켜줌으로써 숨 돌릴 여백을 만들어주는 물질 중에 차만한 것을 찾기는 어렵다. 이는 옛사람들도 동일하게 경험하고 공감했던 차의 오묘한 효험(效驗)이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필자 또한 응송 스님(1893~1990)과의 인연으로 ‘초의차(草衣茶)’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차의 공덕을 깊이 공감하는 기회를 얻었다. 이런 차의 공덕을 노래한 조선 전기 이목(李穆)은 차의 이로움을 오공(五功)과 육덕(六德)으로 분류한 바가 있다. 실로 사람들이 차를 통해 얻었던 공효(功效)는 어느 시대이건 간에 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참된 가치를 구현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진짜와 모조품을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모방된 가상의 물건들이 진본을 능가하는 시대가 되었다. 만고에 푸른 연못에 비친 달, 두세 번 건져봐야 거짓인 줄 알게 되리.(萬古碧潭空界月 再三撈벀始應知) -대혜 종고(1089~1163)연못 위에 비친 달그림자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진짜 달이 아니라는 대혜 종고 선사의 게송은 모조품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참된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많은 것이 복사되고 복제되는 우리 시대에 곰곰이 새겨볼 내용이다. 우리 시대의
그리고 봄이 온다 ‘잘 주무셨습니까. 비가 내린 산사의 정취를 느끼며 무소유길로 살포시 걸어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천천히 올라오세요.’ 아주 오랜만에 받아보는 정성스러운 글 인사였다. 쉬이 쓰고 지워지는 가벼움도, 끝내 무미건조한 회색 벽돌을 주고받는 기분이 되고 마는 그런 대화도 아니다. 정중함 속에 다정한 마음이 스며들어 새처럼 지저귀는 순간. 비 내린 2월의 어느 아침, 승소를 찾는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는 찰나였다.불일암 국수를 찾아서삼보종찰 순천 송광사. 서늘할 정도로 맑은 기운이 전해지는 이 천년고찰 곁에는 산속 암자를
주황빛 가사를 수한 스님들이 앞서 민주화 시위에 나서 ‘사프란 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었던 2007년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 그러나 지난 2021년 발생한 군부 쿠데타 이후 계속되는 민주화 운동에 출가자들의 참여가 미미하면서 미얀마 내에서 불교계에 대한 대중들의 실망이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월 11일 일본의 ‘토다이 신문 온라인’은 미얀마 불교 연구가인 쿠라모토 류스케 도쿄대 교수의 인터뷰를 특별 보도했다.현재 미얀마 인구의 약 90%가 불교도이고 출가자는 약 50만명으로 인구의 약 1%에 해당한다. 버마족이 중심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