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백련암에 주석하고 있는 원산 스님(전 조계종 교육원장)은 19세에 말없이 집을 나왔고, 보름만에 다시 집을 찾아 출가의 뜻을 밝히고 불문에 들었다. 이후 원산 스님의 어머니는 스님을 다시 찾지 않았다. 묵묵히 자신의 현재에 충실할 뿐이었다. 농사를 지으며 아들 셋, 딸 다섯을 교육시키고 시집 장가를 보냈다. 대강백 관응 스님에게서 전강을 받고 강주의 자리에 오르고, 통도사라는 대찰의 주지를 맡아도 어머니는 원산 스님을 찾아가지 않았다. 스님의 어머니는 자녀들의 효도를 받으며 9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돌아가시기 한 해 전,
한국불교는 ‘〈천수경〉 신앙’이라 할 정도로 〈천수경〉의 다라니 천수주(대비주)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천수경〉은 천수다라니를 중심으로 의례에서 활용하는 것이지 상호 독립적인 의례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이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마치 〈천수경〉을 읽지 않으면 뭔가 빠진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고 생각하는 불자들도 있다. 그래서 다른 경전과 의궤와 달리 〈천수경〉은 여러 의례에서 활용되는 것을 모아 놓아 사실상 연속성이 있다고 할 수 없을 때도 있다.천수주 염송 이후 사방찬 도량찬을 하지만 사방으로 감로수를 쇄수도 하지
20대는 성인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계획하고 만들어가는 출발점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전체 인생의 향방이 달라진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학점 관리, 어학공부, 자격증 시험 등 치열하고 부지런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노력하고 애쓴 결과가 그만큼의 행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모든 것이 불만족스럽다. 미국의 대학생들도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미국 명문 아이비리그 브라운대학에서 마음챙김센터 소장으로 활동 중인 상담학자 에릭 룩스는 무엇이 총명하고 생동감 넘치는 젊은이들의 삶을 팍
바야흐로 명상 전성시대다. 최근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파민 디톡스’가 주목받고 있는데,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대표적인 해법 중 하나가 바로 ‘명상’이다.〈명상하는 엄마〉는 명상전문가이자 선치료상담가인 전현자 씨가 아이들과 함께 명상하며 체득한 명상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20대 무렵부터 명상서적을 탐독하며 수행하는 삶을 동경했던 저자는 ‘행복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본격적으로 명상을 배우기 시작해, 쌍둥이 아들도 명상의 길로 이끌었다. 현재 저자는 명상전문가로, 아이들은 직장에서 섬기는 마음으로 명상을 안내하
〈남도 명량의 기억을 걷다〉는 1597년 8월 3일(음력) 삼도수군통제사에 재임명된 이순신이 조선수군을 재건하며 명량대첩에 이르는 44일의 여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늦여름에서 스산한 가을에 이르는 ‘남도 이순신길-조선수군 재건로’에서 우리는 당시의 긴박한 상황과 마주한다. 육로와 바닷길을 따라가노라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하나가 된 이순신과 조선수군의 거친 숨결이 훅 끼쳐오는 듯하다. 탄식과 설움에 겨운 울음소리와 함께 남도의 많은 전쟁터에서 여러 형태로 구국의 길을 걸었던 남도인들의 의로운 투쟁의 흔적이 사무
〈지속가능한 리더십〉은 미국 교육학자 앤디 하그리브스와 교육 컨설턴트 딘 핑크의 두 사람의 학문적 지식과 컨설팅 경험이 응축된 결정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모든 학생에게 도움이 되고 지속될 수 있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려면 지속가능한 리더십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변화를 위한 첫 번째 과제는 눈앞에 있는 변화가 바람직한 변화인지 확인하는 것이고 두 번째 과제는 현실적인 실행이 가능한 변화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큰 과제는 변화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이 책에서는 주장한다.
안동의 암자에서 수행 중인 진원 스님의 저서다. 스님은 “장대한 부처님의 팔만사천대장경을 여덟 글자로 요약하면 ‘마하반야 바라밀다’이고, 팔만사천대장경을 한 글자로 요약하면 마음 ‘심’이 된다”며 사유와 수행의 단상들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스님은 “나는 부처다”라는 생각을 잊지 않고 의심하지 않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한불교승가종 원로회의 의장 혜륜 스님의 11번째 시집이다.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한 스님은 1969년 대한불교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199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되며 시조시인으로 활동해 왔다. 2012년에는 성파시조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혜륜 스님은 “할 말은 이미 시로 다 썼는데 뭐 더 할 말이 있겠는가. 무사히 사바의 강을 건너가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김해 신흥사 주지 양지 스님의 열 번째 선서(禪書)로, 조계종 소의경전인 〈금강경〉에서 깨들음과 소승, 대승, 최상승의 문제를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특히 〈금강경〉에서 설하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인 소승(성문·연각·보살)의 수행자는 〈금강경〉을 읽을 수도 들을 수도 없고 타인을 위해 설할 수도 없음을 밝혀내고 있다.
해마다 봄소식을 알리는 대표적 봄꽃은 단연 매화다. 선비의 고결한 인품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고매(古梅)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사찰에 많다. 구례 화엄사 각황전 앞 홍매화부터, 승주 선암사 고매(선암매), 양산 통도사 홍매(자장매), 장성 백양사 홍매(고불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화엄사 각황전 앞의 홍매는 많은 매화 애호가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는다. 나무 모양도 준수할 뿐만 아니라 오래된 목조 건물과 어우러져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선비들이 좋아했던 만큼 매화를 예찬한 조선 유학자들도 많다. 매화를 지독히도
지난 3월 28일 20여 일의 일정으로 방한한 미국 위앙종 영화 스님의 저서가 잇달아 출간됐다. 위앙종(潙仰宗)은 중국 선불교의 선종오가 중에 하나로 위산 영우(潙山靈祐, 771~853)와 앙산 혜적(仰山慧寂, 815~891)이라는 두 선승을 시조로 성립했으나, 송나라 때 임제종에 흡수됐다. 근현대에 이르러 허운(虛雲,1840~1959) 대사로 인해 그 맥이 되살아난 위앙종은 선화(宣化, 1918~1995) 상인에 의해 미국으로 전해 졌다.영화 스님은 1995년 출가해 20여 년간 전 세계의 수행자들에게 위앙종의 가르침을 전해왔다.
중국 북송의 시인 소동파는 여산 동림사에서 임제종 황룡파의 개조 황룡 혜남의 법을 이은 상총 선사와 함께 선학에 대해 토론했다. 밤을 새워가며 토론을 이어가던 중 상총 선사가 소동파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찌해 무정설법(無情說法)은 듣지 않고 유정설법(有情說法)만 들으려 하는가.”상총 선사의 따끔한 질문에 소동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무정설법’은 곧 소동파의 화두가 됐다. 아침이 돼 동림사를 나온 소동파는 여산 호계의 폭포소리를 듣고 깨달음을 얻어 오도송을 읊었다. 시냇물 소리가 곧 오묘한 법문이니(溪聲便是廣長舌)산의 경치는
“지금 와서 돌아보니 아무 것도 모르고 20대 초에 선택한 매듭의 길은 순조롭지 않은 힘든 길이었다. 한때는 자신에게 실망도 하고 후회도 했다. 그러나 그 길은, 포기하지 않고 끈기와 집념을 가지고 구도자의 심정으로 인고의 시간을 견디어 내면서 묵묵히 자신을 극복해온 과정이었다.”국립중앙박물관에 근무하면서 매듭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박물관이 아닌 매듭 장인의 길을 선택한 박양자 선생은 최근 발간한 저서 에서 자신의 삶을 이와 같이 정리한다.(사)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소장 최선일)가 기획한 현대 장인열전의 중
‘약견제상비상즉견여래.(若見諸相非相卽見如來)’ 이는 사구게로, 모든 상이 실체가 있는 고정불변의 상이 아님을 안다면 우리는 여래를 볼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은 한국불교 장자종단인 조계종의 소의 경전으로 인도에서 2세기에 성립된 공사상의 기초가 되는 경전이다. 문학을 통해 불교의 가르침을 전해 온 백금남 작가가 을 소설화했다. 작가는 악승 데바의 비판적 시선으로 을 풀어나간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작가가 가지고 있는 붓다의 가치관이다. 이미 비어 버린 붓다 안의 모습을 그는 보여주고 있다. 그
제주도 항파두리 토성 자락에 위치한 무주선원. 그곳에는 미타행자 본연 스님이 홀로 정진 중이다. 본연 스님의 하루는 수행자라면 그렇듯 빨리 시작한다. 본연 스님의 하루는 새벽 2시 40분에 시작된다. 2시 40분에 일어나 3시부터 일과를 시작한다. 다리를 포개고 허리를 세워서 천천히 들숨과 날숨을 한다. 들숨을 깊게 하면서 가슴으로 온 중생을 끌어안으며 “일체중생의 고통을 다 거두어 주겠습니다” 날숨에 낱낱이 자비심을 방사한다. 본연 스님의 하루는 이 만트라이자 진언이자 서원인 주문과 함께 시작된다. 이 마음이 비록 거짓일지라도 부
불이(不二). 부처님이 깨진 마음자리, 대립을 떠난 경지를 의미한다. 이는 〈유마경〉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마 거사를 병문안 간 부처님의 제자들이 불이의 뜻에 대해 서로 토론하게 됐다. 이 토론에 참가한 제자가 무려 32명이었는데 마지막에 문수보살이 이 같이 정리했다. “불이란 말로 설할 수도 없고 나타낼 것도 없고 인식할 것도 없어서 일체 문답을 떠난 절대 평등의 경지다.”그러나 여기서 문수는 불이란 사유와 언어를 초월한 것이어서 말할 수 없는 것이라 설하면서 그 자신도 그것을 말하고 있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그래서 문수보살
는 초기 불교 경전인 제8경에 속하는 경전이다. 는 문자 그대로 ‘장로들의 말씀’이라는 뜻으로, 우리에게는 으로도 알려져 있다. 부처님의 원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빠알리 삼장의 한글 완역을 발원하며 2002년에 설립된 초기불전연구원(원장 대림 스님)에서 를 전3권으로 번역·출간했다.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 스님이 번역한 는 부처님의 직계제자 장로 259명의 게송 1279개를 담고 있다. 초기불전연구원의
대승불교문화권인 한국의 불자들에게 단연 가장 익숙한 경전은 〈반야심경〉과 〈금강경〉이다. 두 경전의 공통점은 모두 반야부의 경전이라는 점이다. ‘반야(般若)’는 불교에서 말하는 제법의 이치를 확실하게 꿰뚫어보는, 일반적으로 세상에서 통용되는 지식과는 구별해 종교적이고 초월적인 지혜를 말한다.대승불교의 보살이 세상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행의 수행법인 10바라밀 중에서, 반야바라밀은 다른 아홉 가지의 바라밀을 완성시키는 근거가 된다. 이 반야를 얻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마하반야바라밀다경’인데, 모두 600권으로 결집됐다.
한국불교 문화유산 중 기록문화유산으로 최고의 가치를 가지는 것은 합천 해인사 장경각에 소장된 ‘팔만대장경’이다. ‘팔만’이라는 숫자가 들어가 있지만, 정말 경판의 수에 대한 정량이 얼마인지는 정확하게 집계된 바는 없다. 8만여 경판에 이른다하여 ‘팔만대장경’이라고 부를 뿐이다. 유부현 대진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발간한 〈팔만대장경의 경전과 경판 수량〉은 팔만대장경의 경판 수량을 산정하기 위해 노력한 10년간의 연구에 대한 결과물이다. 유 교수는 저작을 통해 팔만대장경의 경전 전체 수량을 1546종 6796권 664질로 산정했다. 경
운암 김성숙은 충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국무위원을 지낸 독립운동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898년 음력 3월 30일 평안북도 철산군 서림면 강암동에서 태어나 독립과 민주공화 사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봉선사 승려로서 3·1운동에 참여하며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이어가고, 출판물 편집과 이론가로 활동했다. 임시정부 국무위원 등을 역임하며 1945년에 본국으로 귀국한 후에는 분단 극복과 민주공화 구현에 헌신했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표창을 청구하지 않았고, 생전에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다고 고백했다. 1969년 4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