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질병 돌적에는 약풀되어 치료하고흉년드는 세상에는 쌀이되어 구제하되여러중생 이익한일 한가진들 빼오리까.”이 발원문을 처음 들었던 날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어느 해 여름이었다. 아이들 방학 기간이어서 아침 시간에 여유가 생긴 나는 새벽 예불에 참석할 수 있었다. 순전히 궁금증에서 참석한 첫 새벽예불은 내게 새로운 세상을 선사했다. 스님 한 분이 종이를 펼쳐 들고 읽어내려가는 한 구절 한 구절에 빨려들 듯 듣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눈이 뜨거워졌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산혜연선사 발원문’이었다.그때까지 절에 가면 불상 앞에 절을 하
해마다 봄꽃과 함께 펼쳐지는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올해는 특히 큰 인기를 모았다. 소위 MZ세대들의 공간인 ‘X’에서 X하고 Hip한 불교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봄을 즐기듯 불교를 즐겼다. 불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 모습이 참으로 싱그럽고 새로운 모습의 태동처럼 느껴져 행복함으로 가득하다.우리의 불교는 언제나 즐겁고 웃음이 가득한 것이다. 그러나 출가라는 고정관념과 산사에서 지내는 모습으로 인해 사회와 동떨어진 출세간의 모습이 그동안 불교를 올드하고 정체된 종교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2600년 전 부처님께서도 단 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10 총선이 끝났다. 이를 통해 국회는 제21대에 이어 ‘여소야대’ 형국을 이어가게 됐다. 불교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불자 의원들은 36명이 당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추후 제22대 국회가 개원한 뒤 정각회가 구성돼야 정확한 인원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기존 정각회원들과 미디어에 노출된 내용을 종합했을 때 36명 안팎으로 불자의원들이 국회 입성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국회 불자의원 모임인 정각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정각회 여야의원 48명 30명이 공천을 받아 출마했고
2014년 4월 16일. 이날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에 큰 파장을 남겼다. 세월호 총 탑승객 476명 중 304명(미수습자 포함)이 사망했고, 5명이 실종됐다. 세월호 참사는 안전불감증에 빠져있던 한국의 안전관리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 사회 부조리의 끝판왕이었고, 그로 인해 피해는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 일반인에게 돌아갔다. 그렇기에 세월호 참사는 사회적 공업(共業)이며, 우리는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해야 한다. 10년 전 4월 16일, 당시 불교계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봉축점등
지난 4월 3일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주관한 제주4·3사건 희생자추모재가 봉행됐다. 3만여 명에 달하는 희생자들의 극락왕생과 그들을 보호하다 화를 입은 제주불교계의 명예회복을 발원하는 추모재 현장에서 문득 기자의 고향에서 발생한 여수·순천10·19사건이 떠올랐다.1948년 발생한 여수·순천10·19사건은 당시 여수에 주둔하던 일부 군부대가 4·3사건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일으킨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1만여 명의 시민이 희생된 비극이다. 전개과정도 제주4·3과 유사하다. 그날 여수와 순천에서도 제주와
4월은 장애인의 날이 있는 달이다. 장애인이 사회에서 불편함 없이 살아가려면 사회의 장애인접근권이 중요하다. 장애인 접근권에는 건축물의 이용과 접근권, 교통 등의 이동권, 정보 접근권 등이 있다. 그 중의 장애인 이동권은 장애인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동시에 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다. 지하철 집회 등으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장애인 이동권의 보장은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모든 도로, 모든 여객시설, 모든 교통수단이 이동권의 대상과 범위가 될 것이다.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모든
일(一), 십(十), 입(卄), 삽(卅), 십(卌)이라는 숫자를 나타내는 한자를 아는가? 숫자를 통해 여러 가지를 나타내기도 한다. 하나라는 한자 일(一)이 뚫다는 뜻인 곤(丨)을 만나면 ‘열 십(十)’이 된다. 열에 열을 더하면 ‘스물 입(卄)’이고, 열을 더 더하면 ‘서른 삽(卅)’이 된다. 게다가 열을 더 더하면 ‘마흔 십(卌)’이 된다. 열에 열을 곱하면 ‘온 백(百)’이 되고, 열을 더 곱하면 ‘즈믄 천(千)’이 된다. 온은 모두라는 뜻에서 백퍼센트라는 말이 된다. 천은 즈믄이라고 한글로 부르기도 한다.‘서른 삽’은 아는
제주 4·3사건은 제주도와 한국 현대사에서 가슴 아픈 사건이다. 76년 전 극한의 이념대립으로 약 3만여 명의 제주도민의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가 어머니가 조부모가 희생됐지만, 어느 곳에서도 하소연할 수 없었다. 연좌제로 인해 폭도로 구분됐던 사람들은 자신이 피해자임을 적극적으로 밝힐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연구에 따르면 제주 4·3사건 당시 불교계의 피해는 상당하다. 당시 14개 사찰 16명의 스님들이 목숨을 잃었다. 상세하게 살펴보면 총살 10명, 수장 2명, 고문 후유증 사망 1명, 일본으로 도피 1명, 행방불명 2명이다.희생된
“석전 스님은 내전이고 외전이고 도대체 모르는 것이 없을 만큼 박식했다. 나는 누구에게 물어볼 것이 없었는데, 오로지 석전 스님에게는 물어볼 것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천재라고 불렸던 육당 최남선이 석전 박한영 스님을 이르며 한 말이다.위당 정인보 역시 석전 스님에 대해 “대관절 석전 스님은 한국 땅 어디에 가나 모르는 것이 없다”고 했다.근대기 한국 문학, 사상계를 이끌었던 걸출한 인물들이 입 모아 그 학식과 인품을 칭송했던 석전 스님은 한국 불교학과 불교교육 발전의 초석을 놓은 선지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님의 전서나 관
“너 동국대 공짜로 다니려고 출가한 거 아냐?”설령 아무리 막역한 친구 사이일지라도 상대방에게 큰 실례라서 좀처럼 입 밖으로 내뱉을 순 없을 이 말. 놀랍게도 조계종 사미·사미니계 수계산림에 입교한 젊은 출가자가 선배스님격인 어느 습의사에게 들은 말이라고 한다. 출가자 급감으로 인해 많은 사찰이 주지도 없이 비어가는 현 시대에 가당키나 한 말인가. 후배의 발심을 마치 ‘위장 출가’로 보기라도 한 걸까.조계종이 ‘청소년출가’를 특별법으로 다뤄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만 19세 미만 소년출가자와 만 19세 이상부터 만 30세
한 부모는 초등학생 아이를 해외 유학에 보냈다. 이후 성인이 된 자녀가 마약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자식을 돕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마약 사용 흔적을 모두 지웠다. 그 덕분에 자녀는 수감자 생활을 면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녀의 마약 사용은 멈추지 않았고 부모는 길을 잃었다. “그때 그만 잡히게 놔두었더라면, 그래서 치료를 받게 했더라면 지금은 나았을지 모르겠어요.” 가족이 모두 고통의 상태였다. 어떤 사람은 도박 중독 때문에 어떤 사람은 섹스나 알코올 중독 문제로 또 어떤 사람은 스마트폰 의존 때문에 상담실을 찾는다. 도박중독
조계종 중앙종회 제230회 임시회에서 ‘중앙종무기관 조직개편을 위한 종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994년 개혁종단 출범 이후 30년 만에 조계종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하는 것이다. 조계종 현 조직의 특징은 3권분립과 3원조직이다. 3권분립은 조계종 조직이 정부 조직처럼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로 분립돼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그 각각의 기능을 중앙종회·호계원·총무원이 수행해왔다. 그런데 조계종의 행정부에는 총무원 이외에도 교육원과 포교원이 있으며, 통상 이를 집행부 ‘3원’으로 지칭해왔다. 개혁종단이 출범하면서